전신 질환 ‘강직성척추염’ 빠른 진단이 위험도 낮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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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베드로병원 윤강준 대표원장

▶ 만성 염증 질환으로 전신에 영향 미치는 ‘류마티스성 질환’ 일종…인지도 낮아 진단까지 평균 40개월
▶ 아침에 허리 굳는 ‘조조강직’ 및 관절 염증 증상 이외에도 눈, 피부, 심장, 폐까지 염증 영향 미쳐
▶ 조기 진단 및 꾸준한 치료로 병증 진행 악화 막을 수 있어…신경외과 등 적절한 진료과 찾아야

아침에 일어났을 때 허리에 뻣뻣함이 느껴지고 엉덩이에 통증이 나타난다면, 흔히 척추 디스크 질환을 먼저 의심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병원을 찾아도 뚜렷한 병명이 나오지 않거나, 다른 증상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 전신성 염증 질환인 강직성척추염의 전조증상일 가능성이 있으므로 주의할 필요가 있다.

강직성척추염은 척추에 발생하는 일종의 만성 관절염이다. 단순히 척추 및 관절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신체 곳곳에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으로 비교적 드문 질환에 속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강직성척추염 환자 수는 5만 5375명이다. 서구의 경우 인구 10만 명당 연간 발생률이 약 0.5~8.2명, 유병률은 0.2~1.2%에 달한다.

문제는 초기에 척추 질환이나 기타 다른 질환으로 오인지하고 잘못된 진료과를 찾는 경우도 많은 만큼, 초기부터 강직성 척추염을 제대로 진단하고 치료하는 경우도 많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 2019년 말 대한류마티스학회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환자들이 강직성척추염으로 정확하게 진단받는 데까지 평균 약 40개월 이상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심평원 통계를 살펴보면 강직성척추염으로 진단받는 환자의 수도 매년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다.

11월은 강직성척추염의 날로(11월 1일)로 시작하는 만큼 추워지는 계절, 관절과 내 몸의 건강을 위해 미리 숙지하면 좋을 강직성척추염에 대해 정보를 자세히 알아보았다.

■ 류마티스성 질환으로 ‘조조강직’ 및 관절, 눈, 피부 등에 다양한 증상…방치 시 ‘대나무 척추’ 위험

강직성척추염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척추에 생기는 염증으로, 자가면역질환인 ‘류마티스성 질환’의 일종이다. 발생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며, 다만 백혈구 항원 중 하나인 HLA-B27 유전자를 보유한 경우 발병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질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남베드로병원 신경외과 전문의 윤강준 대표원장은 “실제로 강직성척추염으로 진단을 받은 환자들은 대부분 병명에 낯설어하는 경우가 많다”며 “척추염이라는 명칭에서 노인성 질환으로 오인하는 경우도 많지만 실제로는 20대부터 40대의 젊은 연령대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10대 후반에도 나타날 위험이 있다”고 설명한다.

강직성척추염의 가장 대표적인 증상은 ‘조조강직’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몸이 뻣뻣하게 굳고 움직임이 둔해지는 증상으로, 특히 허리와 엉덩이에서 이러한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 경우에 따라서는 통증도 수반한다. 일어나 활동을 하면 증상이 호전되며, 휴식이나 잠을 잘 때 오히려 통증이 심해진다.

척추외 신체의 다양한 기관에서 염증으로 인한 증상이 나타나는 것도 대표적인 특징이다. 우선 무릎, 발목, 발가락, 아킬레스건, 어깨 등 다양한 관절 부위에 염증이 발생하며 안구 포도막염, 피부 건선 등 다양한 증상을 동반할 수 있다. 심지어 드물게는 콩팥 기능 저하, 염증성 장염, 심장판막 질환 등을 동반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척추 강직이 시작되면 가슴 확장 장애로 폐 기능 장애가 생길 수도 있다.

강직성척추염의 가장 큰 문제는 지속해서 악화하면 허리가 대나무처럼 굳어버리는 ‘대나무 척추(Bamboo spine)’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윤강준 대표원장은 “강직성척추염이 진행되면 척추 내 염증조직이 천천히 뼈로 바뀌고, 이 과정에서 연골 내 골화로 뼈인대골극이 자라난다”며 “결과적으로는 척추뼈가 통째로 붙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허리를 굽히고 펴기 어려운 것은 물론 척추 골절이 발생할 위험이 높아진다”고 설명한다.

■ 조기 진단이 관건…신체검사 및 X-레이, MRI 등으로 진단 후 운동요법, 약물 요법 시행

강직성척추염은 시간이 지나면서 악화하는 병인 만큼, 조기 진단 및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앞에서 설명했듯 다른 질환으로 오인지하거나 증상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우가 많아 진단 자체이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따라서 조조강직 증상 및 허리통증 등 의심 증상이 지속될 때는 지체없이 신경외과, 척추 관절 전문 병원 등을 찾아 전문의에게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윤강준 대표원장은 “강직성척추염 진단 시에는 환자가 겪는 증상을 비롯해 허리와 흉곽의 상태와 유연성을 체크하는 다양한 신체검사를 진행하고, 경우에 따라 방사선 촬영 및 MRI 촬영도 함께 병행한다”며 “또한 강직성척추염은 만성염증질환에 해당하기 때문에, 염증 수치 및 류마티스 인자 등을 찾아내는 혈액 검사를 진행하기도 한다”고 설명한다. 허리뼈의 유연성을 확인하는 ‘쇼버(Schober)’ 검사 및 흉곽의 팽창을 확인하는 ‘흉곽 팽창능 검사’ 등이 대표적인 신체검사이며, 경우에 따라 목뼈까지 염증이 침범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후두에서 벽의 거리 측정(occiput-to-wall) 검사를 시행하는 경우도 있다.

강직성척추염의 치료는 우선 관절을 유연하게 만들고 근육을 강화하기 위한 운동 요법으로 시작한다. 이때 통증을 줄이기 위해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를 복용하기도 한다. 지속적으로 염증수치가 높은 경우, 이를 감소시키고 장기적인 관절 변형을 지연시키는 TNF 차단제(종양괴사인자억제제), IL-17 차단제(인터루킨 억제제) 등 생물학적제제를 사용하기도 한다.

강직성 척추염은 만성질환이므로 한번 발병하면 꾸준히 이를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윤강준 대표원장은 “강직성척추염으로 최종 진단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조기에 이를 발견하고 적절한 치료를 꾸준히 시행하면 일상생활을 하는 데 큰 지장이 없다”며 “증상을 방치하거나 임의로 치료를 멈추지 말고, 전문의의 진단 및 치료 과정을 꾸준히 따라가면 병의 진행을 막고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익경 특파원 / 서울 시카고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