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희 회장이 전하는 민주주의의 불꽃, 3.8민주의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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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민주의거기념회 이양희 9대 회장

2025년 2월 25일, 대전 중구 선화동 3.8민주의거 기념관. 이곳은 대한민국 현대사에 굵직한 흔적을 남긴 3.8민주의거의 정신을 기리는 공간이다. 올해로 65주년을 맞은 이 뜻깊은 날, 3.8민주의거기념사업회를 이끌며 민주주의 정신을 계승하는 이양희 회장을 만나 3.8민주의거의 가치와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 회장은 15·16대 국회의원과 정무차관을 지냈고, 작년부터 3.8민주의거기념사업회 9대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와의 인터뷰를 통해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되새길 수 있었다.

3.8민주의거, 그날의 기억
Q: 3.8민주의거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A: “1960년 3월 8일, 대전에서 민주주의를 향한 역사적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당시 자유당 정권은 부정선거를 자행했고, 이를 목격한 대전 지역 7개 학교 학생들이 행동에 나서기로 결의했습니다. 대전고, 대전공고, 대전상고, 보문고, 대전사범학교, 대전여고, 호수돈여고의 학생 대표들이 사전에 만나 ‘3.8 행동’을 결정한 겁니다. 당시는 4월 1일이 새 학기 시작이라 3학년은 졸업했고, 1학년은 아직 등교 전이라 2·3학년 학생들이 주축이 됐습니다. 저 역시 당시 대전고등학교 1학년 말이었는데, 2학년 선배들과 함께 약 1,000명이 학교 정문을 박차고 거리로 나섰죠. 진압 경찰의 곤봉과 소총 개머리판에 맞아 머리에 출혈상을 입고 쓰러지는 학생들이 나왔고, 백여 명의 학생과 교사들이 연행돼 고초를 겪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날의 외침은 대구 2.28민주화운동, 마산 3.15의거와 함께 전국적인 4.19혁명의 도화선이 됐습니다.
이후 3.8민주의거는 2.28민주운동, 3.15민주의거, 부마항쟁, 6.10민주의거와 함께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 의해 국가기념일로 지정되었고, 국비와 시비로 기념관이 세워졌습니다. 이곳은 단순한 전시관이 아닙니다. 민주주의 정신을 되새기고, 후대에 전하는 교육의 장이자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의 성소(聖所)입니다.”

민주주의의 힘, 연대에서 시작되다
Q: 3.8민주의거가 현대사에서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3.8민주의거는 지역적 항거를 넘어 대한민국 민주주의 발전의 기폭제가 됐다는 점에서 중요한 역사적 사건입니다. 당시 대전의 학생들은 정권의 부당함을 목격하고 ‘우리가 나서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거리로 나왔습니다. 그들의 용기 있는 외침은 전국으로 확산되어 4.19혁명으로 이어졌죠. 이 사건이 주는 가장 큰 교훈은 ‘연대의 힘’입니다. 고등학생들이 주축이 되어 외친 정의의 목소리에 지역 사회와 시민들이 하나로 힘을 모았습니다. 민주주의는 특정 계층이나 나이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함께 목소리를 내고 행동할 때 비로소 꽃피는 가치임을 3.8민주의거가 보여주었습니다.”

3.8민주의거 정신, 교육을 통해 이어가다
Q: 3.8민주의거 정신을 다음 세대에 전하기 위한 계획은 무엇인가요?
A: “유럽의 민주주의는 오랜 시간 시민들의 투쟁을 통해 발전해 왔습니다. 영국의 마그나 카르타, 명예혁명, 프랑스의 대혁명이 대표적 사례죠. 이들은 이 과정을 교과서에 담아 학생들에게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가르칩니다. 하지만 우리는 1960년 자유당 정권의 부정선거에 맞선 시민들의 외침으로 민주주의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대구 2.28민주화운동, 대전 3.8민주의거, 마산 3.15의거, 그리고 4.19혁명으로 이어진 민주화의 첫 변곡점을 교과서에 반드시 실어야 합니다. 그리고 역사 시험문제로 출제되어야 미래 세대들이 공부합니다. 3.8민주의거 정신은 단순한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살아 있는 가치로 만드는 열쇠입니다.”

대한민국 현대사, 성공의 역사로 재조명해야
Q: 대전 3.8민주의거 기념사업회의 향후 목표는 무엇인가요?
A: “대한민국 현대사는 세계가 ‘기적’이라 부를 정도로 놀라운 성취를 이뤘습니다. 2차 세계대전과 6.25전쟁을 거친 신생 독립국이 70달러 수준에서 출발해, 불과 60여 년 만에 1인당 국민소득 3만 5천 달러를 돌파하고, 인구 5천만 명 이상 국가 중 세계 6위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습니다. 조선, 자동차, 반도체, 방위산업, IT 등 여러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있습니다. 이 성공의 밑바탕은 바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였습니다. 제임스 로빈슨 시카고대 교수가 말했듯, 대한민국은 국민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체제를 선택했기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현대사의 성과를 폄하하고, 역대 정부와 대통령을 부정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공과(功過)는 누구에게나 있는 법입니다. 이제는 잘한 부분을 인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를 준비해야 합니다. 기념사업회는 대한민국 현대사를 ‘성공한 역사’로 재조명하며, 3.8민주의거를 중심으로 민주주의 정신을 되살리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기념관을 역사 교육의 중심지로 발전시키고, 국제 학술 세미나를 개최해 세계에 우리의 민주주의 경험을 공유할 계획입니다.”

3.8민주의거 정신 계승을 위하여
Q: 3.8민주의거 정신을 다음 세대에 전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A: “민주주의는 단순히 제도적 틀을 마련하는 것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닙니다. 교육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유럽의 사례를 보면, 그들이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어떻게 후대에 전해왔는지 잘 알 수 있습니다.
영국의 마그나 카르타와 명예혁명, 프랑스의 대혁명은 산업혁명 이후 시민사회가 왕권에 맞서 300년 이상 자유를 쟁취하며 민주주의의 뿌리를 내린 과정에서 나온 역사적 사건들입니다. 이들은 이러한 사건들을 단순히 과거의 일로만 기억하지 않고, 교과서에 담아 학생들에게 가르칩니다. 어린 시절부터 시민들이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체득할 수 있도록 하는 거죠. 하지만 대한민국은 이러한 역사적 경험이 다릅니다. 우리는 자유민주주의라는 체제를 이승만 대통령이 도입하면서 민주주의의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자유민주주의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말 그대로 배우고, 연습하며 민주주의를 발전시켜 온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민주주의의 첫 변곡점이 등장했습니다. 바로 1960년 자유당 정권의 부정선거에 맞서 대구, 대전, 마산에서 일어난 민주화 운동이죠. 대구의 2.28민주화운동, 대전의 3.8민주의거, 마산의 3.15의거는 학생들과 시민들이 앞장서서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켜낸 사건입니다. 특히 대전에서 일어난 3.8민주의거는 지역의 7개 학교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기획하고 실행한 운동으로, 부당한 권력에 맞선 자발적이고 용기 있는 행동이었습니다.
당시 학생들은 ‘민주주의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지켜내는 것’이라는 점을 몸소 증명했습니다. 경찰의 진압에 곤봉과 소총 개머리판에 맞아 다친 학생들이 생겼고, 많은 학생과 교사가 연행되어 고초를 겪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외침은 마산 3.15의거로 이어졌고, 결국 전국적인 민주화 열망을 불러일으켜 4.19혁명으로 승화됐습니다. 이 사건들은 모두 국가기념일로 지정되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오늘날 이를 아는 국민은 많지 않습니다. 3.8민주의거가 국가기념일이라는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는 교육의 부재에서 비롯된 문제입니다. 민주주의의 정신을 계승하려면 반드시 교과서에 이 사건들을 포함하고, 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이 이를 배우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Q: 다음 세대가 3.8민주의거 정신을 바르게 이해하도록 하기 위해 기념사업회는 어떤 활동을 추진하고 계신가요?
A: “3.8민주의거 정신을 다음 세대에 전하기 위해 기념사업회는 교육, 체험, 그리고 디지털 콘텐츠를 아우르는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교육 콘텐츠 개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민주화의 첫 변곡점인 대구 2.28민주화운동, 대전 3.8민주의거, 마산 3.15의거, 그리고 4.19혁명의 과정이 교과서에서 충분히 다뤄지지 않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관련 기관과 협력해 교과서 등재를 추진 중입니다. 또한, 학생들이 역사를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기념관 내에 VR 체험관을 설치하고 있습니다. 당시 시위 현장의 함성과 긴장감을 가상으로 경험하며, 선배 세대의 희생과 민주주의 정신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죠.
청소년 역사캠프도 정기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강연을 듣고 토론하며 3.8민주의거를 비롯한 민주화 운동의 흐름을 배우는 시간입니다. 특히, 3.8민주의거 탐구 프로젝트를 통해 학생들이 직접 자료를 조사하고 발표하며 역사적 이해를 깊이 있게 다지고 있습니다.
디지털 콘텐츠 제작도 활발히 진행 중입니다. 애니메이션과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SNS와 유튜브를 통해 젊은 세대에게 3.8민주의거의 의미를 쉽고 친근하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국제적 교류를 통해 3.8민주의거를 세계 민주화 운동의 사례로 알리고 있습니다. 해외 민주화운동 단체와 협력해 국제 학술 세미나를 개최하며,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경험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는 한 세대의 노력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닙니다. 1960년 3월 8일, 대전 학생들이 외친 ‘자유’의 소중함을 다음 세대에게 전하는 것. 그것이 바로 기념사업회의 사명입니다.”

교민들에게 전하는 메시지
Q: 마지막으로, 시카고 교민 여러분께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A: “시카고 교민 여러분, 충청도 제1의 도시 대전을 방문해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대전은 대청호를 품은 아름다운 도시로, 대청호 오백리 길은 사계절 내내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합니다. 대전시티투어를 이용하면 3.8민주의거 기념관도 쉽게 방문하실 수 있습니다. 이 기념관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소중한 역사를 담고 있는 장소입니다. 학생들에게는 민주주의를 배우는 살아 있는 교실이자, 어른들에게는 역사적 교훈을 되새기는 공간이죠. 언제든 귀국하실 기회가 있으면 대전을 찾아 3.8민주의거 정신을 직접 체험해 보시길 바랍니다.”

3.8민주의거는 고등학생들이 중심이 되어 자유와 민주주의를 외쳤던 사건으로, 1960년 대전에서 시작된 작은 울림은 전국으로 퍼져나가 독재에 맞선 국민적 저항을 이끌어냈다.

이양희 회장은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하는 내내 그날의 기억을 생생히 떠올리며 말했다. “민주주의는 결코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싸워서 지키고, 후대에 전해야 하는 가치입니다.” 그의 말 속에 3.8민주의거 정신을 전하려는 굳건한 사명감이 고스란히 묻어나고 있었다.

3.8민주의거 임원 총회에서 이양희회장(가운대) 회의를 주도하고 계신다
대전시 중구 선화동에 위치한 3.8민주의거기념관

<이가희 시카고 한국일보 한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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