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당 대학 학과장 “불이익 없어…공지 과정서 오해 생긴 듯”
전북의 한 사립대학교 A학과에서 사전교육(오리엔테이션·OT) 불참 시 장학금 불이익을 주는 등 OT 참석을 강요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6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A학과는 최근 신입생과 재학생들에게 오는 13∼14일 한 리조트에서 선후배 간 친목 도모를 위한 OT를 개최한다고 공지했다.
학생회는 ‘행사 이름은 OT이지만 모꼬지(MT)와 다를 바 없으니 부담 갖지 말고 편하게 생각해달라’고 하면서도 ‘OT는 학과 공식 행사로 출결 점수에 반영된다’고 안내했다.
또 ‘미참석할 경우 교내·외 장학금 대상자에서 제외될 수 있다’라고도 공지했다.
주류와 간단한 안주, 숙소 및 행사 비용, 버스 대여 등을 위해 7만원의 비용을 입금해달라는 내용도 있었다.
학생들로부터 ‘강제로 참석하라고 하는 게 말이 되느냐’, ‘무슨 근거로 결석 처리를 한다는 것이냐’ 등의 비판이 나왔다.
이에 학생회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OT 관련 사안을 재공지했다.
재공지에는 OT 참석 여부를 출결 점수에 반영하겠다는 내용은 태도 점수에 불이익을 주겠다는 내용으로 변경됐고, OT 비용 정산 뒤 차액이 발생할 경우 환불해주겠다는 안내도 추가됐다.
하지만 교내·외부 장학금 대상자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공지는 변경되지 않았다.
또 이런 재공지는 ‘보다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교수님과 논의한 결과’라며 ‘이 방법이 학우들의 부담을 줄이면서도 공정성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신입생에게 OT나 MT 등 행사 참여를 강요하는 건 대학가의 오랜 악습 중 하나다.
특히 3월마다 일부 대학에서 선배가 후배에게 음주를 강요하는 가혹행위를 하거나, 학생회비를 부적절하게 관리하는 등 횡령 문제가 꾸준히 불거지자 교육부는 2019년 각 대학에 행사가 건전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당시 교육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은 대학이 주관해 가급적 1일 이내에 완료하며, 신입생들에게 필요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 대학 생활 설계와 적응을 지원하는 본래 취지에 맞게 프로그램을 편성·운영해달라’며 운영 지침을 전달했다.
올해 해당 학과에 입학한 B씨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학과 행사 참석을 강요하는 건 과거의 일인 줄만 알았는데, 대학에 오니 아직도 이런 문화가 있어서 놀랐고 답답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수님과 선배들과 함께하는 자리 자체를 불편해하는 사람도 있고, 술을 마시고 싶지 않은 학생도 있을 것”이라며 “개개인의 사정은 고려하지 않고 OT에 참석하지 않으면 장학금을 받지 못한다고 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물론 즐겁고 설레는 마음으로 OT를 기다리는 학생들도 있지만, 불만도 많다”면서도 “공개적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내면 대학 생활에 문제가 될까 싶어서 학생들이 쉬쉬하고 있다”며 학과 분위기를 전했다.
이에 A학과는 “OT 참석이 학점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데, 공지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있었던 듯하다”고 설명했다.
A학과 학과장은 “학생회가 주관해 운영하는 행사인 만큼 공지 내용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했다”며 “학점을 매기는 것은 교수들인데, 지금까지 OT에 불참했다고 해서 출결이나 태도 점수에 불이익을 준 적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학금 대상자에서 제외된다는 부분 역시 사실과 다르다”며 “성적 외 가정 형편, 봉사활동 등 기타 활동을 고려한 ‘면학장학금’ 장학생 선발 시 학과 행사 참여도를 반영하기는 한다. 하지만 이는 여러 평가 항목 중 하나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게다가 다음 주에 예정된 행사는 장학제도나 교육 과정 등 학교생활 전반에 관해 설명하고 교수 면담 등으로 채워지는 OT”라며 “학생회가 공지한 내용을 살펴보고, 학생들 사이에 오해가 없도록 다시 안내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