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정월대보름을 맞이한 탈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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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새해가 어느덧 한달이 지나고 음력으로는 1월 15일 그리고 양력으로는 2월 중순인 정월대보름이
얼마전에 지나갔다. 고구려, 백제, 신라등 삼국시대부터 민족전통의 명절로 지내왔던 정월대보름은 북한과
남한 모두에게 큰 명절중 하나다. 이곳 미국에서도 많은 한국인들이 고향의 정을 그리며 정월 대보름을
즐기며 기념하기도 한다. 북한에서도 휘엉청 밝게 떠오른 보름달을 보면서 각종 나물과 호두, 잣, 땅콩 등을
까먹으며 윷놀이, 제기차기, 연날기 등 여러가지 정월대보름 전통놀이를 한다. 이날은 오곡밥과 나물
반찬을 만들어 먹는다. 보리나 팥, 옥수수 등으로 밥을 해먹고,명태 요리와 버섯, 더덕, 취나물 등의 나물
음식을 해먹기도 한다. 미국에서는 최근 수년간 지속된 장기적 경제침체와 고물가 그로인한 많은
노동시간등으로 미국에서도 정월대보름의 낭만과 추억을 즐기기가 쉽지 않다고 지난 2015년 탈북한 북한
양강도 출신 양안나씨는 아쉬어 한다. 중서부 위스컨신주에 거주하는 양안나씨는 올해로 미국생활이
9년째가 되지만 경제불황으로 미국에서 정월대보름을 기념하는것이 예전처럼 못해서, 더욱 고향
북한에서의 정월대보름 추억이 새록새록 난다고 했다.

현재 손톱장식과 눈썹연장과 여러가지 여성관련 미용업계에서 종사해온 탈북민 양안나씨는
고향북한에서도 설날과 추석 그리고 정월대보름 명절이면 항상 가족과 친구들과 어울려 즐겁게 지냈다고
했다. 그래서 비록 살림살이가 어려웠던 북한이었지만 정월 대보름 명절에 대한 유래와 여러가지 행사에
큰 관심을 가져었다고 이야기 한다. 특히 음식과 물자가 풍부한 미국에 와서는 오자 마자 많은 탈북민들과
어울려 정월대보름을 보냈다고 했다.

미국에 처음와서는 정월 대보름 주말에는 인근의 중서부 일리노이주, 시카고, 위스콘신 주, 인디애나,
캔터키 주등에 거주하는 탈북민들끼리 북한에서의 추억을 생각하면서 정월 대보름 음식들을 해먹었다.
고사리·버섯·오이고지·호박고지·가지껍질·무시래기 등 햇볕에 말린 묵은 나물을 물에 잘 씻어서 먹으면서
탈북민들끼리 서로 한해를 건강하게 지낸다고 말한다. 특히 한국이나 북한과는 다르게 미국에서는 호두와
잣이 매우 흔하고 값이 싸서 마음놓고 마음껏 먹을수 있어서 너무나 풍족함을 느끼고 좋았다고 했다. 고향
북한에서 처럼 쌀, 보리, 조, 수수, 팥 등의 다섯 가지 이상의 곡물을 섞어 지은 오곡밥을 먹었다고도 했다.

미국에 와서는 미신으로 여겨졌지만 여전히 하나의 즐거운 전통풍습으로 생각한다고 양씨는 말한다.
북한에서는 정월 대보름에 여러가지 놀이를 했었는데, 겨울 내내 띄우던 연을 새해의 복을 기원하면서
날려보낸다고 했다. 그리고 고향의 논과 밭 사이의 능선에서 마른 풀을 태우고 아이들은 숯불이 타오르는
구멍이 가득 찬 깡통을 돌리는 쥐불놀이도 많이들 했다고 기억한다. 불이 든 깡통은 들판을 비옥하게하고
새로운 작물을 파괴하는 해로운 벌레를 제거한다고 한다. 농악을 울리고 집집마다 다니면서 춤추며 술도
마시고 놀기도 하면서 제기차기, 윷놀이 등도 했다고 탈북민 양안나씨는 말한다.

미국에 온 이후로는 미국인들의 풍습과는 전혀 다른 정월대보름 풍습이라 실내에서 여러 탈북민들끼리
모여서 윷놀이와 카드놀이 등을 했다고 했다. 약소하지만 그래도 미국에 오면서 계속해서 해왔던
정월대보름 풍습이 최근 수년간 지속되는 미국의 장기적 경제불황과 물가상승으로 여력이 생기지
않는다고 안나씨는 너무 아쉬워 한다. 특히 각종 시장과 생활비가 비싸지면서 일하는 시간도 길어지고
각박해져서 미국에서 설과 추석을 제외하고는 수년전 부터 정월대보름에 탈북민들끼리 모이기도 힘들고,
일에 지쳐서 대보름 쇠기가 갈수록 어려워진다고 했다. 갈수록 각박해지고 어려워지는 미국과
세계경제이지만 양안나씨는 고향 북한을 추억하면서 정월대보름을 기념하겠다고 했다.

<한미자유연맹 부총재 김성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