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의 결단, ‘부자의 유산’ 다시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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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억만장자들 ‘기빙 플레지’ 운동 동참
워런 버핏, 마크 저커버그, 한국의 김봉진, 김범수까지…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공동 창업자 빌 게이츠(70, 사진)가 2045년까지 전 재산의 99%를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세계적인 억만장자들이 잇따라 동참하고 있는 ‘생전 기부’의 상징적 사례로, 게이츠는 자산 기부 시점을 애초 ‘사망 후 20년’에서 ‘지금부터 20년 후’로 앞당기며 다시 한번 전 세계에 강한 메시지를 던졌다.

게이츠는 8일 “세상에는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가 너무 많다”며 “내가 가진 자산을 더는 들고 있을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20년 동안 약 2,000억 달러(약 280조 원)를 게이츠 재단을 통해 사용하게 될 것이며, 2045년 12월 31일을 기점으로 재단 문을 닫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게이츠 재단은 전처 멀린다 프렌치 게이츠와 함께 2000년 설립한 후, 현재까지 1,000억 달러 이상을 기부해 왔다.

빌 게이츠는 재단이 향후 20년간 집중할 분야로 임산부 및 아동 사망률 감소, 소아마비·말라리아 등 감염병 퇴치, 극빈층 지원 등 생명과 직결된 문제들을 꼽았다.

그의 이런 결정은 부자들의 기부 철학을 다시금 조명하게 만든다. ‘기빙 플레지(Giving Pledge)’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이 운동은 워런 버핏과 빌 게이츠가 공동으로 시작해 세계의 억만장자들을 초대하며 널리 확산됐다.

워런 버핏은 이미 본인의 자산 99%를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밝혔고, 매년 수십억 달러를 게이츠 재단 등 여러 기관에 전달하고 있다. 그는 “부자로 죽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하며 실천으로 보여주고 있다.

듀티프리숍 창업자 척 피니는 생전 기부의 아이콘으로, 80억 달러 이상을 조건 없이 사회에 환원한 후, 뉴욕시의 작은 임대 아파트에서 조용히 살아가고 있다.

이 외에도 기빙 플레지에 서명한 인물 중에는 메타(구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와 아내 프리실라 챈 부부도 있다. 이들은 딸이 태어난 날, 본인 지분의 99%를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부부는 ‘챈 저커버그 이니셔티브’를 통해 질병 퇴치, 교육 개선, 빈곤 퇴치 등 미래 세대를 위한 프로젝트에 집중하고 있다.

전 뉴욕시장 마이클 블룸버그 역시 대표적인 기부가로, 기후 변화 대응과 공공 보건, 교육, 총기 규제, 예술 지원 등에 이미 150억 달러 이상을 사용했다. 또한 헝가리 출신의 금융계 거물 조지 소로스는 인권과 민주주의, 언론 자유 지원을 위해 ‘오픈 소사이어티 재단’을 통해 300억 달러 이상을 기부했다.

한국인으로는 김봉진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창업자와 아내 설보미씨,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2021년 각각 기빙 플레지에 서명하며 ‘기부는 선택이 아닌 책임’이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빌 게이츠의 말처럼, 부자로 죽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쓰고 떠날 것인가’가 중요한 시대다. 그는 얼마 전, 파이낸셜 타임즈와의 인터뷰를 통해 미국 정부효율부(DOGE)를 이끄는 머스크를 저격하며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이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아이들을 죽이는 모습은 보기 좋은 모습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윤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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