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storied Bookshop’, 아시안 작가 작품 전면에
시카고 알바니파크의 켓지 애비뉴(Kedzie Ave.)에 한 작은 서점이 지난해 문을 열었다. 바로 아시안 아메리칸, 하와이 원주민, 그리고 태평양 제도출신 작가들의 목소리를 담은 책들로 채워진 ‘Restoried Bookshop’이다.
서점 주인 저스틴 발라스는 3세대 일본계 미국인이다. 그는 “Restoried는 우리가 잃어버렸거나 간과된 이야기들을 다시 우리 공동체에 돌려주는 공간”이라며 “과거를 보다 입체적으로 이해하고, 더 풍요로운 미래를 그려가기 위한 노력”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문을 연 이 서점은 시카고에서도 드물게 아시아계 작가들의 작품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발라스는 “어릴 적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아시아계 미국인의 이름이나 이야기를 거의 보지 못했다”며 “우리의 이야기는 따로 존재하는 코너조차 없었다”고 회상했다.
이곳에선 로널드 타카키(Ronald Takaki)의 대표작 같은 고전은 물론, 아직 주목받지 못한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시카고의 아시안 아메리칸 작가들을 초청한 북토크나 사인회도 자주 열린다.
최근 여섯 번째 소설 를 발표한 필리핀계 미국 작가 미아 P. 마난살라(Mia P. Manansala)는 “내가 필리핀계 주인공이 등장하는 책을 처음 읽은 건 20대 후반, 어쩌면 30대에 들어서였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게 오랫동안 내가 가장 사랑하는 소설 속에서 나 자신을 볼 수 없었다는 건 슬픈 일”이라고 털어놨다.
마난살라 작가의 신작은 시카고를 배경으로 한 미스터리 소설로, 필리핀계 여형사를 비롯해 AAPI(아시아계 및 태평양계 미국인) 캐릭터들이 주축이다. 마난살라는 “나는 단지 인종차별이나 이민자 부모의 체류문제만 겪는 인물이 아니라, 사랑도 하고, 사건도 해결하는 주인공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온라인 중심의 시대, 오프라인 서점이 하나둘 문을 닫고 있는 가운데, Restoried는 정체성과 문화, 공동체라는 틈새를 채우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발라스는 “직접 와서 책을 보고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경험은 공동체가 공동체를 위해 만든 공간에서만 가능한 소중한 일”이라며 “책 한 권 한 권이 우리를 연결해주는 징검다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심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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