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텔 연루 혐의 멕시코 정치인들 제재조치
트럼프 행정부가 멕시코 마약 카르텔을 해외테러조직(FTO)으로 공식 지정한 이후, 그 여파가 멕시코의 정치권까지 번지고 있다. 최근 미국 정부는 멕시코 국경지역 주지사들을 대상으로 비자 취소 및 입국 제한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부터 마약 밀매 조직을 테러조직으로 분류하려는 논의는 본격화됐고, 몇 달 전부터는 주요 멕시코 카르텔들이 실제로 미국 국무부의 외국 테러조직 목록에 포함됐다. 이 조치는 단순한 상징적 제스처를 넘어, 경제 제재와 자산 동결, 미국 내 여행 제한, 연루자 형사처벌 등 실질적인 법적 조치를 가능하게 한다.
미국 정부는 FTO 지정 이후 예상치 못한 조치를 단행했다. 현직 바하칼리포르니아 주지사 마리나 델 필라르 아빌라 올메다와 남편 카를로스 토레스(현지 전략 프로젝트 책임자)의 미국 비자가 취소된 것이다. 또 타마울리파스주의 그라나다스 파빌라 마타모로스 시장도 국경을 넘어 텍사스 브라운즈빌에 입국하려다 제지를 당했고, 같은 주의 아메리코 비야레알 주지사 역시 비자 취소 조치를 당했다는 보도가 멕시코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미 국무부나 법무부 공식 발표는 없었지만, 백악관이 직접 개입해 비자 제한 조치를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이는 단순한 외교적 갈등이 아니라, 미국 정부가 멕시코 정치권 인사들을 마약 카르텔과 연계된 ‘협력자’로 간주하고 있다는 강력한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백악관 관계자들은 “비자 취소는 단독 조치가 아니며, 재무부 제재와 자산 동결 등 추가 조치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테러조직과의 연계가 의심되는 인물에 대해서는 별도의 형사고발 없이도 광범위한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멕시코 정치권에 적잖은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미국 언론 <프로퍼블리카>의 팀 골든 기자는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멕시코 정치인들의 미국 입국을 제한하는 조치를 본격화하고 있으며, 이번 조치는 시작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그의 보도에 따르면 백악관은 국무부가 아닌 자체 판단으로 비공식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있으며, 여기에 포함된 멕시코 고위 공직자는 2019년 DEA(마약단속국)가 작성한 문건에도 언급된 바 있다. 해당 문건에는 여당(모레나, Morena) 인사 35명이 포함돼 있었으며, 이들은 마약조직과 연계됐을 가능성이 있는 인물들로 분류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를 두고 “미국-멕시코 외교관계의 새로운 긴장 국면”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테러조직 지정이 단지 카르텔에 국한되지 않고 정치권까지 번질 수 있다는 점에서, 멕시코 정부의 대응 방향에 관심이 쏠린다.
테러조직으로 지정된다는 것은 단지 낙인이 아니라, 전방위적 제재와 국제적 고립을 의미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조치는 멕시코 카르텔과의 전쟁에서 새로운 국면에 돌입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자, 국경을 넘어서는 정치적 압박의 시작일 수도 있다는 것이 멕시코 정가의 분석이다.
<심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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