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가 추진 중인 ‘이민자 해외송금에 대한 세금 부과’ 계획에 반대하는 시위가 시카고 곳곳에서 벌어졌다. 특히 중남미 출신 이민자 밀집 지역인 필센(Pilsen)에서는 지역 사회단체들과 시의원들이 직접 나서 “송금세는 인종차별적이고 부당하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지난주 필센 테노치티틀란 광장(Plaza Tenochtitlan)에서는 약 20명의 지역 활동가들이 모여 “내 송금에 손대지 마라!”, “서류는 예스, 송금세는 노!” 등의 구호를 외치며 트럼프 행정부의 세금 법안에 항의했다. 해당 법안은 비시민권자 이민자들이 고국에 보내는 송금에 대해 5%의 세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현재 연방하원에서 논의 중이다.
전국이민자전선(FNI)의 카를로스 아랑고 대표는 “정부는 송금서비스 업체들로부터 고객 정보를 넘겨받아 불체자들을 단속하려 한다”며 “이는 비시민권자 이민자에 대한 사냥”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같은 조치는 이민자들의 송금 자체를 가로막아 멕시코를 포함한 중남미 국가들의 경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다른 시위 참가자인 아이다 플로레스는 “우리는 가족을 위해 송금을 한다. 미국에서 배운 가족의 가치, 성실함을 무시한 채 이런 방식으로 송금에 세금을 매기는 건 이민자 더 깊은 불평등으로 밀어 넣는 행위”라고 말했다.
같은 날 시카고 시청 앞에서도 별도의 항의 시위가 열렸다. 25지구를 대표하는 바이런 싱초-로페즈 시의원은 시의원 9명과 함께 ‘송금세 반대’ 결의안을 시의회에 제출했다. 그는 성명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에는 송금세가 포함돼 있으며, 이는 명백한 인종차별적 조치”라며 “이미 높은 물가와 세금에 시달리는 이민자들에게 또 다른 부담을 주는 것은 무책임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싱초-로페즈 의원은 “일리노이를 포함한 연방 의원들이 이 법안에 강하게 반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송금세에 반대하는 움직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라티노 커뮤니티 활동가 후안 마투스는 이날 집회에서 1999년 웨스턴유니언을 상대로 한 소송과 2000년 라빌리타 지역의 세컨드페더럴세이빙스은행이 멕시코 영사관이 발급한 ‘마트리쿨라’ 신분증을 은행 계좌 개설에 사용하도록 허용한 사례 등을 소개하며 “이민자 단체들의 연대가 송금 시스템 개선을 이끌어냈다”고 강조했다.
연방하원은 해당 조세 법안을 찬반 격차 1표로 통과시켰으며, 송금세율은 당초 5%에서 3.5%로 조정됐다. 해당 법안은 이제 연방상원 심의로 넘어갔다.
<심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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