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제동을 건 하급심 판결을 일시 중단시키며, 관세 조치가 다시 살아났다.
연방순회항소법원은 30일, 연방정부가 요청한 긴급 행정적 효력정지 신청을 받아들이고, 전날 미 국제통상법원이 내린 관세 무효 판결의 집행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항소법원은 “본 법원이 관련 서류들을 검토하는 동안”이라는 조건을 달았다.
이번 사건의 원고와 피고 측 모두에게는 “미국 정부가 국제통상법원에 제기한 별도의 효력정지 요청에 대한 결정이 있을 경우 이를 즉시 본 법원에 통보하라”는 명령이 내려졌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이날 오전 항소법원에 제출한 서류에서 “즉각적인 효력정지 결정이 내려지지 않을 경우, 31일 오전 연방대법원에 긴급 구제를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안은 국제통상법원이 29일, 세 명의 판사로 구성된 재판부의 만장일치 판결로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남용해 무분별한 관세를 부과했다”고 판단하면서 촉발됐다. 판결문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보복 관세 조치는 해당 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수입규제 권한을 넘어선다”고 명시했다.
IEEPA는 1977년 제정된 법률로, 국가비상사태 하에 대통령에게 특정한 경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 부과 권한이 외교 및 경제 정책의 핵심 수단이라며, “이번 판결은 미국이 폭증하는 무역적자를 줄이고, 세계 경제를 공정하게 재편하려는 노력을 차단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이 판결이 “영국, 중국, 유럽연합 등 수십 개국에 대한 관세를 전면 금지시키는 초유의 사법권 남용”이라고 비판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30일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민감한 외교 및 통상 정책이 일개 판사에 의해 좌지우지된다면 미국의 헌정질서는 붕괴될 것”이라며 “최종적으로 연방대법원이 이 사태를 종식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소송은 뉴욕에 본사를 둔 와인 수입업체 V.O.S. 셀렉션스를 비롯한 소규모 사업자들이 제기했으며, 오리건주를 포함한 12개 주 정부도 공동 원고로 참여했다. 해당 업체의 대표는 “관세 부담으로 회사 존폐 위기에 놓였다”고 호소했다.
유럽연합(EU) 제품에 대해서는 6월부터 50%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었으나, 현재는 협상 진행을 이유로 7월로 연기된 상태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행정부는 IEEPA의 다른 조항을 활용해 유사한 관세를 재도입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클 제자스 연구책임자도 “현행 관세 체계가 당장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법률 해석의 여지가 워낙 넓어 행정부는 다양한 방법으로 다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항소법원은 피고 측에 6월 9일까지 답변서를 제출하도록 명령했으며, 원고 측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효력정지 요청에 대한 의견서를 6월 5일까지 제출하도록 했다.
<심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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