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인격입니다” 신은경 전 아나운서가 전하는 품격 있는 삶의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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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남대학교 DIP 강의차 대전을 찾은 신은경 KBS 9시 뉴스 앵커 출신 아나운서

지난 5월 27일, 본지는 한남대학교 56주년 기념관 소회의실에서 DIP(AI기반 디지털혁신전략최고위과정) 강의를 위해 대전을 찾은 신은경 전 KBS 아나운서이자 작가를 만났다. KBS 9뉴스에서 오랜 시간 믿음직한 목소리로 뉴스를 전하던 그였기에, 직접 마주한 순간의 설렘은 감출 수 없었다. 화면 속 그 모습 그대로, 단정한 외모와 단아한 언어, 그리고 사람을 편안하게 감싸는 미소는 여전했다. 인터뷰는 자연스럽게 ‘말’과 ‘삶’에 대한 깊은 대화로 이어졌다.

신앙에서 길어 올린 말의 지혜, 작가로 다시 태어난 신은경

“저는 말로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KBS 아나운서로 수십 년간 방송 현장을 지켜온 신은경 전 아나운서는 은퇴 이후 ‘말의 본질’을 찾기 위해 성경, 그중에서도 ‘잠언’에 천착했다. 최근 펴낸 책 『잠언 읽고 잠언 쓰자』는 화려한 언어 뒤에 숨어 있는 책임, 절제, 진정성을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지를 묻는 작업이었다. “젊은 시절엔 말을 잘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말은 결국 인격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최근 출간한 신은경 전 KBS 아나운서의 저서 <잠언 읽고 잠언 쓰자>

특히 신앙은 그녀의 말하기 철학에 깊은 전환점을 가져왔다. 말은 단지 정보를 전달하는 도구가 아니라, 듣는 이의 마음에 흔적을 남기고 때론 삶을 변화시키는 씨앗이라는 인식. 신은경 전 아나운서는 “신앙은 제 말의 태도를 바꿨습니다. 겸손하게 듣고, 쉽게 판단하지 않게 만들었죠”라고 고백한다. 그녀는 말의 윤리를 잠언에서 배운다. 그중에서도 특히 마음에 새기고 있는 구절은 “지혜로운 자의 혀는 양약과 같으나, 미련한 자의 입은 폐망에 이르게 한다”(잠언 12:18)이다. 그 말처럼, 말은 누군가를 세울 수도, 무너뜨릴 수도 있기에 우리는 말 앞에서 늘 조심스럽고 겸허해야 한다고 그녀는 강조한다.

“말은 결국, 내가 누구인지를 드러내는 가장 정직한 도구입니다.” 그녀에게 ‘신앙’은 단지 종교적 고백이 아니라, 매일의 언어생활을 다듬는 가장 깊은 원천이자 삶의 나침반이 되고 있다. 실제 그녀는 전 아나운서라는 말보다 ‘신권사’라는 불리는 것을 좋아한다.

DIP 강의에서 던지는 화두, 말은 기술이 아니라 인격입니다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고, 데이터가 모든 결정을 이끄는 시대. 그 속에서 ‘말’은 여전히 인간 고유의 능력으로 남을 수 있을까? 신은경 전 KBS 아나운서는 이에 대해 분명한 목소리를 낸다. “말은 인공지능이 흉내 낼 수는 있어도, 그 책임과 무게까지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그녀가 한남대학교 AI기반 디지털혁신전략 최고위과정(DIP)에서 맡은 강의는 바로 이런 질문에서 시작됐다.

DIP는 ‘디지털 혁신’, ‘인간다움(Integrity)’, ‘품격(Dignity)’을 중심 주제로 삼아, 단순한 커뮤니케이션 기술이 아닌, 언어를 통한 리더십의 본질을 탐색하는 수업이다. 신은경 전 아나운서는 이 강의에서 말의 형태보다 말의 출처를 묻는다. “AI는 정보를 줄 수 있지만, 통찰은 삶에서 나옵니다. 리더의 말에는 그 사람의 역사와 철학, 책임이 담겨 있어야 해요.”

그녀는 강의에서 단지 말 잘하는 법을 가르치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말에 앞서 ‘어떻게 살고 있는가’를 묻는다. 말은 리더의 그림자이며, 말의 온도는 곧 조직의 기후라는 게 그녀의 생각이다. “말로 조직을 움직이려 하기 전에, 그 말이 스스로를 증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단지 정보를 넘기는 대신, ‘자기 성찰의 거울’로서의 언어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말이 곧 사람입니다. 그 사람의 말이 진실하다면, 아무리 짧아도 울림이 있고, 오래 갑니다.” DIP 강의의 마지막 순간, 그녀가 전한 이 문장은 단지 강의의 결론이 아니라, 오늘날 리더가 다시 돌아봐야 할 말의 본질을 담은 선언이었다.

리더십의 말, 조직은 결국 말의 온도로 움직인다

“리더의 말은 단순한 전략이 아닙니다. 그것은 그 사람의 인격이며, 기업의 매출액을 바꿔줍니다.” 신은경 전 아나운서는 DIP 강의에서 수차례 이 문장을 반복했다. 그녀는 수많은 CEO와 고위 리더들을 대상으로 언어와 리더십에 대한 강의를 하며,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했다고 말한다. 바로 ‘말하는 방식’이 곧 조직의 방향성을 결정짓는다는 사실이다.

성경 잠언은 그녀에게 리더 언어의 철학적 근거이기도 하다. “온유한 대답은 분노를 쉬게 한다”(잠언 15:1), “말에는 죽고 사는 권세가 있다”(잠언 18:21)와 같은 구절은 리더가 반드시 새겨야 할 말의 윤리를 담고 있다. 그녀는 『잠언 읽기』에서 “말은 사람을 세우는 도구이자, 공동체를 지탱하는 언어적 구조물”이라며, 말은 감정의 표출이 아니라 존재의 표현이라고 서술한다(『잠언 읽기』, 92쪽).

특히 진정성과 영향력을 갖춘 말하기를 위해 신은경 강사는 세 가지를 강조한다.

첫째, 일관성으로 리더는 말과 행동이 다르면 조직은 신뢰를 잃는다. 둘째, 공감력이다. 말은 상대의 마음에 닿기 위해, 이해보다 공감의 깊이를 요구한다. 셋째, 책임감이다. 말은 조직 내 결정에 영향을 주는 만큼 쉽게 내뱉지 말고 끝까지 책임질 각오가 필요하다.

그녀는 또한 리더가 말의 기술보다 ‘말의 품격’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다. “조직은 말의 분위기를 따라갑니다. 진심이 느껴지는 말 한마디는 백 번의 회의보다 강력할 수 있습니다.” 그녀에게 언어는 단지 전달의 수단이 아니라, 리더십의 핵심 기초이며, 성경적 통찰과 인격적 수양이 함께 녹아야 할 ‘영향력의 통로’인 것이다.

말의 품격, 나이 들어가는 방식이 곧 말의 방식이다

“말은 나이를 먹습니다. 젊을 때는 기술이지만, 나이가 들면 품격이 됩니다.”

신은경 전 아나운서는 인생 후반기에 말이 갖는 무게와 온도를 누구보다 깊이 실감하고 있다. 디지털 플랫폼이 일상이 된 지금, 말은 가볍고 빠르게 소비되지만, 그녀는 오히려 이 시대야말로 ‘말의 품격’을 가장 깊이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한다. “속도가 진실을 대신하지는 못합니다. 말의 핵심은 여전히 진정성과 책임감입니다.”

품격 있는 말은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신은경 전 아나운서는 이를 절제된 표현, 겸손한 태도, 공감하는 귀로 정의한다. 나이 듦은 단순히 시간의 경과가 아니라, 말의 온도를 낮추고 그 깊이를 더해가는 과정이다. “말이 많아질수록 품위는 줄어듭니다. 오히려 꼭 필요한 말만 할 줄 아는 사람이 되기를, 저 자신에게도 끊임없이 훈련시키고 있습니다.”

그녀는 특히 나이 든 사람일수록 말에 대한 책임감을 더욱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살아온 세월만큼 언어는 가볍지 않아야 하며, 후배 세대에게 전달하는 말일수록 따뜻함과 신중함을 겸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경험’이라는 무게가 더해진 말은 공동체를 지탱하는 토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말’이라는 도구가 단지 직업의 수단이 아니라 인생을 다듬는 연장의 역할을 했다고 말한다. 방송을 하며 수없이 다듬었던 문장들,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배운 경청의 미덕, 그리고 신앙을 통해 터득한 침묵의 지혜, 이 모든 것이 그녀를 오늘의 말하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말은 타인을 훈계하기 전에 나 자신을 먼저 훈련시킵니다. 품격 있는 말은 결국 성숙한 삶이 전제되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결국 말의 품격은 그 사람의 삶의 품격이다. 그녀에게 있어서 ‘어떻게 말하느냐’는 질문은 곧 ‘어떻게 살아왔느냐’에 대한 대답이다. 말의 품격은 나이와 함께 깊어져야 한다. 품위 있는 말은 삶의 누적이며, 조용하지만 강한 설득력을 지닌다.

또한 그녀는 말의 책임감을 신앙과 성경 말씀에서 찾는다. “말에는 죽고 사는 권세가 있다”(잠언 18:21)는 구절처럼, 언어는 단지 도구가 아니라 영혼을 살리는 힘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이 그녀의 언어 철학의 중심에 자리한다.

AI 시대의 언어, 기계가 흉내낼 수 없는말의 책임

“기계는 말을 할 수 있지만, 말의 책임까지는 지지 않습니다.”

신은경 전 아나운서는 AI 시대에 인간의 말이 왜 여전히 중요한지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견지한다. 정보의 전달만 놓고 보면 AI는 인간보다 훨씬 빠르고 효율적이다. 하지만 그 말에 진심이 담겨 있는가, 공감할 수 있는가, 책임질 수 있는가! 이 질문 앞에서 AI는 한계를 드러낸다. “말은 감정이고, 관계이고, 존재의 고백입니다. 인간만이 그 말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존재입니다.”

AI가 모방하는 언어는 ‘정확함’과 ‘속도’는 갖출 수 있지만, ‘깊이’와 ‘영혼’은 담을 수 없다. 그렇기에 그녀는 지금이야말로 인간 고유의 말하기 능력을 되돌아보고, 더욱 윤리적이고 정제된 언어로 무장해야 할 시기라고 강조한다. 특히 디지털 플랫폼의 확산은 말의 무게를 가볍게 만들고, 책임 없는 말이 난무하게 된 원인 중 하나라고 진단한다. “말의 진정성이 희미해질수록, 우리는 더 큰 고립 속에 살아가게 됩니다.”

그녀는 인간의 말은 단순한 소통 수단이 아니라, 삶을 나누는 행위라고 말한다. 말에는 기억이 담기고, 관계가 깃들며, 그 사람의 철학이 배어난다. 따라서 우리는 AI 시대일수록 더욱 조심하고 성찰하며 말해야 한다는 것이다. “진짜 리더는 말 앞에서 조심스럽고, 듣는 사람 앞에서 겸손합니다. 기술이 커버할 수 없는 그 부분이 바로 인간 언어의 본질입니다.”

그녀는 이 시대의 리더들에게 ‘말을 기계처럼 다루지 말라’고 당부한다. 말은 기술이 아니라 태도이며, 결국 말이 곧 사람의 얼굴이기 때문이다.특히 CEO의 말은 단순한 메시지가 아니라 브랜드 그 자체다. 말의 온도와 방향이 조직 문화를 형성하고, 때로는 기업의 이미지와 매출에도 직결된다. 조율되지 않은 한 마디가 수십억 원의 가치를 흔들 수 있으며, 반대로 진정성 있는 언어는 고객의 신뢰를 얻고 시장에서 살아남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된다. 품격 있는 말은 결국 품격 있는 기업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그녀의 믿음이다.

신은경 전 아나운서와의 인터뷰는 단지 ‘말’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것은 곧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물음이었다. AI 시대에도 인간의 말은 여전히 감정과 책임, 신앙과 철학을 담는 깊이 있는 도구임을 그녀는 조용하지만 단단한 어조로 전해주었다. 리더십, 품격, 인격, 그리고 신앙의 언어까지! 그녀의 말은 삶에서 길어 올린 통찰이었다. 말이 곧 사람이라는 메시지가 이 시대 우리 모두에게 깊은 울림으로 남는다.

한남대학교 DIP 강의차 대전을 찾은 신은경 전 KBS 아나운서(좌)와 본지 특파원(우)이 AI 시대, 리더십, 신앙, 그리고 말의 본질에 대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가희 시카고한국일보 한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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