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표적인 식품기업 ‘스미스필드 푸즈(Smithfield Foods)’가 여전히 중국 자본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는 사실이 최근 기업공개(IPO)를 계기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버지니아주 스미스필드에서 1936년 설립된 이 회사는 베이컨, 햄, 소시지 등 돼지고기 가공식품 공급에서 미국 최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미국 전체 돼지고기 산업의 약 23%를 점유하고 있으며, 에크리치(Eckrich), 팜랜드(Farmland), 네이선스 페이머스(Nathan’s Famous), 아머(Armour) 등 다양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이 미국 기업은 2013년 5월 29일, 중국 최대 육가공업체인 WH그룹(구, 솽후이)이 71억 달러(부채 포함)를 주고 인수하면서 중국 자본에 넘어갔다. 이는 당시까지 최대 규모의 미국 기업 인수 사례로 기록됐으며, 단숨에 14만 6천 에이커 이상의 미국 농지가 외국인 소유로 전환됐다. 이에 따라 WH그룹은 미국 내 최대 외국 농지 소유주 중 하나로 부상했다.
이 같은 사실은 올해 초 스미스필드가 기업공개를 추진하면서 다시금 이목을 끌고 있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스미스필드는 2025년 상반기 IPO(기업공개)를 신청했고, 이에 따라 그들의 소유구조와 경영권이 재조명되고 있다.
비판 여론은 꾸준히 존재해왔다. 미 의회와 일부 언론은 “중국이 미국 식량 공급망을 좌우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리빌 뉴스(Reveal News)는 “이제 미국에서 기르는 돼지 4마리 중 1마리가 중국 기업 소유”라고 보도한 바 있었다. 이는 단순한 상징을 넘어 식량 안보와 연결된 심각한 문제라는 것이다.
미 상원은 올해 사우디 아라비아 국부펀드(PIF)의 미국 내 영향력 확대를 조사한 보고서에서 외국 자본의 전략적 자산 장악을 체계적 위협으로 규정한 바 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스미스필드 사례도 미국 내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하지만 스미스필드는 여전히 전체 원료의 95%를 미국 내에서 조달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제품 또한 미국 내에서 판매된다고 해명하고 있다. 2025년 IPO 이후에도 WH그룹은 전체 지분의 약 90%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생산시설 현대화와 자동화 기반 구축을 위한 자금을 마련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스미스필드는 총 매출 162억 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고, 2024년에도 149억 8천만 달러의 안정적 매출을 보였다. 또한 패키지 육가공 제품군의 매출은 1.2%, 신선 돼지고기 매출은 4.9% 증가하는 등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번 IPO에서 스미스필드와 WH그룹은 각각 1740만 주씩 총 3480만 주를 주당 23~27달러에 시장에 내놓았다.
중국 자본에 대한 경계심이 고조되는 와중에도, 일각에서는 외국인 투자로 인한 일자리 창출과 국내 시장 안정화 효과를 언급하며 긍정적인 시각도 내비치고 있다. 스미스필드는 여전히 미국 농업경제의 주요 축을 형성하고 있으며, 자회사 브랜드의 활약은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식량 공급이라는 국가 전략 자산을 외국 기업이 장악하는 상황에 대해, 정부와 의회 차원의 보다 정밀한 규제와 감독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여전하다.
<심영재 기자>
[시카고 한인사회 선도언론 시카고 한국일보]
1038 S Milwaukee Ave Wheeling, IL 60090
제보:224.283.8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