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은 해군에 동성애자 인권 운동가의 이름을 딴 함정 이름의 변경을 지시했다고 미 군사전문지 밀리터리 닷컴이 이같이 보도했다.
밀리터리 닷컴에 따르면, 해군은 유조선 USNS 하비 밀크 호의 개명 계획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익명의 국방부 관계자는 존 펠런 해군 장관이 헤그세스 장관으로부터 명령을 받았다고 언급했다. 관계자는 또한 프라이드 달에 개명 발표 시기를 맞출 것이라고 밀리터리 닷컴에 전했다. 함정의 새로운 이름은 오는 13일에 공개될 예정이다.
프라이드 달은 1969년 뉴욕에서 일어난 스톤월 항쟁을 기념하고 성소수자 커뮤니티와 평등한 권리를 위한 투쟁을 기념하는 달이다. 스톤월 봉기는 1969년 6월 28일 맨해튼 그리니치 빌리지의 유명한 게이 바 스톤월 인을 경찰이 급습하면서 시작됐다.
밀리터리 닷컴이 입수한 국방부 지시사항에 따르면, 이번 명칭 변경은 트럼프 대통령, 헤그세스 장관, 펠란 해군 장관을 언급하며 “전사 문화 재건이라는 대통령과 안보부대의 목표 및 해군의 우선 순위와 일치하기 때문에 이뤄졌다”는 것이다.
하비 밀크 호는 저명한 민권 운동가의 이름을 딴 존 루이스급 유조선이다. 2016년, 당시 해군 장관 레이 마버스가 밀크의 이름을 따서 처음 명명했다.
이 유조선의 새 이름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국방부 지시에 따르면 헤그세스와 펠란은 가장 오래된 해군 함정인 USS 컨스티튜션 호에서 새 이름을 발표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CBS는 지난 3일 해군이 USNS 서굿 마샬, USNS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USNS 해리엇 터브먼 등 다른 존 루이스급 유조선의 이름도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마셜과 긴즈버그는 모두 대법원 판사였으며 터브먼은 노예들이 지하철도를 통해 남부로 탈출하는 것을 도운 흑인 노예제 폐지론자였다.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은 “이러한 행위는 아메리칸 드림을 쫓아 장벽을 허물기 위해 싸운 사람들을 부끄럽고 보복적으로 지워버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군대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지만, 이런 악의적인 움직임은 우리의 국가 안보나 ‘전사’ 정신을 강화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밀리터리 닷컴에 따르면, 해군 함정의 건조와 명명 후 이름을 바꾼 사례가 있기는 하지만, 이는 예외적인 경우며 일반적으로 해군 전통에서는 함정의 이름을 바꾸는 것을 금기시한다.
가장 최근의 개명 사례는 2023년 해군이 남북전쟁당시 남부연합과 관련이 있었던 순양함 USS 챈슬러스빌과 연구선 USNS 모리의 이름을 각각 USS 로버트 스몰즈와 USNS 마리 타프로 변경한 사례다.
밀크는 1970년대 미국 역사상 최초의 동성애자 선출직 공직자 중 한 명으로 초기 동성애자 민권 운동의 아이콘이 됐으며, 샌프란시스코에서 수퍼바이저로 재직하던 중 사망했다.
그는 1951년 해군 장교로 임관했다. 그 후 밀크는 한국전쟁 당시 잠수함 구조함 USS 키티웨이크에서 잠수 장교로 복무했다. 그의 전기에 따르면, 1955년 중위로 전역한 밀크는 성적 지향에 대한 공식적인 질문을 받은 후 불명예 제대를 하게 됐다.
그 후 밀크는 캘리포니아에서 공직에 출마하여 1977년 샌프란시스코 수퍼바이저 의원에 당선됐다. 그는 성적 지향에 따른 주택 및 고용 차별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직후인 1978년 재임 중 사망했다.
그의 사후, 밀크는 샌프란시스코의 아이콘이자 성소수자 커뮤니티의 순교자가 됐다. 2009년 대통령 자유 훈장을 받기도 했다.
USNS 하비 밀크 호는 현재 앨라배마에 있는 조선소에서 정비 및 개조 작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6월 말까지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심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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