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이곳에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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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고 부자 은퇴 도시' TOP 10에 이름을 올린 시카고 서버브 지역 레이크포레스트. 한국일보 자료 사진

시카고 교외 2곳, 미국 ‘최고 부자 은퇴 도시’ TOP10 진입
▶레이크포레스트 2위, 노스브룩은 7위

“은퇴 후 어디서 살까?” 고층 빌딩도, 시끌벅적한 도심도 아니다. 푸른 나무와 호숫가가 어우러진 시카고 북부 서버브 지역이 은퇴자들의 ‘드림타운’으로 떠오르고 있다.
개인금융 전문 웹사이트 고뱅킹레이트스(GOBankingRates)가 최근 발표한 ‘미국 최고 부자 은퇴 도시’ 순위에서 시카고 교외 지역 2곳이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이번 조사는 인구 1만 5천 명 이상이면서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전체의 25%를 넘는 도시들을 대상으로 했다. 중간 가구 소득과 거주 만족도 지수를 종합해 은퇴자들에게 가장 매력적인 도시를 가렸다.

1위는 실리콘밸리의 고급 주거지로 유명한 사라토가(Saratoga, CA)가 차지했다. 그 뒤를 바짝 추격한 2위는 시카고 북부 교외의 레이크포레스트(Lake Forest, IL)다. 실리콘밸리 못지않은 명성과 주거 환경을 자랑하며 ‘중서부의 숨은 보석’으로 불리는 곳이다.

레이크포레스트의 평균 가구 소득은 22만 8천 달러이며, 65세 이상 인구 비율도 25%를 훌쩍 넘는다. 노년층 비중이 높은 만큼, 은퇴자들에게 이미 입소문이 자자한 ‘노후 명당’으로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호숫가 풍경과 고급스러운 주택단지, 조용하고 안전한 커뮤니티는 은퇴자들의 라이프스타일에 꼭 들어맞는다.

함께 순위에 오른 노스브룩(Northbrook, IL)은 7위에 올랐다. 이곳의 중간 가구 소득은 약 15만 5천 달러로 레이크포레스트보다는 낮지만, 삶의 질 지수에서는 더 높은 평가를 받았다. 교통이 편리하고 상업 시설과 공공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주민들의 만족도가 높다. 은퇴 후 안정적이고 활동적인 생활을 원하는 이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다.

이 외에도 일리노이주에서는 웨스트체스터(Westchester, IL, 40위)와 고드프리(Godfrey, IL, 50위)가 순위에 들었다. 웨스트체스터는 쿡 카운티와 듀페이지 카운티 경계에 위치해 있으며, 중간 소득은 10만 3천 달러를 넘고, 노인 인구 비율도 27.5%에 달한다. 고드프리는 세인트루이스 인근 매디슨 카운티에 자리 잡은 소도시로, 중간 소득은 9만 2천 달러,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25.8%다. 대도시 인근의 조용한 생활 환경이 매력으로 꼽힌다.

이번 순위는 단순히 소득만을 고려한 것이 아니라, 거주 만족도도 함께 반영해 현실적인 은퇴 생활을 보여준다. 안전한 환경, 의료 서비스 접근성, 교통 편의성, 문화와 여가 생활 등이 은퇴자의 삶의 질을 좌우한다. 시카고 서버브 지역이 은퇴자들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노년층을 위한 다양한 커뮤니티 센터, 건강 관리 시설, 평화로운 주거 단지, 자연 친화적인 공원과 호수 등은 다른 지역과 차별화된 장점으로 작용이다

시카고 한인 사회에서도 은퇴와 노후 준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레이크포레스트와 노스브룩은 한인 인구가 점차 늘고 있으며, 다양한 생활 편의 시설이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있다.

은퇴를 앞둔 김수정 씨는 “자녀들이 다 성장하고 나니 조용하고 쾌적한 곳에서 노후를 보내고 싶다”며 “레이크포레스트는 예쁘고 평화로운 동네로 유명하고, 노스브룩은 노년층에게 필요한 다양한 시설들이 가까워서 왜 인기가 있는지 알겠다”고 말했다.

올해 88세인 김정근 씨(가명)는 “28년 전에 은퇴하며 서버브 서북쪽인 호손 우드(Hawthorn Woods)에 자리를 잡았는데, 나이가 더 들면서 조금 멀게 느껴진다”며 “한인타운에 내려올 때마다 힘들어서 문화 활동과 한인 커뮤니티가 잘 형성된 곳으로 이사를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노스브룩은 특히 다양한 한식당, 한인 마트, 한인 교회가 가까이 있어 한인 커뮤니티의 생활 기반이 더욱 견고해지고 있다. 레이크포레스트 역시 차량으로 10~20분 거리 내에 여러 한인 커뮤니티 시설이 있어 은퇴 후 문화적 소속감과 실용적인 생활 편의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한인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가 되고 있다.

은퇴 도시를 선택할 때 단순히 소득 수준이나 인구 구성 뿐 아니라, 생활 편의, 의료, 안전, 커뮤니티 활동까지 두루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순위에 포함된 시카고 서버브 지역들은 이러한 조건을 충족하며, 은퇴자들에게 안정적이고 만족스러운 생활을 제공하는 곳으로 인정받고 있다.

<윤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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