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자 심사 강화에 유학생들 ‘조심 또 조심’
▶ 시카고 총영사관, ‘주의사항’ 안내
미국 유학, 이제는 공부보다 온라인 말조심이 먼저일까? 최근 미국 국무부가 유학생 비자 심사를 전면 강화하면서, 유학을 준비 중인 학생들은 물론 현지에 체류 중인 유학생들까지 적잖은 혼란을 겪고 있다. 특히 SNS 계정에 대한 사전 검토 강화, 인터뷰 일정의 불확실성, 갑작스러운 비자 취소 사례까지 이어지며 미주 유학생 사회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시카고대학교에서 최근 유학생 3명과 졸업생 4명이 ‘불법 활동’을 이유로 비자가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구체적인 위반 사유는 공개되지 않았다. 일부는 학교 국제학생처와 상담을 진행 중이고, 다른 일부는 자진 출국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리노이대학교 시카고캠퍼스(UIC)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발생했다. 학교 측에 따르면 비자 취소를 겪은 일부 학생들이 법적 대응에 나섰지만, 아직 신분이 복원되지 않은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일리노이대학교 어바나-샴페인캠퍼스(UIUC), 노스웨스턴대학교, 드폴대학교 등에서도 국제학생의 비자가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라 보고됐다. 특히 드폴대학교에 재학 중이던 한 유학생은 경범죄로 체포됐지만 기소되지 않았음에도 비자가 취소돼 논란이 일고 있다.
구체적인 이유 없이 신분이 정지되거나 비자가 취소되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미국 내 국제학생들의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 대신 영국으로 유턴 사례도
이 같은 분위기는 한국 내 유학원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조기유학 전문 청담엘유학원 측은 본지의 이메일 질의에 “5월까지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비자를 문제없이 발급받았지만, 현재 한 학생은 인터뷰 일정조차 잡지 못한 채 대기 중”이라고 밝혔다.
비자 지연 및 취소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유학 국가를 바꾸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유학원 측은 “미국 대학에 이미 재학 중이던 한 학생이 여름방학을 맞아 한국에 귀국한 후, 비자문제를 고려해 영국 유학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전했다.
유학원은 “조기유학 학생들의 경우 대부분 보딩스쿨을 통해 출국하는 만큼 당장은 큰 영향을 받고 있지 않지만, 대학이나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들 사이에서는 미국 대신 영국, 캐나다 등 다른 국가를 고려하는 흐름이 분명히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SNS 글 하나도 조심하라”
유학원 측은 최근 강화된 비자 심사 방침에 따라, 학생들에게 SNS 관리에 대한 주의도 더욱 철저히 당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학원 관계자는 “마약, 총기, 중국 관련 키워드나 게시물은 피하도록 안내하고, 중국 여행 역시 가급적 자제하라고 권고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미국 정부가 이런 검증 절차를 통해 문제가 없는 건강하고 우수한 학생들만을 선별적으로 받아들이려는 긍정적인 의도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시카고 지역 유학생 커뮤니티에서도 불안한 반응이 감지되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유학생은 “과거에 쓴 SNS 글이 불이익으로 작용할지 걱정돼 최근 계정을 삭제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를 두고 소셜미디어 활동을 사실상 ‘사상 검증’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최근 미국 내 대학가에서 벌어진 친팔레스타인 시위와 이를 둘러싼 연방 정부와 대학 간 갈등이 이번 심사 강화의 배경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일리노이주 소재 대학에 교환학생으로 재학 중인 김진영 씨(가명)는 “이번 조치는 단순한 일회성 대응이 아니라, 미국 정부가 유학생 신분에 대한 감시와 관리를 장기적으로 강화하겠다는 신호일 수 있기에 행동을 조심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시카고 총영사관, 유학생 대상 ‘주의사항’ 안내
최근 유학생 비자 관련 문제가 잇따르자, 주시카고총영사관(김정한 총영사)은 한국인 유학생들에게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고 나섰다.
총영사관 여태수 경찰 영사는 6월 3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난 4월 초부터 한국 유학생들 사이에서도 체류 자격이 갑작스럽게 정지되는 사례가 접수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현상은 시카고뿐 아니라 미네소타, 미주리 등 미국 중서부 지역의 여러 주에서도 잇따라 보고되고 있다.
여 영사는 유학생 비자 취소와 관련해 “통상적으로는 ‘법규 위반 정황’이라는 표현이 통지서에 포함되어 있지만, 실제로 어떤 조항이 문제가 되었는지는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정확한 사유 파악이 어려운 점이 학생과 가족들에게 큰 혼란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공관에서도 관련 사례를 지속적으로 보고받고 있으며, 학생들 대부분은 법적 절차를 거쳐 체류 자격을 회복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다만 향후 유사 사례가 다시 발생할 수 있는 만큼, 학생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시카고총영사관은 한국인 유학생들에게 다음과 같은 주의사항을 당부했다.
▲비자 및 여권의 유효기간을 상시 확인 ▲I-20 등 체류 자격을 입증할 수 있는 서류를 항상 소지할 것 ▲SEVIS 등록 상태를 정기적으로 점검할 것 ▲체류 신분에 변동 사항이 발생할 경우, 반드시 학교의 국제학생처(DSO) 또는 이민 변호사와 협의할 것.
또한 방학을 맞아 귀국 후 재입국하는 경우, 입국 심사 과정에서 휴대전화, 노트북 등 전자기기 검사를 요청받을 수 있으며 이를 거부할 경우 입국 거부 등의 불이익이 따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 영사는 “일상생활에서 교통법규, 폭력, 불법취업 등 사소한 법규 위반이라도 절대적으로 주의해야 한다”며 “비자 취소나 신분 정지 등 문제가 발생한다면, 즉시 학교 국제학생처(DSO) 또는 이민 전문 변호사의 조력을 받고, 필요시 시카고총영사관에 연락해달라”고 당부했다. 끝으로 “공관은 가능한 범위 내에서 한국 유학생들에게 필요한 영사 조력을 적극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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