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 체제 아래에서 지방정부 통계를 담당하던 공무원이 허위 통계 작성과 농민 탄압에 문제를 제기했다가 정신병원 강제 입원 위협까지 받으며, 결국 미국으로 도피한 사실이 알려졌다.
뤄즈페이는 중국 남동부 장시성 출신으로, 2020년부터 2024년 여름까지 광둥성 광저우시 쩡청구 농업농촌국에서 일했다. 그는 당초 농업 법집행 부서에서 행정 담당으로 근무하다가, 이후 파이탄 진에서 축산 통계를 담당하게 됐다.
뤄즈페이가 처음 충격을 받은 건 농민에 대한 부당한 단속이었다고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법집행 동료들로부터 받은 사진들을 통해, 증거가 부족한 상태에서도 농민들에게 무리하게 벌금을 부과하고, 그 과정에서 협박성 강제징수가 이뤄졌다는 점을 확인했다. 그는 “농민들의 절망과 분노가 눈에 보였다”고 회상했다.
뤄는 이 같은 단속 관행에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당시 참석한 과장과 부구청장은 그의 발언을 일축하며, 쩡청구가 광둥 전역에서 농업법집행 실적 1위를 다시 차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2021년 쩡청구는 약 260만 위안(약 3억6천만 원)의 벌금을 징수했고, 2022년 목표는 400만 위안으로 설정됐다고 뤄는 전했다.
그 후로 뤄는 직장 내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구청장의 노골적인 업무 트집도 이어졌다. 그는 이 시기부터 불면증과 우울증에 시달렸고, 2022년 5월부터 정신과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1년 뒤, 그는 파이탄으로 발령돼 가축 사육 통계를 담당했다. 그러나 현장조사는 생략된 채, 상부 지시에 따라 전년도 수치를 일괄 5.5%씩 올려서 GDP 목표에 맞춘 숫자를 작성해야 했다. 뤄즈페이는 “2023년 GDP 목표가 5%니까 수치를 5.5% 올려 채우라는 지시를 받았고, 거의 모든 통계가 그렇게 조작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앙정부는 2023년 GDP 증가율을 5.2%로 발표했지만, 뤄가 접촉한 농민들(닭, 소, 염소 사육자)중 대부분은 팬데믹 이후 적자를 보고 있었다. 그는 “내가 만나본 농가 중 70~80%는 손해를 봤고, 이익을 본 농가는 20~30%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2023년 12월, 그는 지역 꿀값 통계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정부 보고서상 꿀값은 kg당 50위안이었지만, 실제 시장가격은 26위안 수준이었다. 뤄는 자신의 개인시간을 들여 양봉업자들을 인터뷰하고 자체 보고서를 만들었다. 그리고 통계 연례회의에 이 자료를 인쇄해 참석자 전원에게 나눠주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후 쩡청구 당기감찰위원회는 그를 불러 기밀 유출이라며 추궁했다. 열흘 뒤에는 경찰이 그의 집을 찾아와 정부에 대한 생각과 외국인 접촉 여부를 캐물었다.
이러한 압박에 시달리던 그는 사직서를 제출했지만, 당국은 ‘관찰대상’으로 지정됐다며 퇴직을 불허했다. 결국 그는 2024년 5월 20일 밤, 중국판 틱톡인 더우인에서 생방송을 열고 그간의 부조리를 폭로했다. 방송은 두 시간 만에 차단됐고, 계정도 폐쇄됐다. 다음 날 그는 공안에 소환돼 과거 발언에 대해 “제정신이었냐”는 질문을 받았고, 정신감정을 빌미로 강제 입원을 협박당한 끝에 허위 자백 문서에 서명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그는 매월 사상보고서를 제출하고, 매주 경찰과 영상통화를 해야 했다. 더는 버티기 어렵다고 판단한 뤄는 결국 2024년 7월 미국에 입국했다.
뤄는 미국에서의 삶에 대해 “여기서는 사람이 사람으로 존중받는다. 투표권이 있고, 표현의 자유가 있으며, 무엇보다 국가의 존재가 피부로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자유롭다”고 말했다.
<심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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