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단속에 항의하는 시위가 LA 전역에서 확산되는 가운데, 이를 취재한던 복수의 기자들이 경찰이 쏜 비살상탄에 피격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뉴스위크 보도에 따르면, LA프레스클럽 애덤 로즈 언론자유위원장은 “현재까지 수십 명의 기자가 현장에서 폭행을 당하거나 취재를 방해받았으며, 일부는 직접적인 물리적 공격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그는 “프리랜서부터 주류 언론 소속 기자까지 모두 명확한 법적 보호를 받는 언론인들”이라며 “현재 LA 곳곳에서 경찰이 조직적으로 언론을 겨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이민단속에 반발해 지난 6일 시작된 시위는 주말 사이 격화되며 일부 지역에서는 폭력 사태로 비화됐다. 시위대는 자율주행차를 불태우고 주요 고속도로를 봉쇄했으며, 경찰은 최루탄과 고무탄, 섬광 수류탄으로 강경 진압에 나섰다. 대통령은 개빈 뉴섬 주지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캘리포니아 주방위군 투입을 명령했으며, 이 조치가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기자 토비 캔햄은 LA 다운타운 인근 101번 고속도로 옆 고지대에서 경찰과 시위대를 촬영하던 중 캘리포니아 고속도로순찰대(CHP) 경찰이 쏜 고무탄에 정면으로 맞았다. 당시 그는 명확하게 보이는 프레스 패스를 착용하고 있었으며, 현장 영상에는 그가 총에 맞은 뒤 바닥으로 쓰러지는 모습이 담겼다. 뉴스위크는 뉴욕포스트 보도를 인용해, 캔햄이 이마에 큰 타박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돼 목 통증과 경추 손상으로 입원 치료를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당시 고속도로를 바라보던 사람은 나 혼자였다. 명백히 쉬운 표적이었다”고 말했다.
영국 국적의 사진기자 닉 스턴은 LA 남부 패러마운트 지역에서 경찰-시위대 충돌을 촬영하던 중 다리에 비살상탄을 맞아 긴급 수술을 받았다. 스턴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플라스틱 탄환이 허벅지를 관통했고, 시위 참가자들이 나를 부축해 의무병에게 데려다줬다”고 밝혔다. 그는 오랜 기간 세계 각지에서 시위와 폭동을 취재해 온 기자로 당시에도 커다란 카메라와 프레스 패스를 착용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호주 9뉴스 미국 특파원 로렌 토마시는 7일 밤 LA 시내에서 생중계 리포팅 중 다리에 비살상탄을 맞았다. 방송된 영상에는 마이크를 든 토마시 기자 뒤쪽에서 경찰이 갑자기 무기를 들어 근거리에서 발사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으며, 그녀는 총탄을 맞고 고통을 호소하며 현장을 벗어났다. 이후 토마시는 SNS를 통해 “조금 아프지만 괜찮다. 꼭 전해야 할 이야기들이 있다”고 밝혔다.
범죄 전문 기자 라이언 메나와 비디오그래퍼 숀 베크너-카미첼 역시 6일 저녁 시위를 취재하던 중 비살상탄을 맞았다고 주장했다. 메나 기자는 “국토안보부 소속 요원들이 기자들과 나를 페퍼볼로 쐈다”며 멍든 다리 사진을 SNS에 공개했다.
LA경찰국 짐 맥도넬 국장은 9일 기자회견에서 기자 피격 사건에 대해 “해당 사안을 인지하고 있으며, 매우 우려하고 있고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펜실베이니아주 로렌스카운티의 전 검사 매튜 망기노는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경찰의 반복적인 비살상탄 사용이 신체적, 심각한 부상을 유발하고 있으며, 이는 LA시에 법적 책임을 야기할 수 있다”고 전했다.
<심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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