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소타주에서 민주당 소속 주 하원의원과 그 배우자가 자택에서 총에 맞아 숨지고, 또 다른 주 상원의원 부부도 총격을 받고 병원으로 옮겨지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주지사는 이번 사건을 “정치적 동기에 의한 표적 테러”라고 규정하며 전국적인 경계를 촉구했다.
팀 왈츠 미네소타 주지사는 14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주 하원의원 멜리사 호트먼과 그 남편 마크가 자택에서 총에 맞아 숨졌으며, 주 상원의원 존 호프먼과 배우자 이벳은 총상을 입고 수술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 사건이 “정치인을 노린 계획된 암살”로 보인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당국은 현재 용의자로 57세의 밴스 루터 볼터를 지목하고 대대적인 추적에 나선 상태다. 그는 사건 당시 경찰 복장을 한 채 가짜 경찰관으로 위장했으며, 권총 외에 전기충격기, 배지 등 실제 경찰 장비와 유사한 물품을 소지하고 있었다.
총격 사건은 미니애폴리스 북부 챔플린(Champlin)과 브루클린파크(Brooklyn Park)의 두 지역에서 약 한 시간 간격으로 벌어졌다. 경찰에 따르면 오전 2시경 호프먼 의원 자택에서 총격이 발생했으며, 이때 용의자는 사실적인 라텍스 가면을 쓰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경찰은 호트먼 의원의 안위를 확인하기 위해 브루클린파크에 위치한 자택으로 이동했으며, 오전 3시 35분경 현장에서 총격이 다시 발생했다. 호트먼 자택 앞에서 경찰관 복장을 한 남성과 마주친 경찰은 총격전을 벌였으나, 용의자는 도주에 성공했다. 현장에 주차된 차량 역시 경찰차를 모방한 형태였으며, 차량 안에서는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의 이름이 적힌 ‘표적 리스트’가 발견됐다.
이 리스트에는 호트먼과 호프먼 외에도 팀 왈츠 주지사, 연방 하원의원 일한 오마르, 연방 상원의원 티나 스미스, 주 검찰총장 키스 엘리슨 등 미네소타 주요 민주당 인사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수사당국은 즉각적으로 리스트에 포함된 인물들에 대한 보호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시민들에게도 “경찰을 사칭한 단독 인원에 문을 열지 말고, 911에 확인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헤네핀 카운티 보안국은 “현재는 모든 순찰 요원이 2인 1조로 근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전국적으로 계획된 반정부 시위 ‘노 킹스 데이(No Kings Day)’를 하루 앞두고 발생했다. 당국은 용의자의 차량에서 해당 시위를 상징하는 전단도 발견했다고 밝혔다. ‘노 킹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 퍼레이드에 반대하는 전국적 시위 운동으로, 특히 텍사스주 의사당은 14일 오후 ‘주의회 참석 예정 정치인에 대한 위협’으로 인해 전면 대피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왈츠 주지사는 “이런 형태의 정치적 폭력은 결코 용납되지 않는다”며, 미네소타 주민들에게 당분간 어떤 형태의 정치 집회에도 참석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백악관도 사건 발생 직후 브리핑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해당 사건에 대해 보고받았으며, “이러한 끔찍한 폭력은 용납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캐롤라인 레빗 대변인은 “대통령은 이 사건을 매우 엄중히 보고 있으며, 연방 차원의 협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전국위원회 켄 마틴 의장은 성명을 통해 “호트먼 전 의장은 아이들을 위한 무상급식, 여성 권리, 미네소타 가정을 위한 헌신 등 모든 면에서 진정한 지도자였다”며, “그는 내가 정치에 입문했을 때부터 함께했던 친구이자 조언자였다. 오늘 우리는 멜리사와 마크가 보여준 정의롭고 따뜻한 세상을 위한 가치들을 다시금 붙잡고 더 단단히 싸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호트먼의 시누이는 ABC뉴스에 “우리는 그들을 정말 사랑했다”며 “꼭 범인을 잡고 정의를 실현해주길 바란다. 너무도 참담하다”고 말했다.
현재 브루클린파크 지역의 ‘대피령’은 해제됐지만, 당국은 여전히 용의자가 무장 상태로 도주 중이라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심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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