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뉴욕시장 후보 경선, 무슬림계 젊은 정치 신인 돌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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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욕시장 민주당 경선에서 승리한 맘다니 후보/ AP>

▶조란 맘다니, 기성 정치인 앤드류 쿠오모 전 주지사 꺾어

33세의 진보적 성향의 뉴욕주 하원의원이 민주당 뉴욕시장 후보로 선출됐다.

조란 맘다니 주 하원의원이 지난 25일 치러진 뉴욕시장 민주당 내 경선에서 앤드류 쿠오모 전 뉴욕 주지사를 꺾고 사실상 승리를 확정지었다. 이는 민주당 내 세대교체와 정치 지형 변화를 예고하는 정치적 지진으로 평가된다고 미 매체 폴리티코는 이같이 전했다.

쿠오모 전 주지사는 25일 밤 늦게 패배를 인정하고 맘다니 후보에게 축하 전화를 걸었다. 그는 뉴욕시 목수노조 본부에서 열린 선거 캠프 해단식에서 “오늘은 우리의 밤이 아니었다”며 “우리가 치른 선거운동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뉴욕시 선거관리위원회가 발표한 개표 결과에 따르면, 맘다니 후보는 1순위 투표에서 43.5%를 얻어 36.3%를 기록한 쿠오모 후보를 앞섰다. 이번 선거는 유권자가 최대 5명의 후보를 순위별로 선택하는 ‘순위 선택 투표제(Ranked Choice Voting)’로 진행돼 최종 결과는 오는 7월 1일 공식 발표될 예정이다.

퀸즈의 한 맥주홀에 모인 지지자들 앞에서 맘다니 후보는 “우리는 다시 희망을 품을 수 있는 도시를 만들었다”며 “이 도시는 평범한 뉴요커들의 모습으로 재탄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결과는 2021년 성추문과 코로나19 대응 실패로 사임한 쿠오모 전 주지사의 정치 재기를 사실상 좌절시킨 것이자, 민주당 좌파의 전국적 약진을 상징하는 사건으로 해석된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대선 패배 이후 당의 향후 노선을 두고 갈등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맘다니 후보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의 지지를 받으며, ‘젊은 사회주의자 대 중도 보수적 기성 정치인’ 구도로 선거를 이끌었다. 쿠오모 전 주지사는 클린턴 전 대통령의 지지까지 얻었으나, 세대 교체 바람을 넘지 못했다.

현직 아담스 시장은 낮은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경선 대신 무소속으로 본선에 도전한다. 공화당에서는 커티스 슬리와 후보가, 무소속 진영에서는 기업인 짐 월든 후보가 각각 출마를 선언했다. 쿠오모 전 주지사 역시 무소속 출마를 포기하지 않았다.

폴리티코는 맘다니 후보가 최종 승리를 거둘 경우, 부동산·금융업계와 대도시 내 이스라엘 지지층의 거센 반발에 직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욕시 대형 기업 로비 단체 ‘뉴욕시 파트너십’의 캐시 와일드 대표는 “뉴욕은 자본주의 도시며 이스라엘과 오랜 유대관계를 맺어왔다”며 “맘다니가 시장이 된다면 심각한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간다 출신 인도계 무슬림 이민자인 맘다니 후보는 7세 때 뉴욕으로 이주해 2020년 주 하원의원에 당선됐으며, 이번 시장 선거에 출마할 당시까지만 해도 인지도가 낮았다. 그러나 대규모 청년 자원봉사 조직과 스페인어 선거운동을 앞세워 퀸즈의 남아시아계·히스패닉 지역에서 지지를 확장했다. 뉴욕시 사상 최초의 아시아계 시장 탄생 가능성도 지지 확산에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민주당 경선 참가자는 98만 782명으로, 2021년(94만 2,031명) 대비 5% 이상 증가했다. 이는 1989년 흑인 시장 데이비드 딘킨스 선출 당시 이후 최대 규모다.

맘다니 후보는 임대료 동결, 부유층 증세를 통한 무료 버스 확대 및 공영 식료품점 설립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는 “도덕적 승리에 만족하는 시대는 끝났다”며 “이번 선거를 반드시 승리로 끝내겠다”고 강조했다.

맘다니 후보가 최종 승리를 거둘 경우, 그는 뉴욕시 100년 만에 최연소 시장이자 첫 무슬림·아시아계 시장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된다.

<심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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