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내부에서 새로운 지도부 교체와 실질적인 경제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로이터·입소스(Reuters/Ipsos)가 지난 11일부터 16일까지 진행한 전국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을 지지하는 응답자의 62%가 기존 지도부를 새로운 인물로 교체해야 한다고 답했다. 반대 의견은 24%에 그쳤으며, 나머지는 잘 모르겠거나 답변을 거부했다.
이번 조사는 미국 전역 4,258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방식으로 이뤄졌으며, 이 중 1,293명이 민주당 지지층으로 분류됐다. 민주당 응답자의 오차범위는 ±3%포인트로 집계됐다.
민주당 지지층의 가장 큰 불만은 지도부가 물가, 주거비, 건강보험, 대기업의 정치적 영향력 등 실질적인 생활 문제를 등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응답자의 86%는 부유층과 대기업에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는 세제 개편을 우선 과제로 꼽았으나, 실제로 지도부가 이를 중시한다고 느낀 비율은 72%에 불과했다. 정치자금 규제 역시 73%가 중요하다고 답했지만, 지도부가 해당 문제를 우선시한다고 믿는 응답자는 58%에 그쳤다.
민주당 18~39세 응답자의 경우, 73%가 유급 가족휴가 제도 확립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지만, 당 지도부가 이를 우선시한다고 느낀 비율은 55%에 불과했다. 반면 고령층은 해당 의제에 대한 지도부의 관심도와 개인적 기대가 비교적 일치했다.
민주당 지지층이 가장 크게 우려한 부분 중 하나는 정당의 메시지 혼선이다. 예를 들어, 트랜스젠더 선수가 여성 경기 출전권을 갖는 문제에 대해, 단 17%만이 이를 우선 과제로 인식했지만, 28%는 지도부가 이를 지나치게 중시한다고 답했다. 이러한 결과는 지난해 대선 패배 직후 당 내부에서 제기된 경고와 일맥상통한다.
시카고 출신 민주당원 맷 왓킨스는 이번 여론조사가 놀랍지 않다고 말했다. 인디애나 빈곤층 가정 출신인 그는 민주당 전당대회 자원봉사, 공공기관 전략 자문 등 다양한 경험을 쌓아왔다.
왓킨스는 “당 지도부는 민주주의 수호만 외치지만, 정작 서민들이 실제로 느끼는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고민하지 않는다”며 “트럼프를 이기자는 강박은 전략이 아닌 현실 도피”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서민들이 바로 느낄 수 있는 유급 휴가, 무료 학교 급식, 감당 가능한 주거비 같은 정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민주당은 이미 지지하려는 사람들조차 잃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의 인기가 높은 이유에 대해 그는 “이들이 급진적이라서가 아니다”라며 “주거·의료 같은 기본적 요구를 정치적 부담이 아닌 도덕적 의무로 대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최근에는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오랜 핵심 인물인 랜디 와인가튼 전 미교사연맹(AFT) 회장이 사임하는 등 일부 지도부 교체가 시작됐지만, 근본적 변화가 없이는 불만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맷 왓킨스는 “단순히 얼굴을 바꾸는 게 아니라 정당의 중심 축을 바꾸라는 게 유권자의 요구”라며 “공화당이 재벌을 위해 싸우듯, 민주당도 서민을 위해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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