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A·보잉, 알래스카항공 기체 문 패널 이탈 사고 ‘공동 책임’… NTSB 공식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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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P>

지난해 초 발생한 알래스카항공 여객기 문 패널 이탈 사고는 보잉과 주요 협력사 스피릿 에어로시스템스(Spirit AeroSystems), 그리고 연방항공청(FAA)의 총체적 관리 실패가 빚어낸 결과라는 미 교통안전위원회(NTSB)의 공식 발표가 나왔다.

NTSB 제니퍼 홈앤디 위원장은 지난 24일 열린 공청회에서 “사실 이번 사고는 단순한 실수가 아닌, 오랜 기간 이어진 문제의 축적 끝에 발생한 참사”라며 “보잉 내부 감사, 직원 제보, 품질 경고, 규제 위반 사례 등에서 이미 경고 신호가 여러 차례 포착됐음에도 시정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교통안전위원회에 따르면, 문제의 여객기(보잉 737 MAX 9)의 문 패널은 제작 과정에서 탈부착됐으나, 해당 작업 이후 반드시 설치돼야 할 4개의 볼트가 빠진 채로 최종 조립이 완료됐다. 보잉 측은 해당 작업 내역에 대한 내부 문서조차 남아있지 않아 생산라인 직원들은 볼트 재설치를 인지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한 현직 보잉 직원들은 조사 과정에서 “빠른 생산을 요구하는 내부 압박 속에 실수를 피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돼 있다”고 증언했다.

FAA 역시 이번 사태에서 자유롭지 않다. 홈앤디 위원장은 “FAA의 관리·감독 시스템은 보잉과 협력사의 생산 결함을 걸러내지 못했다”며 “항공 안전의 최후 보루인 FAA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다행히도 해당 사고 당시 기내에 있던 승무원들은 침착한 대응으로 기체를 무사히 착륙시켰으며, 심각한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홈앤디 위원장은 이들을 영웅이라 칭했지만, “그들이 영웅이 될 필요조차 없었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연방항공청은 교통안전위원회의 이번 권고를 진지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히며, “알래스카항공 사고 이후 보잉에 대한 관리·감독 방식을 근본적으로 개선했다”고 해명했다. 또한, 보잉의 품질 개선을 위해 매주 회의를 열고 있으
며, 737 MAX 생산량 상한선 해제도 당분간 고려하지 않겠다고 연방항공청은 전했다.

사고는 2024년 1월 5일, 포틀랜드를 이륙한 알래스카항공 여객기에서 약 1만 6천 피트 상공을 비행하던 중 갑작스레 문 패널이 이탈하며 발생했다. 이로 인해 승객들의 의류가 찢기고 휴대전화 등 소지품이 외부로 날아갔다. 다행히 중상자는 없었지만, 기내에 있던 3명의 유아가 부모 품에 안겨 있었던 사실이 알려지며 또 다른 논란을 촉발했다.

홈앤디 위원장은 “FAA가 수년째 NTSB의 ‘어린이 전용 안전장치 의무화’ 권고를 무시해 왔다”며, “항공기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긴다면 유아 보호 조치부터 즉각 시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NTSB는 “보잉의 시스템 전반에 존재하는 관리 부실과 안전 허점이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 이와 유사한 사고는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며 철저한 시정과 구조적 개선을 요구했다.

<심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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