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멕시코인 송금 감소… 전문가들 ‘원인 놓고 의견 분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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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위크>

미국에 거주하는 멕시코 출신 이민자들이 고국으로 보내는 송금이 최근 눈에 띄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그 배경을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송금은 멕시코 국가 경제에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멕시코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송금을 받는 국가로 꼽힌다.

멕시코 금융기관 BBVA 리서치에 따르면 현재 해외에 거주하는 멕시코인은 약 1230만명에 달하며, 이 중 97%가 미국에 거주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내 멕시코인들은 총 632억 달러를 고국으로 송금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 멕시코 중앙은행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멕시코로 송금된 금액은 190억 2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5% 감소했다. 특히 4월 한 달 동안의 송금은 전년 동기 대비 12.1% 급감해, 10여 년 만에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이후 강도 높은 불법 이민 단속과 대규모 추방, 불법 체류자에 대한 복지 혜택 중단 등을 예고한 것이 송금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 주립대 스토니브룩 캠퍼스의 에리 졸로브 역사학과 교수는 “추방에 대한 불안이 커지면서 멕시코 이민자들이 송금에 신중해진 것 같다”고 밝혔다.

졸로브 교수는 “불법체류 노동자들이 자주 찾던 홈디포 매장, 호텔, 농장에서 이미 단속이 이뤄졌다”며, “비록 아직 웨스턴유니언 등 송금업체에서 단속이 있었다는 소식은 없지만, 이들 입장에서는 송금업체들도 단속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공포를 갖는 것이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단속이 확대되면서 불법체류 노동자들이 언젠가 강제 추방에 대비해 현금을 더 쥐고 있으려는 경향도 나타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멕시코 관계 전문가인 베이커공공정책연구소의 토니 파얀 소장도 트럼프 행정부의 공격적인 이민 단속이 송금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그는 “단속을 우려한 이민자들이 아예 일을 쉬거나, 고용주들이 단속을 우려해 이들을 고용하지 않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게다가 미국 경제가 둔화하면서 이민자들이 주로 종사하는 단순 노동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도 송금 감소에 일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대 아나 로페스 가르시아 교수는 다른 해석을 내놨다.

그는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오히려 추방 위협을 느낄수록 고국에 송금을 늘리는 경향이 있다”며 “따라서 단속 강화가 송금 감소의 주된 원인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밝혔다.

가르시아 교수는 송금 감소의 핵심 원인으로 경제적 요인을 꼽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2일을 ‘해방의 날(Liberation Day)’로 명명하며 전 세계를 대상으로 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했다. 수입품 전반에 대해 10%의 기본 관세가 부과되고, 유럽연합(EU)과 인도 등 일부 국가에는 20~26%의 보복성 관세가 예고됐다.

시장 반발이 커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보복관세 적용을 90일간 유예했지만, 기본 관세는 그대로 유지됐다.

최근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올해 미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1.4%로 하향 조정했다.

가르시아 교수는 “2007년 미국 경기 침체 당시에도 멕시코로 가는 송금이 줄었다”며 “이번에도 경제 불확실성이 송금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 런던대학교 버크벡칼리지의 배리 메이덤 교수도 “지난 몇 년간 송금이 완만하게 감소하던 가운데, 4월의 급감은 관세 정책에 따른 경제 불확실성이 큰 영향을 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하나의 변수는 송금세다. 최근 공화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법안에 3.5%의 송금세 부과 조항을 포함시켰다. 이 조치는 미국 시민권자를 제외한 영주권자, 임시 노동비자(H-1B, H-2A, H-2B) 소지자 등 4000만명 이상에게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메이덤 교수는 “송금세 도입을 앞두고 멕시코인들이 비공식적인 방법으로 송금을 돌리는 움직임이 있을 수 있다”며 “현금이나 물건을 우편으로 보내거나, 비공식 송금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식 통계는 은행이나 송금업체를 통한 송금만 집계하므로, 비공식 송금이 늘면 통계상 감소로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가르시아 교수는 “송금세는 아직 시행되지 않았을 뿐더러, 멕시코로의 송금 수수료가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에 송금세 우려가 송금 급감의 결정적 요인은 아닐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심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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