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여건에도…미국 Z세대, 주택시장 ‘뚫고’ 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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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cnn>

코로나19 팬데믹과 부동산 대란 속에서도 미국의 가장 젊은 세대인 Z세대가 주택시장에 빠르게 발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세부터 28세까지를 아우르는 Z세대는 팬데믹이라는 전대미문의 경제 혼란을 겪으며 성장했다. 이후 미국 전역에서 주택 가격은 급등했고, 공급 부족 현상도 심화됐다. 이로 인해 많은 젊은 층이 내 집 마련의 꿈을 포기하는 분위기마저 확산됐다.

그럼에도 Z세대 일부는 끈질기게 주택 구매에 도전하고 있다. 금융서비스업체 인터컨티넨탈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현재 전체 첫 주택 구매자 대출의 4분의 1이 Z세대 몫이다. 부동산 정보업체 레드핀이 올해 초 발표한 보고서도 Z세대의 주택 소유율이 같은 시기 밀레니얼세대와 X세대를 모두 앞질렀다고 밝혔다.

그러나 Z세대 내에서도 빈부 격차는 두드러진다. 안정적인 직업이나 가족의 재정 지원을 받는 이들은 치솟는 집값에도 주택을 마련하는 반면, 그렇지 못한 이들은 주택은 물론 임대시장조차 발을 붙이기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의 수잔 워처 부동산학 교수는 “주택 구매의 어려움은 이전 세대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며 “특히 주거비 부담은 소수계 청년층에 더 가혹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CNN이 직접 만난 Z세대 주택 구매자들의 사연은 각기 달랐다. 가족의 도움을 받은 경우도 있었고, 전적으로 스스로 마련한 경우도 있었다. 대학 학자금 대출을 안고 있는 이도, 아예 대학 진학을 포기한 이도 있었다.

다만 이들 모두에게 공통적인 점은 일찍부터 주택 구매를 목표로 삼고 절약과 장기적 재정 계획을 세웠다는 것이다.

캘리포니아 북부 레딩에서 23세에 첫 집을 마련한 사만다 가르시아 씨는 2022년부터 매달 1,000달러를 저축해 33만 5,000달러 상당의 침실 3개, 욕실 2개짜리 주택을 구입했다. 그의 고향은 LA 였으나 “100만 달러 이하 단독 주택이 거의 없다”는 이유로 과감히 떠났다. 또한, 주택 구매 당시 가르시아의 약혼자 부모가 2만 5,000달러를 지원하며 구매는 한결 수월해졌다.

21세에 메릴랜드주 볼티모어 콘도를 구입한 아드리아나 무어먼 씨는 대학 대신 인사관리 분야 직장에 일찍 진출해 학자금 대출 없는 상태로 자산을 모았다. 고등학생 시절부터 저축을 시작해 20만 2,000달러짜리 집을 스스로 마련했다.

세인트루이스 지역 부동산 중개인 에밀리 블레이록 씨는 팬데믹 이후 재택·혼합 근무가 확산되며 젊은 층이 도심을 벗어나 교외로 이주하는 현상이 뚜렷해졌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20대 초반 구매자들이 늘었다”며 “도심에서 25분 거리라면 불편을 감수하고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집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서던캘리포니아를 떠나 애리조나주 피닉스로 이주한 26세 도미닉 아즈페티아 씨도 그런 사례다. 그는 “집값이 더 이상 내려가지 않을 것 같아 더 기다릴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아즈페티아 씨는 주택 구입 비용을 마련했음에도 매도인과 금융기관과의 협상으로 52만 달러짜리 주택을 다운페이 없이 구매했다. 그는 향후 이 주택을 임대해 투자 자산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극심한 부동산 불평등 속에서도 Z세대는 철저한 준비와 유연한 지역 선택으로 주택 소유라는 꿈을 일부 실현해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구조적 격차와 주거비 부담이라는 난관이 여전해, 향후 이 세대의 주거 안정성에 대한 정책적 고민이 더욱 필요해지고 있다.

<심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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