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구매자 5명 중 1명, 월 1,000달러 이상 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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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더 힐

한때 이례적으로 여겨졌던 월 1,000달러 이상의 차량 할부금이 이제 미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잡고 있다.

자동차 시장조사기관 에드먼즈(Edmunds)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분기 신차를 할부로 구매한 소비자 가운데 19.5%가 매달 1,000달러 이상의 고액 할부금을 부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사상 최고치다.

신차 구매자들의 평균 대출 금액도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지난 분기 신차 구매자의 평균 대출액은 4만 2,388달러로, 2019년 말에 비해 약 1만 달러가 늘어났다.

이 같은 현상이 자동차 가격 급등이나 관세 때문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에드먼즈의 인사이트 담당 이반 드루리 국장은 “소비자들이 대출 기간을 늘리는 방식으로 차량 구매 비용을 조절하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84개월(7년) 이상의 초장기 대출 비중은 지난 분기 22.4%로, 1년 전(17.6%)보다 크게 증가했다. 반면 평균 다운페이먼트(초기 계약금)는 오히려 150달러가량 줄어들었다.

드루리 국장은 “소비자들이 단기적인 월 납입액을 낮추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방법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면서도 “장기적으로 보면 더 많은 이자를 물게 돼 결과적으로 더 비싼 차를 사는 셈”이라고 우려했다.

현재 미국의 신차 대출 평균 금리는 약 7%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0% 무이자 대출 상품은 사실상 자취를 감춰, 전체 신차 대출 중 0.9%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년 만에 가장 낮은 비중이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 중인 고관세 정책으로 차량 가격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일부 업체는 이미 미국 내 일자리 감축 계획을 발표했다.

관세 우려가 처음 제기됐을 당시 미국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가격 인상 전에 차량을 구매하려는 수요가 급증했지만, 지금은 그 효과가 상당 부분 사라졌다. 다만 전문가들은 당시 관세 공포가 일부 소비자들이 무리한 대출을 감수하고 차를 사게 만든 원인이 됐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결국 일부 소비자들은 감당하기 어려운 할부금에 장기간 묶일 처지에 놓였다는 지적이다.

현재 미국의 자동차 대출 잔액은 1조 6400억 달러로, 주택담보대출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소비자 부채 항목으로 집계된다.

특히 최근 몇 년간 미국인들이 더 많은 돈을, 더 오랜 기간, 더 높은 금리로 빌리는 추세가 뚜렷해지면서 자동차 대출 시장에 버블이 형성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신차 할부금은 팬데믹 이전인 2019년 평균 570달러에서, 올해 분기 기준 756달러로 약 33% 급등했다.

자동차 대출 연체율도 주목을 받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에 따르면, 올해 초 서브프라임(저신용) 대출자의 60일 이상 연체율은 1994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만 또 다른 자료는 다소 긍정적인 신호를 보이고 있다. 익스페리언(Experian)의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자동차 대출·리스 계약 중 30일 이상 연체율은 2024년 초 2.1%에서 올해 1.95%로 하락했고, 60일 이상 연체율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고금리·장기 대출·소득 정체 등 복합적 요인을 감안할 때 미국 내 자동차 대출 부실 위험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심영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