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가 이민 단속을 대폭 강화하면서 범죄 기록이 없는 이민자들의 체포가 최근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CBS뉴스가 국토안보부(DHS)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스티븐 밀러 백악관 고문이 하루 3,000명 체포라는 새로운 목표를 내건 이후, 단순 불법체류 등 민사 이민법 위반 혐의로 연방 이민세관단속국(ICE)에 체포된 이들의 수가 한 달 만에 250% 넘게 급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이민 단속의 초점은 범죄자 추방”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해 왔다. 실제로 그동안 ICE는 매주 범죄 전과자나 형사 기소 대상 이민자를 더 많이 체포해왔지만, 최근 상황은 다르다.
CBS뉴스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 20일 이후 ICE에 체포된 이민자의 약 40%만이 범죄 전과자였으며, 그중 폭력 범죄로 유죄판결을 받은 비율은 8%에 불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자신의 입법 패키지를 홍보하는 행사에서 “우리는 범죄 외국인들을 적극 단속하고 있다”고 주장했으며, 팸 본디 법무장관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폭력 범죄자가 최우선 단속 대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경 차르 톰 호먼을 포함한 백악관 고위 관계자들은 불법 입국한 모든 이민자가 추방 대상이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호먼은 지난 5월 CBS와의 인터뷰에서 “공공 안전과 국가 안보 위협이 우선이지만, 불법 체류자는 모두 단속 대상”이라며 “불법 입국은 명백한 법 위반”이라고 말했다.
CBS뉴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 첫 5개월 동안 97,000명 이상이 ICE에 의해 구금됐으며, 이 중 절반 가까이가 범죄 전과가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6월 23일 기준 ICE 구금자는 59,000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번 자료는 ICE가 비영리단체 ‘추방 데이터 프로젝트’에 공개한 것으로, 해당 단체는 정보공개법(FOIA) 소송을 통해 자료를 확보했다. ICE는 이에 대한 CBS의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특히 6월 초 이후 민사 이민법 위반으로만 구금된 이민자 수는 범죄 전과자 구금자의 2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 초반 4개월 동안 범죄 전과자 구금자가 더 많았던 것과 정반대 흐름이다.
밀러 고문이 제시한 하루 3,000명 체포 목표는 트럼프 2기 초반 하루 평균 660명 체포보다 약 5배 높은 수치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현재까지 ICE에 체포된 97,700명 중 약 40%인 39,500여 명이 범죄 전과자이며, 이 가운데 22,900명은 6월 중순까지 추방됐다. 하지만 이들 중 폭력 범죄로 유죄판결을 받은 비율은 8.4%에 그쳤다. 구체적으로 살인 전과자는 478명, 폭행 또는 성폭행 전과자는 약 6,800명이다.
또한 마약 관련 전과자는 약 5,000명으로 집계됐다. 교통 위반이 가장 흔한 범죄 유형으로, 특히 음주운전이 단일 범죄로는 가장 많았다.
호먼은 CBS와의 인터뷰에서 ‘피난처 도시(Sanctuary City)’ 정책으로 인해 범죄 전과가 없는 이민자 체포가 늘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범죄 용의자를 찾으러 주거지로 가면, 함께 있는 불법 체류자들도체포될 수밖에 없다”며 이를 ‘부수적 체포(collateral arrests)’라고 표현했다.
워싱턴 D.C. 소재 이민정책연구소(MPI)의 아리엘 루이스 소토 선임분석가는 범죄 전과가 없는 이민자가 단속·추방 대상이 되기 쉬운 이유로 “대규모로 모여 있고, 상대적으로 찾기 쉽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무장했거나 위험한 범죄자를 추적하는 데 비해, 홈디포 앞에서 불법 체류자를 단속하는 것이 훨씬 적은 자원이 든다”고 말했다.
<심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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