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제조업이 다시 흔들리고 있다. 미·중 무역갈등과 내수 부진이 겹치면서 5월 산업이익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올해 초 소폭 회복세를 보이던 분위기가 완전히 꺾인 셈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27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대형 제조기업들의 5월 산업이익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9.1% 줄었다. 이 하락으로 인해 2025년 1월부터 5월까지의 전체 수익은 1.1% 감소했다.
국가통계국 위웨이닝 통계전문가는 이 같은 감소 배경으로 내수 수요 부족과 산업제품 가격 하락, 단기적 변동성 등을 꼽았다. 하지만 단기적 변동성이 미·중 무역갈등과 관련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최근 몇 달간 미국과 중국은 서로 고율 관세를 주고받으며 무역 긴장을 이어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적자 해소와 해외로 빠져나간 제조업의 본국 회귀를 목표로 일부 중국산 제품에 최대 145%에 달하는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따라 생산비 부담이 커지고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중국 내 많은 공장들이 4월과 5월 생산을 줄이거나 중단한 상태다. 두 나라가 무역제재 완화를 위한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제조업 위축 흐름은 여전히 멈추지 않고 있다.
광산업의 이익은 1~5월 동안 29% 급감했다. 자동차 제조업 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11.9% 감소했다. 자동차 업계는 내수 시장 경쟁이 심화되고 해외 수출도 관세 장벽에 가로막히면서 가격 전쟁까지 겹쳐 실적 악화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일부 업종은 정부의 경기부양책 효과를 봤다. 베이징 당국이 노후 가전 교체를 장려하며 소비자들에게 현금 보조금을 지급하자, 스마트 가전 제조업체들의 이익은 101.5% 급등했다. 일반 가전과 기계 제조업체들도 두 자릿수 이익 증가를 기록했다. 항공·우주·조선 산업도 56%의 이익 증가를 나타냈다. 위 전문가는 이 같은 실적이 중국의 유인 달 탐사 프로젝트와 국산 대형 여객기 개발 본격화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기업 유형별로 보면, 국영기업 이익은 7.4% 감소했고 민간기업은 1.5% 줄었다. 홍콩·마카오·대만을 포함한 외국인 투자기업들은 0.3% 증가했다.
산업이익은 중국 제조업과 광업, 에너지 기업들의 재무건전성을 보여주는 주요 지표로, 향후 투자 흐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번 통계는 중국 경제가 정책 목표 달성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지난 3월 열린 연례회의에서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목표를 ‘약 5%’로 제시했다. 당국은 지난해 실질 GDP 성장률도 5%라고 발표했지만, 독립 경제 전문가들은 이 수치에 의문을 제기해왔다. 미국 로듐그룹은 지난해 중국의 실제 성장률을 3% 이하로 추정했고, 핀란드 중앙은행이 자체 개발한 모델도 4%를 밑도는 것으로 분석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제외하면, 지난해 5% 성장률은 199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베이징 당국은 내수 부진을 인정하듯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목표도 기존 3%에서 2%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20년 만에 가장 낮은 목표치로, 중국 경제 회복의 불확실성이 여전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심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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