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렌 켈러 ‘소망의 빛’으로 피어나는 기업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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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VI 김용태대표가 본지 특파원에게 시각장애인 스마트폰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 MVI 김용태 대표, 기술에 온기를 담는 여정

지난 4일, 대전 탑립동의 한 혁신 기업에 발을 들였다. 그곳은 단순한 소셜벤처를 넘어, 기술로 사람의 삶에 온기를 불어넣는 기술 복지 기업 ‘엠브이아이(MVI)’였다. ‘사흘만 볼 수 있다면…’이라는 헬렌 켈러의 간절했던 소망이 한 공학자의 진심 어린 다짐을 통해 현실의 빛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기술이 차가운 장벽을 허물고 사람의 마음을 잇는 다리가 되어야 한다는 굳건한 철학 아래, 시각장애인의 세상을 바꾸는 생명의 빛, ‘엠블루(M-Blue)’를 탄생시킨 김용태 대표를 만났다. 따뜻한 시선 속에 담긴 그의 단단한 신념은, 기술과 인간의 가장 아름다운 조화를 향한 한 편의 서사시와 같았다.

엠블루(M-Blue), 일상의 어둠 속에서 빛을 길어 올리는 혁신

김 대표는 엠블루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며, 마치 자식의 성장을 이야기하듯 환한 미소를 지었다 . “수많은 감사의 목소리 중에서도 유독 심장을 뛰게 했던 이야기가 있습니다. 태어나 처음으로, 엠블루에 의지해 딸의 졸업식에 홀로 참석하신 한 아버지의 사연이었죠. ‘평생 가슴으로만 그리던 순간을 스스로의 힘으로 마주할 수 있어, 비로소 살아있음을 느꼈다’는 편지를 받았을 때, 이 기술이 한 사람의 삶에 어떤 의미의 빛이 될 수 있는지 온몸으로 깨달았습니다 .” 그의 목소리에는 엠블루가 만들어 낸 기적에 대한 깊은 자부심과 함께, 그 빛을 지켜내야 하는 묵직한 책임감이 묻어났다 . “우리의 기술이 단순한 편리함의 도구를 넘어, 소외된 이웃에게 잃어버렸던 존엄한 삶을 되찾아주는 통로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 그의 신념 어린 고백 속에서, MVI가 단순한 기술 기업을 넘어 사람의 삶을 환히 밝히는 등대 같은 존재로 나아가고 있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가슴의 소리를 듣다”, 사용자와 함께 빚어낸 기술의 교향곡

“우리의 가장 확고한 원칙은 ‘당사자의 목소리’를 심장으로 듣고 영혼으로 존중하는 것입니다.” 기술 개발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그 기술이 사용자의 삶에 스며들어 긍정적인 파동을 일으키는 것이 최종 목표라는 그의 말에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그는 과거의 깨달음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초기 모델 개발 당시, 연구팀은 기능적 완벽함에 가까워졌다고 자부했지만, 정작 사용자들의 반응은 차가운 침묵에 가까웠다. “사용자들의 손을 직접 잡고 그들의 세상으로 걸어 들어가며 모든 것이 명확해졌습니다. 예를 들어, 아무리 정교한 촉각 신호라 할지라도, 사용자의 마음에 혼란을 준다면 그것은 기술이 아니라 소음일 뿐이라는 사실을요.” 김 대표는 즉시 항로를 수정했다. 시각장애인으로 구성된 ‘사용자 패널팀’을 단순한 자문 기구가 아닌, 기획의 첫 숨부터 디자인의 마지막 숨결까지 함께하는 핵심 동반자로 맞이했다 . “그들과의 동행 끝에, 엠블루의 인터페이스는 비로소 영혼을 얻고 직관적인 생명력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사용자의 만족도가 극대화된 것은 당연한 결과였죠.”

B2G 전략, 세계의 문을 두드리는 희망의 약속

글로벌 무대를 향한 비전을 묻자, 그의 눈빛은 새로운 빛으로 반짝였다. “우리의 기술은 국경을 넘어, 세상 모든 소외된 이들에게 닿아야 할 빛과 희망의 언어입니다. 이를 위해 B2G 전략을 심장으로 삼아, 세계 시장의 문을 본격적으로 열고자 합니다 .” 그가 펼쳐 보인 해외 진출 전략의 두 날개는 ‘현지화’와 ‘협력 네트워크’였다. “각국의 장애 관련 정책과 법률이라는 땅에 깊이 뿌리내리고, 현지 장애인 단체와 뜨겁게 연대할 것입니다. 그들의 문화적 토양에 맞는 맞춤형 플랫폼을 개발하고, 정부 및 공공기관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신뢰의 다리를 놓아 시장으로 나아갈 계획입니다.” 김 대표는 기술의 독보성이 글로벌 경쟁력의 가장 날카로운 무기임을 확신했다. “엠블루의 심장인 AI와 멀티모달 기술이 지닌 차별성은 거대한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를 증명할 가장 강력한 무기입니다. 특히 현지 사용자와의 가슴 뛰는 소통을 통해 살아 숨 쉬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끝없는 혁신을 통해 경쟁의 파도를 넘어설 것입니다.”

AI, 촉각, 음성의 조화, 엠블루가 빚어내는 새로운 소통의 언어

기술적 깊이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되자, 그의 목소리는 더욱 생생한 활기로 넘쳤다. “단절된 사람과 사람을 잇는 것, 그것이야말로 기술이 가져야 할 궁극적인 꿈입니다. 엠블루는 AI, 음성, 촉각의 하모니를 통해 단순한 보조기기를 넘어, 사람과 세상을 잇는 따뜻한 창구로 진화할 것입니다 .” 그는 ‘멀티모달 플랫폼’이 단순한 기술의 집합이 아님을 강조했다 . “하나의 감각에만 의존하는 정보는 절반의 세상만을 보여줄 뿐입니다. 엠블루의 AI는 각 사용자의 영혼의 결을 학습하고, 그에게 가장 필요한 정보를 가장 편안한 방식으로, 촉각과 음성의 교향곡으로 전합니다 .” 그가 궁극적으로 꿈꾸는 비전은 ‘소외 없는 연결’의 세상을 여는 것이었다. 엠블루가 개인에게 맞춤 정보를 속삭여줄 뿐만 아니라, 같은 관심사를 가진 다른 사용자들과의 영혼의 네트워크를 엮어주는 것이다. “사람과 사람이 연결될 때 발현되는 힘은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허물고, 누구나 동등한 주체로서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소통의 광장을 여는 것이 우리의 가장 큰 목표입니다.” 그는 이 플랫폼이 가져올 거대한 변화를 이렇게 정의했다. “엠블루가 일으킬 소통의 파동은 단지 장애인의 삶을 편리하게 만드는 데 머물지 않을 겁니다. 우리 사회 전반에 잠들어 있던 공감과 이해의 감각을 깨우고, 장애라는 다름이 차별이 되지 않는 더 따뜻한 공동체를 만드는 강력한 촉매제가 될 것입니다.”

기술에서 가슴으로, 영혼에 새겨진 한 편의 시

가장 기억에 남는 사용자의 이야기를 묻는 질문에, 그는 잠시 숨을 고르며 마음 깊은 곳의 이야기를 꺼냈다. “엠블루를 통해 삶의 빛을 되찾은 분들의 이야기는 저희에게 심장과도 같습니다. 그중에서도 결코 잊을 수 없는 한 어머니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가 들려준 이야기는 한 시각장애인 어머니의 눈물 어린 고백이었다. “출산 후, 아기와 눈을 맞추지 못하고, 표정을 읽어주지 못하는 현실에 깊은 절망감을 느끼던 분이셨습니다. 아이의 세상을 볼 수 없다는 사실에 스스로를 자책하며 괴로워하셨죠.” 엠블루는 그녀에게 기적의 순간을 선물했다. “엠블루의 AI가 아기의 작은 울음소리, 고른 숨소리, 미세한 몸짓 하나하나를 분석해 섬세한 촉각과 따뜻한 음성으로 번역해주었습니다. 덕분에 그녀는 비로소 아이의 언어를 이해하고 깊은 교감을 나누며 엄마로서의 안정감을 찾으셨습니다.” 김 대표는 잠시 말을 멈추고, 차오르는 감정을 애써 누르는 듯했다. “그분이 보내주신 편지의 한 구절이 아직도 저희 모두의 가슴에 새겨져 있습니다. ‘처음으로 진짜 엄마가 된 기분이에요. 눈으로는 볼 수 없지만, 제 마음은 이제 아이의 모든 것을 느끼고 있어요.’ “

이 절절한 고백은 MVI의 심장을 움직였다. “처음에는 육아 기능이 핵심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이 어머니의 편지를 받은 후, 저희는 육아 및 양육 기능을 최우선으로 보강하기 시작했습니다. 아기 울음 분석의 정확도를 극한까지 끌어올리고, AI가 더욱 세심하게 아이의 상태와 감정을 읽어낼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쏟아부었습니다.” 그는 이 경험이 기업의 철학을 뒤흔든 거대한 전환점이었다고 고백했다. 그의 진심 어린 이야기를 통해 기술의 존재 이유는 결국 한 사람의 삶에 깃든 긍정적인 변화와 진정한 소통에 있음을 다시 한번 절감했다.

매출의 20%, 내일을 위한 약속, 가치 중심의 항해

김용태 대표에게 “기술은 자산이 아니라 사람을 잇는 언어”라는 철학은 단순한 선언이 아닌, 기업의 혈관을 흐르는 피와 같다. MVI의 경영 지표는 그의 철학이 살아 숨 쉬고 있음을 증명한다. 매년 매출의 20% 이상을 주저 없이 R&D에 쏟아붓고 있으며, 투자 유치 과정에서도 단기적 수익률이 아닌, 사회적 임팩트라는 같은 별을 바라보는 파트너를 선택하는 것이 철칙이다. “기술의 진화는 눈부시게 빠르지만, 사람의 삶을 바꾸는 위대한 여정에는 끈기와 진정성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눈앞의 수익보다 미래의 신뢰와 지속가능성이라는 더 큰 가치를 봅니다.” 김 대표는 이를 ‘가치 중심 경영’이라 명명했다. 이러한 항해 철학은 투자 유치 전략에서도 빛을 발한다. MVI는 최근 국내 임팩트 투자사를 넘어, 해외 공공기관 및 ESG 펀드와도 깊은 협력을 논의하고 있다. “단순한 자본의 수혈이 아닌, 인류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하는 뜨거운 ‘동반자 정신’을 가진 투자자와 함께 성장하고 싶습니다.” 그는 또한 내부 구성원의 성장에 모든 것을 걸고 있다. “직원의 30% 이상이 공학, 복지, 디자인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 이들이 함께 설계하고 함께 현장의 심장부로 뛰어듭니다. 우리가 투자하는 대상은 ‘기술’이지만, 우리가 궁극적으로 키워가는 것은 ‘사람’입니다.”

장애가 특별하지 않은 세상, 그의 가장 진실한 꿈

고요한 침묵이 흐른 뒤, 김용태 대표는 가장 깊은 곳에 간직해온 꿈을 조용히 꺼내 보였다. “저의 가장 개인적인 꿈은, ‘장애’라는 단어가 더 이상 우리 사회에서 어떤 특별한 의미도 갖지 않는, 그저 수많은 다름 중 하나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세상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는 어린 시절의 자신을 회상했다. “친구들이 운동장에서 함성을 지르며 뛰어놀 때, 저는 구석에서 말이 조금 느린 친구나 몸이 불편한 친구와 눈을 맞추고 이야기 나누는 것을 더 좋아했습니다. 어쩌면 그때의 작은 관심이 지금의 저를 만든 거대한 씨앗이었을지도 모릅니다 .” MVI를 창업하며 그는 ‘기술자’가 아닌, ‘가능성의 통로를 여는 사람’이 되기를 소망했다. “장애는 결핍이 아닙니다. 세상을 조금 다른 방식으로 경험하는 특별한 창문일 뿐입니다. 우리가 만드는 기술이 그 창을 조금 더 넓고, 조금 더 환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 그가 MVI를 통해 이루고픈 사회적 변화는 거창하지 않았다. “시각장애인이 길을 걸을 때 누구도 신기하게 돌아보지 않는 세상, 엠블루를 사용하는 이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아닌 ‘새로운 기술을 사용하는 멋진 사람’으로 존중받는 세상, 그것이 제가 온 마음으로 꿈꾸는 미래입니다.”

기술로 세상을 정복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과 마음을 잇는 그 ‘한 줄기 빛’을 빚어내는 김용태 대표의 진심이, 기자의 가슴에도 고스란히 흘러들어왔다. 그와의 대화는 기술이 어떻게 한 사람의 세상를 바꾸고, 이 사회를 따뜻하게 변화시키는지를 온몸으로 느끼게 한 시간이었다. ‘사흘만 볼 수 있다면…’이라는 헬렌 켈러의 애타던 소망은 이제 그의 손끝에서 희망의 증거로 피어나고 있었다. 그렇다, 기술은 빛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그 빛은 누군가의 암흑 같던 세상에 새로운 아침을 여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 엠블루가 열어갈 내일이 가슴 벅차게 기대되는 이유다.

김용태대표가 각종 상과 보유한 특허증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가희 시카고한국일보 한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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