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이 구리에 대해 5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그는 또한 미국으로 수입되는 제약품에 대해 최대 200%의 관세를 예고했다.
대통령은 지난 8일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오늘 우리는 구리에 대해 조치한다”며 “구리 관세는 50%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관세 발효일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CNBC 프로그램 ‘파워 런치(Power Lunch)’에 출연해, “구리 관세는 7월 말 또는 8월 1일부터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며, 이번 조치의 목적은 미국 내 구리 생산을 늘리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구리 외에도, 제약품에 대해 최대 200%의 수입관세를 예고했지만 “즉시 시행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사람들이 준비할 수 있도록 1년에서 1년 반 정도의 유예기간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러트닉 장관은 이와 관련해 “제약품과 반도체에 대한 조사는 이달 말 완료될 예정이며, 그에 따라 대통령이 최종 정책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대통령이 어떤 방식으로 실행할지는 그가 직접 결정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번 구리 관세는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초부터 예고해왔던 조치다. 그는 2월 행정명령에 서명해 상무부에 구리 수입이 국가안보와 경제안정성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고 대응할 것을 지시했으며, 당시에도 최대 25%의 관세 부과를 언급한 바 있다.
관세 발표 직후 산업용 구리 가격은 11% 이상 급등해 파운드당 5.55달러를 기록했다. 미국은 연간 약 110만 톤의 구리를 생산하는 주요 생산국 중 하나지만, 자국 소비량은 생산량의 두 배에 달해 주로 칠레 등지로부터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칠레는 연간 530만 톤으로 세계 최대 생산국이며, 이어 콩고민주공화국(284만 톤), 페루(276만 톤), 중국(183만 톤) 순이다.
구리는 전기차, 재생에너지, AI, 데이터센터, 로봇, 반도체 등 다양한 첨단 산업에 필수적인 소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정책 핵심 수단으로도 꼽힌다. 구리개발협회(Copper Development Association)에 따르면, 데이터센터 전력 1메가와트 증설에는 약 27톤의 구리가 필요하며,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2029년까지 12만 7천 메가와트에 이를 전망이다.
LPL 파이낸셜의 수석 기술 전략가 애덤 턴퀴스트는 올해 중간전망 보고서에서 “구리는 향후 몇 년간 최고의 원자재 성과를 낼 것”이라며 “AI 인프라 확대에 직접 연결되는 장기적 수혜 자산”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구리는 AI 관련 산업과 함께 재조명되고 있으며, 전도성이 뛰어나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급증에 핵심 소재로 떠오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전망 속에서 올해 들어 구리 가격은 약 30% 상승했으며, 관련 광산 기업들의 주가도 덩달아 올랐다. 세계 최대 구리 채굴업체 중 하나인 프리포트 맥모란(Freeport-McMoRan)은 올해 주가가 약 24% 상승했고, 서던커퍼(Southern Copper)는 약 16% 상승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발언 직후 두 종목은 각각 5%, 1% 급등했다.
하지만 구리 가격 상승은 건설 및 기술 분야 등 구리 사용량이 많은 산업군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구리는 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에도 필수적인 원자재다. 구리는 엔비디아의 특수 칩 아키텍처인 블랙웰(Blackwell), 데이터 시스템, 냉각 장비 등에 활용된다.
<심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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