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연구 해킹 혐의”…中 정보기관 연루된 중국인, FBI에 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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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워싱턴에 소재한 미 법무부_에포크타임스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중국 정보기관과 연계된 해커로 알려진 중국 국적 남성을 체포하고, 코로나19 백신 연구를 훔친 혐의로 기소했다.

미 법무부는 지난 8일, 미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이탈리아에서 체포된 중국인 쉬저웨이(33)를 기소했다고 밝혔다. 쉬는 지난 3일, 중국발 항공편으로 밀라노 말펜사 공항에 도착한 직후 이탈리아 경찰과 FBI 요원에 의해 체포됐다. 그는 지난 2020년 2월부터 2021년 6월까지 미국 대학 여러 곳의 네트워크에 침입해 코로나19 연구 정보를 해킹한 혐의를 받고 있다.

법무부는 이날 텍사스 남부연방법원에서 쉬와 또 다른 중국인 장위(44)를 대상으로 한 9건의 혐의가 담긴 공소장을 공개했다. 장은 현재 도주 중이다.

공소장에 따르면 쉬는 중국 상하이에 본사를 둔 ‘상하이 파워록 네트워크(Shanghai Powerock Network)’라는 회사의 총괄매니저로, 이 회사는 중국 국가안전부 산하 상하이시국가안전국(SSSB)의 지시를 받아 해킹 활동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는 “이번 사건은 중국 당국이 민간 업체들을 위장 도구로 활용해 해외 사이버 첩보 활동을 벌이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밝혔다.

니콜라스 간제이 텍사스 남부 연방검사는 성명에서 “쉬는 중국 정부의 지시에 따라 코로나19 연구를 해킹한 반면, 중국 정부는 바이러스 기원에 대한 정보를 은폐하고 있었다”며 “텍사스 남부 검찰은 수년간 쉬의 송환을 기다려왔고, 마침내 정의 실현이 임박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은 사이버 범죄를 결코 잊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의 기원에 대해 미국 중앙정보국(CIA), FBI, 에너지부 등은 중국 내 연구소에서 유출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내린 바 있다. 반면 중국 당국은 이를 부인하며, 초기에는 바이러스의 심각성을 수주간 축소 보도하기도 했다.

FBI 휴스턴 지부는 이날 SNS 엑스를 통해 “쉬는 FBI가 생포한 첫 중국 정보기관 연계 해커 중 한 명”이라고 밝혔다. 이어 “조사 결과, 중국 정부는 미국으로부터 정보를 훔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며 “그들의 유일한 후회는 범행이 만천하에 드러났다는 사실뿐”이라고 지적했다.

수사당국에 따르면 쉬 일당은 미국 대학 여러 곳의 네트워크를 해킹하고, 코로나19 백신 개발 및 치료제 연구에 참여 중인 면역학자 및 바이러스학자들의 이메일 계정에 침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기소장에는 대학 실명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텍사스 남부에 위치한 ‘대학 1(UNIVERSITY 1)’과 ‘대학 3(UNIVERSITY 3)’, 그리고 노스캐롤라이나에 위치한 ‘대학 2(UNIVERSITY 2)’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미국 및 해외에 사무소를 둔 한 로펌도 해킹 대상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따르면, 쉬는 2020년 2월 19일 ‘대학 1’의 네트워크에 침입했고, 불과 사흘 뒤 SSSB 요원으로부터 해당 대학의 면역학자 및 바이러스학자들의 이메일 계정을 겨냥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쉬는 며칠 뒤 “메일박스 내용을 확보했다”고 보고했다는 것이 공소장 내용이다.

또 쉬와 장은 2021년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익스체인지 서버 취약점을 악용해 국제적 주목을 받았던 중국 국가지원 해킹조직 ‘하프늄(Hafnium)’ 소속이기도 하다. FBI 사이버부서의 브렛 리더먼 부국장은 “하프늄을 통해 중국 공산당은 6만 곳 이상의 미국 기관을 표적으로 삼았고, 이 중 1만 2천 곳 이상이 실제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쉬는 2021년 1월 30일, ‘대학 3’의 익스체인지 서버를 뚫고 웹셸(Web shell)을 설치해 원격 조종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같은 방식으로 로펌의 컴퓨터에도 침입해 ‘홍콩(HongKong)’, ‘국가안전부(MSS)’ 등의 키워드를 검색한 정황도 드러났다.

쉬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통신 사기(wire fraud), 신분 도용, 불법 컴퓨터 접근 등 총 9가지 혐의로 기소됐으며, 이 중 통신 사기만으로도 최대 징역 20년형에 처할 수 있다.

쉬의 변호인은 “중국에서 흔한 성씨인 쉬 씨가 잘못 지목됐으며, 그의 휴대전화도 2020년 이후 도난당했다”고 주장하며 혐의를 부인했다.

쉬는 현재 이탈리아 밀라노 항소법원에 출석해 미국으로의 송환에 반대 입장을 표명한 상태다.

<심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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