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주택금융청(FHFA)이 미국인들이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렌트비 납부 이력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지침을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신용기록이 부족한 미국인들이 자산을 축적하고 세대 간 부를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빌 풀트 연방주택금융청장은 지난 8일 엑스를 통해 “앞으로 신용기록은 단순히 신용카드와 대출만이 아니라 렌트비 납부도 포함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FHFA는 최근 몇 주간 모기지 자격 요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점진적으로 확장해왔다. 지난달에는 패니메이(Fannie Mae)와 프레디맥(Freddie Mac)에 단독주택 모기지 대출 리스크 평가 시 암호화폐도 자산으로 고려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풀트 청장은 이 두 개의 정부지원 주택금융기관(GSE)에 “모기지 자산으로서 암호화폐를 인정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명령했다. 이전까지는 주택구입자의 신용은 FICO 점수만을 기준으로 평가됐으며, 이 점수에는 렌트비 납부 내역이 반영되지 않았다.
이제는 렌트비 납부가 신용점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 중 하나로 인정되면서, 신용점수 기준이 FICO가 아닌 밴티지스코어(Vantage Score)로 전환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레드핀(Redfin) 수석 이코노미스트 대릴 페어웨더는 이러한 변화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미 2022년 연방주택청(FHA)은 첫 주택구입자가 렌트비 납부 이력을 FHA 보증 모기지 신청 시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 바 있다. 현재 논의 중인 방안은 이러한 자격 확대를 비-FHA 모기지나 반복 구매자에게까지 적용하겠다는 내용으로, 팬딩(Pending)의 CEO 노엘 로버츠는 이 조치가 시행된다면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풀트 청장의 이번 발표가 미국 주택 시장의 침체를 해소할 수 있는 긍정적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리얼터닷컴(Realtor.com)의 자료에 따르면, 2025년 5월 기준 중간 가격대의 주택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미국 가구 소득의 44.6%를 지출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재정 전문가들이 권장하는 소득 대비 주거비 비율 30%를 훨씬 초과한 수치로, 리얼터닷컴 이코노미스트들은 “주거비 부담은 단순히 커진 것이 아니라 거의 사라질 지경”이라고 평가했다.
리얼터닷컴 수석 이코노미스트 조엘 버너는 이번 조치가 모기지 시장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전반적인 주택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신용기록이 저조한 소비자들이 렌트 이력을 활용해 시장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신용카드나 자동차 대출 등 기존 채무 이력이 부족한 소비자들에게 특히 유익하다고 설명했다.
버너는 “첫 주택 구입을 가로막는 장벽이 워낙 많기 때문에 그중 하나를 제거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주택 소유자가 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렌트비 납부 이력이 불량하지만 신용점수가 좋은 일부 소비자들에게는 혜택이 돌아가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하며, “그러나 그런 경우는 극소수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버너는 “이제 이 렌트비 납부 경험이 모기지 자격에 반영되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주택을 소유함으로써 자산을 형성하는 것은 장기적인 재정 건강과 세대 간 자산 이전의 핵심”이라며, “지금까지는 매달 렌트비를 꼬박꼬박 내도 그 노력은 자산 형성으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심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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