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층, 정상 수치 비타민 B12도 뇌 건강에 부족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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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hutterstock>

정상 범위에 속하는 비타민 B12 수치라도 고령층에게는 인지 저하와 뇌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신경과 연구진은 최근 발표한 논문을 통해, “정상 하한에 가까운 B12 수치가 노인들의 뇌 백질 손상 및 인지 처리 속도 저하와 연관이 있다”며 B12 수치 기준의 재검토를 촉구했다.

공동 제1저자인 알렉산드라 보드리-리처드는 “지금까지 생각했던 것보다 낮은 수치의 B12가 인지 기능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이는 우리가 인식하지 못한 훨씬 많은 인구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신경학 저널(Annals of Neurology)에 게재됐으며, 연구진은 치매나 경도인지장애 진단을 받지 않은 평균 연령 71세의 건강한 성인 231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참가자들의 평균 혈중 B12 수치는 414.8 pmol/L로, 미국의 결핍 기준인 148 pmol/L를 상회하며 전반적으로 ‘정상’ 범위(118~701 pmol/L)에 해당했다.

그러나 인지 기능 평가에서는 B12가 낮은 참가자일수록 시각 정보 처리 속도가 느려졌으며, 특히 고령자일수록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졌다. 연구진은 또한 혈액 내 활성형 B12 수치가 낮을수록 뇌 백질에 손상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뇌 백질은 뇌 각 부위 간 신호를 전달하는 경로로 손상이 생기면 인지 기능 저하, 치매, 뇌졸중 등의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캘리포니아대 신경면역학 및 교세포생물학 분과장인 아리 J. 그린 박사는 “기존 연구들이 간과한 미세한 기능적 증상들이 B12 수치에 따라 발생할 수 있다”며, “비타민 B12 결핍의 정의를 기능적 지표까지 포함하도록 재정립해야 조기 개입과 인지 저하 예방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노인들이 위산 분비 감소로 인해 B12 흡수율이 떨어지며, 식이 부족까지 겹칠 경우 결핍 위험이 커진다고 분석했다. B12는 신경세포 건강에 필수적인 영양소로, 부족할 경우 뇌의 전기 전도율이 저하되고 반응 속도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가자들은 시각 자극 반응 속도를 측정하기 위해 깜빡이는 화면을 주시하는 동안 두피에 부착된 전극을 통해 뇌파 반응을 측정했다. 이 실험에서 B12 수치가 낮은 참가자들은 자극에 대한 뇌 반응 속도가 느렸고, 시야의 특정 영역에서 전기 신호가 감소했다. MRI 영상에서도 이들 그룹은 더 많은 백질 병변을 보였다.

보드리-리처드 박사는 “정상 범위에 속하더라도 수치가 낮은 고령자 중 신경학적 증상을 보이는 경우, 의사들은 B12 보충제를 고려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그는 “B12 부족이 인지 저하의 예방 가능한 원인일 수 있기 때문에, 관련 기초 연구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공식 권장 섭취량이 모든 사람에게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영양상담사 아데렛 다나 혹은 “나이, 임신, 장 건강 등으로 인해 B12 흡수에 문제가 있는 경우에는 더 많은 섭취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로리 캐럴 영양사는 B12를 유지하려면 육류(소고기, 돼지고기, 양고기)뿐 아니라 닭고기, 칠면조 등 가금류, 연어·참치·정어리·조개류 등의 해산물을 식단에 포함시킬 것을 권장했다. 유제품(우유, 치즈, 요거트)과 계란도 훌륭한 공급원이다.

채식이나 비건 식단을 따르는 이들은, B12가 강화된 식물성 우유, 뉴트리셔널 이스트, 시리얼, 혹은 고품질 보충제를 반드시 섭취해야 한다고 캐럴은 강조했다. “식물성 식품만으로는 충분한 B12를 얻기 어렵다”고 말했다.

<심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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