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리노이주가 노후화된 도로와 기반시설 문제를 외면한 채, 2026 회계연도 예산안에서 도로 건설·정비 전용 기금 3억800만 달러를 다른 용도로 돌린 것으로 드러나 비판이 커지고 있다.
이번 예산안에는 원래 도로기금에 들어가야 할 자동차 연료세 1억7100만 달러가 포함돼 있으며, 이 자금은 JB 프리츠커 주지사가 2019년 발표한 450억 달러 규모의 ‘리빌드 일리노이(Rebuild Illinois)’ 인프라 개선 계획의 핵심 재원이었다.
하지만 도로와 교량, 철도, 공항 개선을 위해 인상된 세금이 정작 엉뚱한 곳에 사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특히 당시 인프라 계획에는 최소 14억 달러 규모의 선심성 지역사업이 포함됐으며, 반려견 공원, 피클볼 경기장, 폐극장 리모델링 등이 대표적이다.
일리노이폴리시(Illinois Policy)에 따르면, 이번 새 예산에는 민주당 지역구에만 2억3700만 달러의 선심성 지역사업이 포함돼 있어 전체 납세자의 약 3분의 1은 사실상 배제됐다.
프리츠커 주지사는 지난해에도 “리빌드 일리노이는 주지사 취임 이후 최우선 과제였다”며 “수년간 방치되고 소홀했던 인프라를 바로잡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지만, 현실은 계획과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또한 이번 예산에는 도로기금에서 1억3700만 달러가 추가로 전용돼 주정부 직원들의 건강보험 재정으로 사용됐다. 주정부는 이 같은 전용이 법적으로 허용된 범위 내의 ‘산재 및 부상 관련 의료비’로 분류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미 연방교통국 통계에 따르면, 일리노이주 도로의 ‘양호 등급’ 비율은 2023년 기준 80.4%에 그쳐 전국 평균(81.2%)을 밑돌았다. 같은 기간 인디애나, 아이오와, 미네소타 등 인근 주들은 90% 이상의 양호 등급을 유지하고 있어 대조를 이룬다.
전문가들은 “도로 및 인프라에 대한 투자야말로 경제 성장의 핵심”이라며 “무분별한 기금 전용과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예산 운영을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2016년, 일리노이 유권자들은 교통 관련 수익을 다른 용도로 전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일명 ‘락박스(lockbo엑스)’ 헌법 개정을 압도적으로 통과시켰다. 그러나 이후에도 정치권은 기금 이월 지연, 지출 재분류 등 편법을 통해 도로기금을 다른 용도로 돌려왔다.
일리노이폴리시(Illinois Policy)는 “일리노이주가 진정으로 인프라 개선을 원한다면, 전용을 중단하고 필요한 분야에 예산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미네소타주처럼 성과 기반 예산제도를 도입해 필요성과 성과에 따라 도로·교량 유지 관리 예산을 집행할 것을 제안했다.
아울러 일리노이포워드(Illinois Forward) 계획처럼 납세자 소득 증가에 맞춰 예산 상한을 설정하고, 선택적 지출을 축소하는 재정 개혁도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는 매년 반복되는 예산 부족을 도로기금으로 메우는 악순환을 끊을 수 있는 실질적 해법으로 평가된다.
<심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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