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갈등 끝에 신당 창당을 추진하면서,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2026년 중간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머스크가 ‘아메리카당(America Party)’ 창당을 강행할 경우, 제3당 후보들이 공화당 표심을 분산시켜 민주당에 승리를 안길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공화당 의원들은 과거 대선 및 상원 선거에서 제3당 후보가 선거 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사례들을 언급하며, 머스크의 신당이 민주당보다 공화당 표를 더 잠식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머스크가 신당의 핵심 정책 중 하나로 ‘연방 부채 감축’을 내세우고 있는 점도 전통적 보수층의 이탈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머스크가 직접 후보를 내거나 다른 제3당 후보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나설 경우, 실제로 의회 의석을 얻기보다는 박빙 승부 지역에서 공화당 후보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론 존슨 상원의원은 “만약 머스크가 새로운 정당을 창당한다면, 이는 트럼프 이전 수준의 예산 절감이나 균형 재정 달성은 사실상 물 건너가는 일”이라며, “우리 당의 분열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민주당은 적자에 대해 아무런 우려도 없다. 지금 우리가 지출 문제를 바로잡지 않으면 중간선거에서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퀴니피액 대학 여론조사에 따르면, 공화당 유권자의 62%가 머스크에게 호감을 갖고 있으며, 무당층의 29%, 민주당 유권자의 3%만이 긍정적 시각을 보였다. 이처럼 보수층에서 높은 지지를 받는 머스크의 정치적 행보가 결국 공화당의 기반을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과거에도 제3당 후보로 인해 공화당이 손해 본 사례는 적지 않다. 몬태나주에서는 자유당 소속 릭 브레켄리지와 댄 콕스가 각각 2018년과 2012년 상원 선거에서 민주당 존 테스터 의원의 재선에 도움을 줬다는 평가가 있었다. 위스콘신에서도 자유당 후보 필 앤더슨과 아메리카 퍼스트당 소속 토마스 리거가 2024년 공화당 후보 에릭 호브데의 상원 진출을 어렵게 만든 것으로 분석됐다.
공화당 상원선거위원회 전 위원장이었던 제리 모란 의원은 “제3당 후보들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적은 있지만, 다수당이 된 적은 없다”며 “머스크와 트럼프 간의 최근 갈등은 유권자들에게 정치적 사명감보다는 개인적 복수심으로 비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는 “정치는 끊임없이 변하는 유권자의 바다다.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유권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며 “머스크의 등장이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막대한 자금력도 변수다. 머스크는 2024년 선거에만 2억9천만 달러 이상을 쏟아부었다. 모란 의원은 “돈은 선거에서 중요한 요소다. 머스크는 후보를 자금 면에서 즉시 경쟁력 있게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화당 상원의원은 “머스크는 1992년의 로스 페로처럼 선거의 ‘스포일러’가 될 수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 시절 정부 자문 역할에서 실망한 것이 갈등의 출발점이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존 튠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머스크의 정당이 공화당 표를 잠식할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민주당 표도 일부 가져갈 수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정치는 자유 시장이다. 아직 판단하기 이르지만, 자유국가에서 누구나 자신의 길을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전략가 스티브 자딩은 “머스크는 하원 15곳, 상원 6곳만 집중 공략해도 의회 판도를 뒤바꿀 수 있다”며 “상원 한 곳당 3천만 달러, 하원 한 곳당 1500만 달러를 투입하면 머스크의 후보들은 강력한 경쟁자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당명이 무엇이든 상관없다. 그저 수표만 쓰면 된다”며 “제3당 후보가 의회에 진입할 경우, 의회 내 캐스팅보트를 쥘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심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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