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담배 액상으로 인한 두 아동 사망 사례도…
니코틴 제품을 만진 뒤 중독 증상을 보인 영유아 수가 최근 몇 년 사이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소아과학회 학술지 피디아트릭스에 14일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23년까지 6세 미만인 아동의 니코틴 중독 사례는 총 13만4,663건으로 집계됐다. 대부분은 가정 내에서 발생했다.
노출된 제품은 니코틴 파우치, 씹는담배, 일반 담배, 전자담배, 니코틴 껌과 캔디류 같은 금연 보조제 등이다. 이 중에서도 최근 몇 년간 인기를 끈 Zyn 같은 니코틴 파우치가 영유아 중독 증가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됐다.
연구에 따르면 니코틴 파우치 관련 중독 사례는 2020년 인구 10만 명당 0.48건에서 2023년 4.14건으로 급증했다. 단 3년 사이 무려 763%나 늘어난 것이다. 이는 같은 기간 동안 니코틴 파우치 판매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니코틴 파우치는 사용자가 입술과 잇몸 사이에 넣고 일정 시간 후 버리는 형태다. 최대 6mg의 니코틴을 함유할 수 있으며, 담배가 아닌 ‘침 뱉을 필요 없는’ 무손 대체재로 홍보돼 왔다.
하지만 이 제품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금연용 니코틴 대체재로 승인받은 바 없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2021년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니코틴 파우치 판매는 2016년 약 70만 달러에서 2020년 중반 2억1,600만 달러로 폭증했다.
미시간 소아과 의사이자 미국소아과학회 대변인인 몰리 오셰이 박사는 “이런 제품이 결국 어린아이 손에 들어가는 건 시간문제였다”며 “안타깝지만 놀랍지는 않다”고 말했다.
니코틴은 소량으로도 어린아이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는 고독성 화학물질이다. 2013년 한 연구에 따르면 니코틴은 심박수와 혈압을 상승시키고, 구토나 혼수상태를 유발할 수 있다.
이번 연구에서 대부분의 중독 사례는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지만, 39명의 아이는 호흡 곤란, 발작 등 중대한 증상을 겪었다고 연구 저자이자 오하이오 중부 중독센터 소장인 나탈리 라인은 밝혔다.
전체 사례 중 76%는 2세 미만의 유아였다. 특히 전자담배 액상을 삼킨 1세 남아와 1세 반 가량 된 또 다른 남아 두 명은 사망에 이르렀다.
라인은 “다행히 대부분의 아이들은 가벼운 증상만 보였거나 무증상으로 지나갔으며, 치료가 필요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두 명의 사망은 예방 가능한 죽음이라는 점에서 결코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흡연 반대 시민단체인 ‘아이들을 위한 무연 운동’의 대표 욜론다 리처드슨은 성명을 통해 “이번 연구는 니코틴 파우치가 어린이 건강에 끼칠 수 있는 위험성을 더욱 분명히 보여준다”며 “부모, 보육교사, 의료진에게 니코틴 제품의 위험성과 중독 가능성을 알리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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