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학생비자로 입국한 중국 국적 유학생 8명이 컴퓨터 팝업창을 이용해 미 전역의 노인들을 속이고 1천만 달러 이상을 가로챈 혐의로 연방 대배심에 의해 기소됐다.
펜실베이니아 중부 연방검찰은 지난 10일 이들 가해자들이 2023년 8월부터 2024년 2월까지 미국 내 19개 주에서 50명 이상의 고령자들을 대상으로 조직적인 사이버 범죄를 저질렀다고 발표했다.
에드워드 V. 오웬스 국토안보수사국(HSI) 필라델피아 지부장은 성명을 통해 “이번 기소는 우리 사회의 가장 취약한 계층인 고령층을 지키기 위한 HSI의 끊임없는 노력을 보여준다”며 “이러한 범죄는 피해자들에게 정신적·경제적으로 막대한 상처를 남긴다. 우리는 반드시 가해자들에게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기소된 피고인들은 펜실베이니아주 스테이트 칼리지에 거주하는 지앙 얀쿤(24)과 양 한린(24), 캘리포니아 거주 천하오 천(25), 투 샤오칭(24), 루 둥지에(35), 뉴욕 거주 레이 바오(22), 뉴저지 거주 장 쿠오(31), 플로리다 거주 장 지아청(25) 이다.
공소장에 따르면 이들은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를 사칭한 허위 보안 팝업창을 피해자 컴퓨터에 띄워 ‘해킹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지원이 필요하면 전화하라’는 번호를 제시했다. 피해자들이 해당 번호로 연락하면 이들은 “당신의 은행계좌가 안전하지 않다”며 현금 인출을 유도했다.
이들은 피해자들에게 “이야기한 내용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지시했고, 은행에는 “집 수리비” 등으로 위장해 인출 목적을 설명하라고 안내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이들은 연방수사관 또는 연방보안관을 사칭해 피해자의 집을 직접 방문해 돈을 수거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이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각 피고인은 최대 징역 20년형과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FBI는 지난해 1월부터 컴퓨터 기술을 이용한 사기와 정부기관 사칭 사기에 대한 예방 정보를 꾸준히 공유해 왔다. 이 기관은 “정체불명의 팝업창이나 문자, 이메일에서 제공하는 전화번호에 연락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연방거래위원회(FTC)도 “사기꾼들이 신뢰도 높은 기업의 로고나 운영체제 오류 메시지로 가장한 팝업을 활용할 수 있다”며 “정상적인 보안 경고는 전화번호를 요구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지난 4월 플로리다 피넬라스 카운티 셰리프국은 보안 소프트웨어 회사 ‘맥아피(McAfee)’를 사칭한 가짜 보안 팝업 사기에 주의하라며, 한 피해자가 53만 달러 이상을 잃은 사례를 공개한 바 있다. 셰리프국은 “예기치 않은 팝업에 응답해 원격 접속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최근 들어 중국 국적자들이 연루된 유사 사기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4월에는 캘리포니아 연방 대배심이 샌호세에 거주했던 중국인을 연방수사기관 사칭 사기 혐의로 기소했으며, 5월에는 뉴욕 주민에게서 9만8천 달러를 편취하려다 적발된 또 다른 중국인도 연방검찰에 의해 기소됐다.
<심영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