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이 부과한 관세의 여파가 소비자 가격에 본격 반영되기 시작하면서,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대비 2.7%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연방준비제도(Fed)의 목표치인 2%를 웃도는 수치다.
연방 노동부가 15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6월 CPI는 전월 대비 0.3% 상승했다. 이 같은 수치는 이코노미스트들이 전망했던 2.6%~3.0% 범위 내로, 대체로 예상과 부합한 결과로 평가된다.
UBS의 폴 도노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분석 보고서에서 “드디어 시작된 것인가?”라며, 관세로 인한 물가 인상 압력이 점진적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예상된 관세 인상의 절반만이 아직 실제 경제에 반영됐고, 재고 확보로 인해 세전 상품들이 시장에 남아 있다”며 “미국 기업들이 얼마만큼 가격 상승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CPI는 5월에도 2.4% 상승하며 전월(2.3%) 대비 증가했으며, 6월은 두 달 연속 상승세를 기록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른바 ‘상호주의 관세’를 4월 초 발표했으며, 일부는 8월 1일까지 유예된 상태다. 미국 수입업체들이 관세 부과 이전 대량 주문에 나섰고, 통상 재고 소진까지 3개월이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4월부터 7월까지의 가격 반영 시차는 기존 경제 전망과 일치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초 7월 9일까지였던 관세 유예를 연장했으며, 현재 중국, 영국, 베트남 등과의 무역 협상이 진행 중이다. 이들 관세에는 일반 10% 부과 외에도, 중국산 제품, 자동차, 금속류 등에 대한 품목별 부과가 포함된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Fitch)는 현재 미국의 평균 관세율을 14.1%로 추정했으며, 이는 수십 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식료품과 에너지 등 변동성이 큰 항목을 제외한 6월의 근원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2.9% 상승해, 5월의 2.8%에서 소폭 증가했다. 근원 CPI는 연준이 금리 결정을 할 때 중시하는 지표다. 이는 1월 이후 4개월 만의 첫 상승세다.
6월 한 달 동안 주거비는 0.2% 상승했으며, 노동부는 이번 물가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주거’ 항목을 꼽았다.
수입 의존도가 높은 가구 및 의류도 각각 1.0%, 0.4% 상승했다. 프린서펄 에셋 매니지먼트(Principal Asset Management)의 세마 샤는 “수입세가 근원재 가격에 서서히 반영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추세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피치의 미국경제연구 책임자 올라우 소놀라는 “가전제품과 가구 등 특정 항목에서 관세에 의한 물가 상승의 ‘가랑비’가 나타나고 있으며, 이는 향후 몇 달 내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소놀라는 “7월 금리 인하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며 “이번 CPI는 9월 금리 결정에 영향을 줄 세 가지 경제지표 중 첫 번째”라고 밝혔다.
연준은 관세 비용이 어떤 경제주체에게 전가될지를 주시하고 있다. 해당 비용은 외국 제조업체, 수출업자, 도매업자, 소매업자 혹은 소비자 중 어느 쪽이 부담할지가 아직 불확실한 상태다.
<심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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