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이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한 수십억 달러 규모의 지출 환수(clawback) 법안을 민주당과 일부 내부 반대에도 불구하고 상원에서 강행 통과시켰다.
이번 법안은 17일 새벽 찬성 51표, 반대 48표로 가결됐으며, 공화당 소속인 수전 콜린스와 리사 머카우스키 상원의원이 민주당 전원과 함께 반대표를 던졌다. 법안은 하원으로 넘어갔으며, 하원이 18일까지 통과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이번 90억 달러 규모의 환수 법안은 의회가 이미 승인한 외국 원조 프로그램과 NPR, PBS에 대한 이른바 ‘각성 지출(woke spending)’을 삭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공화당은 이번 법안을 연방 정부 내 낭비, 사기, 남용을 근절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내세우고 있다.
존 튠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행정부가 낭비성 지출을 식별하는 데 있어 많은 노력을 기울인 점을 높이 평가한다”며 “이제 상원이 예산 속 불필요한 지출을 도려내는 작업을 해야 할 시점이며, 이는 재정 건전성을 향한 작지만 중요한 첫 걸음”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조치는 오래전에 이뤄졌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환수안은 미국국제개발처(USAID)의 예산 중 약 80억 달러, 그리고 국영 공영방송 재단(CPB)을 통한 NPR 및 PBS 지원금에서 10억 달러 이상을 삭감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번 법안은 백악관이 추진하는 일련의 환수 조치 중 첫 번째 단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본회의에서는 부통령의 캐스팅 보트 없이도 과반이 확보됐으며, 미치 맥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앞선 절차 투표에서는 법안 진전에 반대했지만, 최종 표결에서는 찬성표를 던졌다.
이제 법안은 하원으로 넘어가게 되며, 공화당 지도부는 상원이 법안 내용을 변경하지 말 것을 이미 경고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도 이달 초 예산 조정 과정에서처럼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과 예산 매파들의 경고는 상원에서 무시됐다.
상원 통과안은 하원안보다 약 4억 달러 축소된 규모로,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시작된 국제 HIV/AIDS 예방 기금에 대한 예산은 삭감 대상에서 제외됐다.
법안 심사 과정에서는 장시간 표결이 이어졌고, 다양한 수정안이 제출됐지만 상원에서 수정안이 채택되기 위한 60표 문턱을 넘은 안건은 없었다.
민주당은 수정안을 통해 해당 법안이 가져올 기상 재난 비상 경보 체계의 약화, 공영방송 축소로 인한 농촌지역 뉴스 공백 발생 등을 지적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마리아 캔트웰 민주당 상원의원은 “비상 상황에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경고 방송을 끊자는 이야기를 왜 해야 하느냐”며 “해당 방송국들이 천 번 넘게 위험을 알리는 경고를 해왔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소속인 패티 머레이 상원의원은 “이번 표결은 단지 지출 삭감 문제가 아니라, 올해 남은 의회 활동이 전부 환수안으로 채워질 것인지에 대한 신호탄”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에릭 슈미트 공화당 상원의원은 민주당의 주장에 반박하며, “이번 법안은 의회가 한때 승인했던 낭비성 지출을 바로잡기 위한 시정 조치”라고 강조했다.
그는 폭스뉴스 디지털과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은 그들만의 각성 프로젝트에 가능한 많은 예산을 유지하려는 것”이라며, “지난 4년간 그들은 그렇게 해왔다. 미얀마의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과테말라 성전환 지원, 아이티의 유권자 신분증 사업이 그 예다. 특히 아이티 유권자 ID 사업은 민주당이 미국 내에서는 반대하면서 외국에는 돈을 댄다는 점에서 아이러니하다”고 비판했다.
<심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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