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수아 바유루(François Bayrou) 프랑스 총리가 급증하는 국가 재정을 정상화하고 경제 회복을 도모하기 위한 강력한 조치의 일환으로 부활절 다음 날인 부활절 월요일(Easter Monday)과 제2차 세계대전 종전일인 5월 8일(VE Day) 등 두 개의 공휴일을 평일로 전환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바유루 총리는 16일(현지시간) 2026년도 예산안을 발표하며 “국가 전체가 더 많이 일해야 전체적인 경제활동이 증가하고 프랑스의 상황이 나아질 수 있다”며, “모든 국민이 이 노력에 기여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다른 대안에도 열려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프랑스의 국가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5.8%로, 유럽연합(EU) 기준인 3%를 크게 상회하고 있으며, 전체 국가 부채는 3조3천억 유로에 달한다. 바유루 총리는 이에 대한 연간 이자 비용만 600억 유로에 이르며, 머지않아 예산 최대 항목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바유루 총리는 “지금 프랑스는 절벽 끝에 서 있는 국가로, 여전히 공공지출에 중독된 상태”라며, “국가 채무가 치명적인 위험”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공공 지출을 438억 유로 줄여 내년 적자를 4.6%까지 낮추고, 2029년까지 3%로 줄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에 따라 국방 분야와 부채 상환을 제외한 전 부문에서 정부 지출을 동결하고, 마크롱 대통령이 요구한 내년도 국방예산 35억 유로 증액 및 2027년 추가 증액도 반영할 예정이다. 아울러 연금은 2025년 수준으로 동결되고, 복지 지출은 상한이 설정되며, 의료비는 50억 유로 삭감된다. 공무원과 정부 기관 직원들의 급여는 동결되며, 공공부문 일자리도 감축될 전망이다.
특히 공휴일 폐지 방안은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프랑스는 과거에도 VE데이와 11월 11일 휴전기념일(Armistice Day)을 통합해 제1·2차 세계대전 희생자를 위한 하나의 추모일을 만들자는 논의를 진행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극우 성향의 국민연합(RN) 대표 조르당 바르델라는 “공휴일 폐지는 우리 역사와 뿌리, 그리고 노동 프랑스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이라며, “어떠한 RN 의원도 이런 도발적인 조치를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발했다.
좌파와 중도 정당들도 일제히 예산안을 비판했다. 프랑스 공산당의 파비앙 루셀 대표는 “이번 예산은 조직적인 강탈”이라 비난했고, 급진좌파 ‘불복하는 프랑스’의 장뤽 멜랑숑 대표는 “바유루를 축출하고 이런 파괴와 불의를 끝낼 때”라고 말했다.
사회당의 보리스 발로 의원은 “잔혹하고 용납할 수 없는 예산”이라며, “가진 것이 적은 이들에게 더 많은 것을 요구하면서, 가진 것이 많은 이들에게는 거의 요구하지 않는 것은 진지하지도, 효과적이지도, 공정하지도 않다”고 강조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지난해 조기총선을 단행하면서 현재 프랑스 의회는 여당이 과반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바유루 총리는 예산안 처리를 위해 좌우 어느 쪽의 지지를 반드시 얻어야 하나, 양측 모두 다른 이유로 이번 예산안에 반대하고 있다.
예산안이 오는 10월 본회의에 상정되면, 바유루 총리는 전임 미셸 바르니에 총리처럼 불신임안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RN의 마린 르펜 원내대표는 “이 정부는 낭비를 바로잡기보다는 국민과 노동자, 은퇴자를 향해 칼을 겨누고 있다”며, “프랑수아 바유루가 자신의 계획을 수정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를 끌어내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심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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