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잔디·차고 문·우편함까지 이어진 경고
▶ 법정 싸움으로 번져…
잔디 상태로 시작된 사소한 갈등이 결국 감옥 수감으로까지 이어졌다. 최근 ABC액션뉴스는 플로리다에서 발생한 HOA(주택 소유자 협회) 분쟁 사례를 보도했다. 플로리다주 탬파에 거주하는 아이레나 그린(Irena Green, 사진) 씨는 자택 잔디 상태를 이유로 HOA와 갈등을 겪다, 결국 1주일 동안 구금되는 일을 겪었다. 단순한 위반 통지에서 시작된 이 사건은 예상치 못한 법정 구속으로까지 이어지며 논란이 됐다.

그린 씨는 자신이 사는 커뮤니티인 크릭뷰(Creek View)에서 HOA가 요구한 잔디 복구 명령에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법정에 서게 됐다. 문제의 시작은 마른 잔디였다. 그린 씨는 “지난해 플로리다 주정부가 시행한 물 사용 제한 조치로 인해 잔디가 말랐다“며 “동네엔 우리 집보다 잔디 상태가 더 나쁜 집도 많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이후 HOA는 그녀의 주택에 대해 계속해서 경미한 문제들을 지적했다. 차고 문에 난 작은 흠집, 우편함의 곰팡이, 차고 진입로에 세워진 화물 밴 등 대부분 외부에서 눈에 띄지 않을 정도의 사소한 사항들도 있었다.
그린 씨는 이에 반발하며 스스로 법정에 출석해 문제 해결을 위한 자료와 사진들을 제출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지난해 여름 열린 청문회에서 “30일 이내에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구속될 수 있다”는 명령을 내렸다.
그린 씨는 이후 즉시 조치에 나섰지만, 다음 법정 기일에 출석하지 못했다. 통지서를 받지 못했다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판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법정 모욕죄(contempt of court)로 체포 영장이 발부됐다.
딸을 치어리딩 연습에서 데려오는 길에 경찰에 의해 체포된 그녀는 수갑이 채워진 채 구치소로 이송됐다. 그녀는 “민사 사건으로 감옥에 간 사람 중 유일하게 죄수복을 입고 있었다”고 말했다.
법률보조원으로 일하는 시누이가 6일 후 긴급 항소서를 제출했고, 새로운 판사에게 사건이 재심리되면서 그린 씨는 풀려났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HOA 측 변호인은 그녀의 석방에 반대했다.
HOA는 미국 주택 소유 문화의 일부로, 주거 지역의 질서와 외관 유지를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실제로 플로리다에서는 전체 주택의 약 45%가 HOA의 규제를 받는다. 하지만 최근 일부 HOA의 과도한 규제와 집행 방식이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다.
일리노이주에서도 HOA와의 분쟁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시카고 서버브 지역에서는 울타리 설치나 외벽 도색 같은 사소한 규정 위반이 수만 달러의 벌금이나 소송으로 이어진 사례가 있었다. 벨빌 지역에서는 태양광 패널 설치 문제로 주민이 법정 공방 끝에 수천 달러의 법률비용을 부담하기도 했다. 또 다른 사례로는 레이크 홀리데이 HOA가 사설 도로의 과속 문제로 주민에게 벌금과 면허 정지를 요구했고, 이 사안은 일리노이 주 대법원까지 올라가 HOA의 단속 권한이 정당하다는 판결을 받기도 했다.
이처럼 HOA는 지역의 주거 환경을 관리하는 역할을 하지만, 때로는 개인의 재산권이나 생활 방식과 충돌하며 갈등을 야기할 수도 있다.
법 전문가인 스테슨 로스쿨의 폴 부드로 교수는 “민사 사건에서 구속까지 이르는 경우는 드물다”며 “HOA 규정을 따르지 않을 경우 그 결과가 매우 심각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린 씨는 이번 일을 겪으며 “처음부터 변호사를 선임했더라면 더 나았을 것”이라고 후회했다.
이번 사례는 HOA 분쟁이 어떻게 예상치 못한 사태로 번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주택을 구매할 때 HOA 규약을 꼼꼼히 읽고, 문제 발생 시 법적 조언을 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윤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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