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지역을 위한 하나님의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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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올네이션스교회 변해성 담임 목사가 6월 27일 본지를 방문해 다민족 사역과 목회 여정에 대해 이야기 했다. 사진 윤연주 기자

시카고 올네이션스교회, 난민·다민족 ‘영적 쉼터’로…
변해성 목사, 16개국 이웃과 함께 걷는 믿음의 여정

한인 교회로 시작된 신앙 공동체가, 이제는 다민족 이웃의 ‘영적 고향’이 되고 있다.
시카고 남부 지역에서 난민·다민족 사역을 감당하고 있는 올네이션스교회의 변해성 목사가 6월 27일, 본지를 방문해 그간의 여정과 비전을 나눴다.

2017년 부임 당시만 해도 한인 중심이었던 올네이션스교회는 지역 선교적 부르심에 따라 새 정체성을 입게 됐다. 교회 주변에 이슬람, 힌두교, 유대교 등 다양한 종교 배경의 사람들이 밀집해 있었고, 특히 베네수엘라를 비롯한 남미 출신 난민들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었다. 변 목사는 “그들도 하나님께서 보내신 소중한 한 영혼”이라며, 교회의 문을 더욱 넓게 열기 시작했다.
계기는 2017년 6월, 라마단 축제를 마주하면서부터였다. 변 목사는 “운동장을 가득 메운 무슬림 남성들의 모습을 보며 지역 사회의 종교적·문화적 현실을 깊이 체감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웃 아파트에 살던 한 다민족 가정이 처음으로 교회를 방문하면서 자연스럽게 다민족 사역의 문이 열렸다.

현재 올네이션스교회는 무려 16개국에서 온 성도들이 함께 예배를 드린다. 매주 예배는 영어와 스페인어 통역으로 진행된다.

변 목사는 “언어보다 중요한 건 마음”이라며 “처음 교회를 찾은 난민들이 주님의 사랑을 느끼며, 조금씩 복음을 받아들이고 믿음 위에 삶을 세워가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난민들을 위한 섬김 사역은 실질적인 필요에 초점을 맞춘다. 무료 헤어컷과 침술 치료, 그리고 계절마다 진행되는 러미지 세일을 통해 의류와 생필품이 나눠지고 있다. 이는 단순한 복지가 아닌 복음의 다리가 된다. 변 목사는 “교회에 오라고 해도 잘 오지 않지만, 필요한 것을 채워줄 때는 마음의 문이 열린다”고 말했다.

지난 6월 둘째 주에는 ‘내셔널 칠드런스 데이’를 맞아 특별한 어린이 주일 행사가 열렸다. 놀이와 게임 그리고 안수기도의 시간이 마련됐고, 자녀를 위해 기도해 본 적이 없던 부모들도 눈물을 흘리며 함께 기도하는 은혜로운 시간이 이어졌다.
변 목사는 “그날 성령의 역사가 강력하게 임했다”며 “신앙은 결국 사랑을 통한 만남에서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교회의 청년들은 행사의 주역이었다. 점핑하우스를 기다리는 아이들을 위해 준비한 스테이션 놀이가 인기를 끌었고, 청년들의 섬김은 단순한 봉사를 넘어 성령의 지혜로 다가왔다.

변 목사는 “교회를 처음 찾은 베네수엘라 출신 어머니들과의 만남도 따뜻한 이야기로 남을 것 같다”며 “처음엔 다소 어색해했지만, 따뜻한 인사와 지속적인 연락을 통해 점차 신앙 공동체 안으로 들어오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단발성 행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교제와 섬김의 자리들을 통해 함께 신앙의 여정을 함께 걸어가고 있다”며 “러미지 세일, 여름성경학교(VBS), 애플 피킹 등 다양한 사역에 다문화 교인들이 자연스럽게 참여하며 믿음의 열매를 맺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변 목사는 설교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하나님께서 주시는 영감과 깨달음을 소중히 여긴다. 어린이 주일을 앞둔 주일, 교인들을 픽업하러 가는 길에 시카고 107번가 가동교 위에서 세 차례나 정체를 겪은 가운데, 변 목사는 문득 한 체코 영화의 장면이 떠올랐다고 한다. “아버지가 자신의 아들을 희생시켜 가동교를 지나는 기차에 탄 수많은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이야기였는데, 그 장면을 통해 예수님의 희생과 하나님의 사랑이 그 다리 위에서 더 깊이 마음에 와닿았다”고 그는 전했다.

이러한 사역은 외적인 도움과 내적인 기도가 모두 필요하다. 매주 점심식사를 나누고, 베네수엘라 출신 요리사가 직접 식사를 준비하는 섬김도 교회 가족이 되어가는 중요한 과정이다. “그분들이 왜 오지 않지?”라는 판단보다 “언제든 다시 올 수 있도록 기다리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변 목사는 강조했다.

8월에는 세례식과 여름성경학교(VBS), 그리고 다시 열릴 무료 헤어컷과 침술 치료가 예정돼 있다. 세례는 자발적으로 신앙고백을 한 이들에게만 이루어지며, 올 초부터는 성경 통독을 위한 음성 나눔방도 운영 중이다. 후원이나 물품 지원을 원할 경우, 따뜻한 겨울 이불이나 방한용품, 겨울옷 등을 모아 교회에 전달하거나 연락을 통해 직접 픽업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변 목사는 “전 세계가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고, 전쟁과 자연재해 등으로 난민들이 증가하는 추세이지만, 이들 또한 하나님께서 복음을 들려주시기 위해 우리 곁에 보내신 소중한 영혼들”이라며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 바로 선교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작은 섬김이 모여 생명을 살리고, 이웃을 가족으로 품는 교회. 올네이션스교회는 오늘도 조용히 그 사명을 감당하고 있다.

<윤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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