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 산불 피해 주민들, 복구보다 ‘투자자 유입’에 더 큰 시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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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fox news

화재 이후 매물 절반, 기업들이 매입…주민들은 보험·규제와 싸움

지난해 캘리포니아를 강타한 최악의 산불로부터 6개월이 지난 지금, 복구는 진행 중이다. 토지가 매매되고, 개발업자들이 들어오며, 인허가가 나고, 주택 공사가 시작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주민들에게는 여전히 더딘 여정이다.

화재 이후 팰리세이즈에서 매매된 123개 부지 중 약 절반이 기업에 의해 매입됐고, 나머지 절반은 개인 구매자였다. 반면, LA 북동쪽 알타디나 지역에서는 투자자들이 주택을 대거 사들이고 있다. 한 기업은 16채, 또 다른 기업은 13채를 매입했다.

보험금 수령을 기다리며 RV에서 생활하는 70세 테리 킬고어는 “나는 부속 주거시설(ADU) 같은 거 필요 없다. 차라리 죽는 게 낫지”라고 말하며, “RV 생활은 싫지만, 지금은 하늘이 내린 은총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화재 피해를 입은 많은 주민들은 자신이 ‘보험 과소 가입’ 상태였음을 뒤늦게 깨달았다. 기존 주택에 남은 모기지, 임대료 상승, 재건축 비용까지 감당할 여력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알타디나에서는 매달 더 많은 공터가 시장에 나와 부지 가격이 100만 달러 기준으로 최대 10만 달러 하락하는 반면, 팰리세이즈에서는 매물 수가 줄면서 피해 주민들의 매각에는 유리한 환경이 형성되고 있다. 현재 팰리세이즈의 평균 공터 매매가는 220만 달러에 달한다.

시민단체 ‘팔리 스트롱(Pali Strong)’을 이끄는 래리 베인은 “공사 시간은 1년에서 1년 반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6개월 후면 골조 공사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건설업자 마이클 셜리는 “사람들이 많이 지쳐 있고, 지금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혼란스러워한다”며 “일부는 계획대로 나아가고 있지만, 많은 이들이 아직 멈춰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현재 팰리세이즈에서는 약 50채의 주택이 공사 중이며, 더 많은 공사가 대기 중이다. 로스앤젤레스 시와 카운티에는 약 900건의 건축 허가 신청서가 접수됐고, 이 중 274건이 승인됐다. 그러나 이번 화재로 두 지역에서 파괴된 주택은 약 13,000채에 달한다. 시와 카운티 측은 현재 허가 승인 소요 기간이 기존 18개월에서 2개월 미만으로 단축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형 주택이나 복잡한 부지의 경우, 인허가에 1년 이상이 걸릴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에 개빈 뉴섬 주지사는 재건 속도를 높이기 위해 캘리포니아 해안법(California Coastal Act)의 적용을 일시적으로 유예하는 행정명령을 10월 1일까지 연장했다. 현재 이 명령 하에서는 주택을 최대 10%까지 확대해 재건축할 수 있으며, 10% 이상 확대할 경우에는 기본 수수료 $11,579와 12~24개월의 심사 절차를 거쳐야 한다.

팔리세이즈 화재로 주택을 잃은 주민 로스 그린버그는 지난 6월 초 건축 허가는 받았지만 아직 착공 승인을 받지 못했다. 그는 “지금까지 허가 수수료로 1만2천 달러 이상을 지출했지만, 아직도 시작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피해 주민들의 발목을 잡는 것은 규제뿐만이 아니다. 대부분은 보험회사와의 싸움에 집중하고 있다.

화재가 남가주 전역으로 번지기 전, 스테이트팜은 지난해 7월 팰리세이즈 지역에서 1,600건의 보험 계약을 해지했다. 이에 대해 여러 주택 소유자들은 “심각한 과소 보장 상태로 방치됐다”며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보험사들의 부실 대응 속에서 많은 주민들은 이제 겨우 말리부 일대 기초공사와 정화조 설치비용을 충당할 수 있을 정도의 커버리지만 제공하는 ‘캘리포니아 공정보험계획(FAIR Plan)’에 의존하고 있다.

부동산 컨설팅 업체 슈미츠 & 어소시에이츠의 돈 슈미츠 대표는 “말리부에서는 기초공사와 정화조, 방파제만으로도 2~3백만 달러가 든다”며 “그게 집을 짓기 위한 첫 삽을 뜨기도 전의 이야기”라고 말했다.

<심영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