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의장 해임은 유보
트럼프 대통령이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즉각적인 해임은 보류했지만, 차기 연준 의장 후보군은 점차 구체화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파월은 형편없는 일을 하고 있다”며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연준 의장을 하게 해 달라며 나에게 전화를 걸어왔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의 임기가 끝나는 내년 5월 이전에는 그를 해임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지만, “어떤 것도 배제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연준 의장직을 “정부에서 가장 쉬운 자리”라고 표현하며 “멍청이가 아니라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강하게 비꼬았다.
최근에는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이 차기 연준 의장 선출을 위한 ‘공식 절차’가 시작됐다고 밝혔다. 새 의장 인선 시점에 대한 질문에 베선트 장관은 “그건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이며, 그의 속도에 따라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선트 장관은 자신이 차기 의장으로 지명될 것이라는 소문에 대해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지금의 자리가 워싱턴에서 최고의 직업이라고 생각한다”며 부인했다. 그는 “트럼프 내각의 일원이 된 것은 내 인생의 꿈”이라고도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지난 16일 인터뷰에서 전 헤지펀드 CEO 출신인 베선트 장관에 대해 “현재 재무장관직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트럼프와 파월 간 갈등은 금리 인하 문제부터 연준 워싱턴 본부 건물의 공사 비용 초과 문제까지 다방면에서 불거진 것으로 알려졌다.
파월 의장은 2017년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임명됐으며, 그간 “절대로 자발적으로 이 직책을 떠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혀왔다. 그는 『트릴리언 달러 트리아지(Trillion Dollar Triage)』라는 책에서 “죽지 않는 한 이 임기를 채우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다음은 트럼프 대통령의 차기 연준 의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들이다.
케빈 해셋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NEC)
현재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을 맡고 있는 케빈 해셋은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정책을 충실히 뒷받침해 온 인물이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중 두 개의 직책을 맡았으며, 2024년 대선 캠페인에서도 경제정책 자문을 맡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는 환상적인 사람”이라며 후임 연준 의장 가능성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
현재 연준 이사로 재직 중인 크리스토퍼 월러는 이번 달 금리 인하를 주장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과 일부 일치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월러는 소비자 지출 둔화와 고용 시장의 완화 등을 인하 근거로 들며, 트럼프의 관세 정책에 대해서는 “연준은 일시적인 인플레이션 효과를 무시하고 본질을 봐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2020년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연준 이사로 임명됐으며, 파월 의장과 비슷한 입장을 취해왔지만 최근에는 선제적 금리 인하를 강조하고 있다.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
모건스탠리 은행가 출신으로 2006년 연준 이사로 임명된 케빈 워시는 당시 최연소 이사였다. 그는 2018년 재닛 옐런 후임 연준 의장 후보로 거론되었으나, 최종적으로는 파월이 지명됐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는 오랫동안 잘못되어 왔다”며 체제 전환을 주장했다. CNBC 인터뷰에서는 “지금의 연준은 2006년 내가 몸담았던 곳과는 완전히 다르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또한 그는 트럼프의 파월 압박 전략을 지지하며 “연준은 자신의 실수를 남 탓으로 돌리는 데 익숙하다”며 “대통령이 연준을 비판해서 인기가 없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연준의 실수는 스스로의 결정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워시는 2008년 금융 위기 당시 월가와 연준 간의 핵심 연결고리 역할을 했으며,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경제 자문으로도 활동한 바 있다.
<심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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