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킹 목사 FBI 감시기록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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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 the guardian

유족 반대에도 약 20만 쪽 자료 공개

트럼프 행정부가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에 대한 연방수사국(FBI)의 감시기록을 공개했다. 이는 킹 목사의 유족과 그가 이끌었던 민권운동 단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루어진 조치다.

이번에 공개된 자료는 약 20만 쪽 분량으로, FBI가 수집해 1977년 국립기록보관청(NARA)에 넘긴 이후 법원 명령에 따라 봉인돼 있었던 것이다. 관련 문건은 정부 웹사이트에 게시됐으며, 이는 킹 목사에 대한 기록일 뿐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를 약속한 제프리 엡스타인 관련 연방수사 문건과 비교되는 조치로 주목받고 있다. 엡스타인은 15년 넘게 트럼프와 사적으로 교류한 유죄 확정 성범죄자다.

공개에 앞서 킹 목사의 생존 자녀인 마틴 루터 킹 3세와 버니스 킹은 사전 통보를 받았고, 별도의 검토팀이 문서를 미리 분석해왔다. 두 자녀는 공개 전 성명을 통해 “이 문서들을 공감과 절제, 그리고 우리 가족이 겪고 있는 지속적인 슬픔을 고려해 접근해 달라”고 호소했다.

마틴 3세와 버니스 킹은 “우리 아버지는 생전 내내 J. 에드거 후버가 이끄는 FBI의 침해적이고 사냥하듯 조직된 악의적 감시·허위정보 캠페인의 표적이 되었다”며, “이 문서 공개는 반드시 그 역사적 맥락 속에서 이해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한 킹 목사 암살범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제임스 얼 레이가 단독 범행자가 아니거나 전혀 관련이 없을 수 있다는 가족의 오랜 주장을 반복했다. 버니스 킹이 다섯 살이던 1968년, 킹 목사는 39세 나이로 암살됐다. 마틴 3세는 당시 10살이었다.

이들은 “COINTELPRO라 불리는 정부의 기밀 프로그램은 킹 목사를 감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의 명성과 미국 민권운동 전체를 붕괴·파괴하려는 목적을 가졌다”며, “이는 단순한 사생활 침해가 아니라 진실과 자유를 지키려 했던 이들에 대한 의도적 공격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투명성과 역사적 책임에는 찬성하지만, 우리 아버지의 유산을 훼손하거나 왜곡하는 시도에는 반대한다”고 덧붙였다. “FBI 감시 기록의 내용을 퍼뜨리는 것은 의도치 않게 킹 목사와 민권운동을 폄훼하려는 역사적 왜곡 작업에 동조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부 민권운동가들은 이번 공개에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알 샤프턴 목사는 “트럼프가 MLK 암살 기록을 공개한 건 투명성이나 정의를 위한 게 아니라, 자신이 엡스타인 관련 기록 공개로 인해 몰리고 있는 위기를 다른 사안으로 덮으려는 필사적 시도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킹 목사의 부인 코레타 스캇 킹이 설립하고 현재는 버니스 킹이 이끄는 킹센터도 별도의 입장을 내고 “미국과 세계가 직면한 수많은 위기와 불의 속에서 이 시점의 문서 공개는 부적절하고 시기상조”라며, “진정한 평화를 추구한 위대한 지도자의 암살에 다시 주목이 쏠리는 지금, 우리는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정의로운 실천으로 응답해야 한다”고 밝혔다.

역사학자와 기자, 연구자들은 킹 목사가 1968년 4월 4일 테네시 주 멤피스에서 암살된 사건에 대해 새로운 사실이 나올지 주목하고 있다. 당시 킹 목사는 파업 중인 위생노동자들을 지원하러 현장에 있던 중이었다. 이는 그의 활동이 인권에서 경제 정의로 확장된 것을 보여준다.

제임스 얼 레이는 킹 목사 암살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으나, 이후 이를 번복하고 사망한 1998년까지 무죄를 주장했다. 킹 목사 가족과 지지자들은 레이가 단독 범행을 저질렀는지, 또는 범행에 가담했는지조차 의심해왔다. 코레타 스캇 킹은 사건 재조사를 요구했고, 당시 법무장관 자넷 리노는 민권국에 재조사를 지시했다. 하지만 법무부는 1969년 법원의 유죄 판결을 뒤집을 증거는 없다고 결론지었다.

그러나 이번 성명에서 마틴 3세와 버니스 킹은 레이가 누명을 썼다는 주장을 반복하며, 1999년 킹 가족이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멤피스 배심원단이 “킹 목사는 음모의 희생자였으며, 그 음모에는 정부기관을 포함한 공모자들이 존재했다”고 평결한 사실을 다시 언급했다. 또, “이제 새로 공개된 문서들을 검토하며, 가족이 이미 받아들인 사실을 넘는 추가적인 통찰이 담겨 있는지를 평가할 것”이라고 킹의 자녀들은 밝혔다.

<심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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