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 너머 전신 면역을 향한 융합 기술, K-바이오의 새 길을 열다
2025년 7월 18일, 녹음이 우거진 청주시의 오송생명과학단지는 여름의 한가운데에 있었다. 바이오 산업의 심장부라 불리는 이곳, 라파로페 본사에서 만난 황기철 대표(50)는 차분하면서도 강단 있는 목소리로 회사의 이름을 설명하며 인터뷰의 문을 열었다. “라파(RAFA)는 ‘치료’, 로페(ROPHE)는 ‘치유’를 뜻하는 히브리어입니다. 상처의 치료를 넘어 사람의 몸과 마음을 온전히 회복시키는 것, 그것이 저희의 사명입니다.” 그의 눈빛에는 단순한 사업가로서의 포부를 넘어선, 사람을 향한 깊은 애정과 확고한 신념이 담겨 있었다. 연구자의 길을 걸어온 그가 창업 전선에 뛰어든 이야기는 단순한 성공 신화가 아닌, ‘치유’라는 소명을 향한 묵직한 여정 그 자체이다.
현장 연구의 갈증, 창업의 씨앗이 되다
황기철 대표의 이력은 독특하다. 청주상고를 졸업하고, 바로 대기업 품질관리팀에서 근무하며 첫발을 내디뎠다.이후 유기농 비료 중소기업체에서 미생물 관련 업무를 담당하며 현장의 어려움을 마주했다. “친환경 비료 기업에서 근무할 당시, 간단한 피부 외상조차 잘 낫지 않아 고통받는 사람들을 보며 깊은 무력감을 느꼈습니다. 뛰어난 기술 발전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느끼는 한계는 분명했죠.” 이 경험은 그의 마음속에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은 숙제처럼 남아 있었다.
그는 친환경농업이라는 새로운 도전앞에 10여년간 신제품 개발 발효농법을 연구하면서 충주대학교 식품공학과를 수석졸업을 하면서 늦게 시작한 공부에 대한 열정을 더해가면서, 기업과 함께 본인의 역량을 성장시키며 년 매출 5천만원을 20억 원 이상으로 올리는 성과를 올리며 친환경 비료 기업에서 농업과 발효에 대한 실무 경험까지 쌓으며 토양 생태계 회복을 위한 내공을 다졌다. 전북대학교 농학 석사·박사 과정을 거치며 17년 경력의 친환경 유기농업/미생물 관련 연구소장으로 근무하며 천연 물질 및 발효물질 연구에 매진, 20년 가까이 천연 소재 개발 및 연구 경력을 쌓았다. 하지만 마음 한편의 갈증은 해소되지 않았다. 창업의 결정적 계기는 예기치 않게 찾아왔다.
“전 세계를 휩쓴 팬데믹 시기에 많은 지인분들의 건강의 위협과 면역력이 급격히 약해지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습니다. 그때,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환자에게,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을 위한 제품으로 진짜 도움이 되는 제품을 내 손으로 직접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한 순간이었죠.” 그렇게 그는 2018년, ‘치유’라는 오랜 꿈을 실현하기 위해 soli Deo gloria 슬로건을 메인으로 오직 하나님께 영광을 위한 목적을 갖고,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는 비즈니스 비전을 품고 2018년 1월 15일 라파로페를 설립했다.
자연의 힘을 극대화하는 독보적 기술력
라파로페의 제품 철학은 ‘무엇을 넣느냐’가 아닌 ‘무엇으로 채우느냐’에서 시작된다. 황 대표는 화장품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정제수를 과감히 배제했다. 대신 유황 온천수, 자체 발효 원료, 초산 추출물 등 피부에 실질적 유익을 주는 기능성 원료로 그 자리를 채웠다. 이는 단순한 성분 교체가 아니라, 피부를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을 의미한다.
“피부는 단순히 아름다움의 대상이 아닙니다. 인체 면역 체계의 상태를 보여주는 외부 신호등과 같죠. 저희는 피부 생태계 자체를 복원하여 근본적인 건강을 되찾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러한 철학을 구현하는 핵심 기술력 또한 독보적이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진공감압저온추출공법’이다.
“고온에서 원료를 추출하면 열에 약한 유효성분들이 파괴될 수밖에 없습니다. 저희는 저온과 진공 상태에서 유효성분을 온전히 추출해 효능을 극대화하는 독자 기술을 확보했습니다.” 이 기술을 통해 충북 증평의 명물인 인삼을 한 방울의 첨가물도 없이 순수하게 추출, 강력한 항산화 효과를 지닌 프리미엄 라인을 완성했다. 여기에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광물인 ‘일라이트(illite)’를 액체화하는 기술은 라파로페의 또 다른 경쟁력이다.
일라이트는 중금속 등 노폐물 흡착과 항균 작용이 뛰어나지만, 광물 형태라 화장품에 적용하기 어려웠다. 라파로페는 한국세라믹기술원과의 공동 연구 끝에 일라이트를 액상으로 추출하는 데 성공, 항산화 효능을 입증하며 특허까지 출원했다. 이러한 원천 기술력은 ‘일라이트 스킨케어’, 운동선수를 위한 ‘아로닉’, 고기능성 홈케어 라인인 ‘순미한’ 등 각각의 목적에 최적화된 제품군을 탄생시키는 기반이 되었다.
ESG 경영, 지속 가능한 아름다움을 실천하다
황 대표는 창업 초기부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기업의 핵심 가치로 삼았다. 이는 단순한 구호가 아닌, 생산의 모든 과정에 녹아있는 실천 강령이다. 그 중심에는 원료 수급부터 완제품 생산까지 모든 단계를 직접 관리하는 ‘원스톱 시스템’이 있다. 라파로페는 기능성 작물을 직접 재배하거나, 친환경 비료를 직접 만들어 공급하며 지역 농가와 계약재배를 통해 원료 공급망을 내재화한다. 이는 최고 수준의 품질을 유지하는 비결일 뿐만 아니라, 원료의 현지 조달로 불필요한 운송 과정을 없애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이바지하는 ESG 경영의 핵심이다.
환경을 위한 노력은 제품 포장에서도 드러난다. 플라스틱 사용을 최소화하고 재활용이 용이한 종이 튜브를 사용하며, 콩기름 잉크로 인쇄하는 등 친환경 포장재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포장재를 최소화하고 쓰레기 배출을 줄이기 위한 리필 제품 개발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단순히 트렌드를 따르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기업이 세상과 미래 세대를 위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말처럼 라파로페는 천연, 비건, 제로웨이스트 원칙을 실천하며 클린뷰티의 새 지평을 열고 있다.
나아가 라파로페의 ESG 경영은 ‘사회적 책임’에서 그 진정성을 더한다. 황 대표는 “우리는 돈을 쫓기 위해 사업하는 것이 아니며, 이익의 일부는 반드시 사회에 환원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거듭 강조했다. 이는 의료 취약계층 지원, 지역 교회 설립, 아동 후원 등 구체적인 사회공헌 활동으로 이어진다. 그에게 기업의 존재 이유는 이윤 창출 이전에 사회적 사명을 다하는 것이며, 이러한 G(지배구조)의 철학이 E(환경)와 S(사회)를 아우르며 지속 가능한 아름다움을 완성하고 있다.
제품을 넘어 생태계로, K-바이오의 미래를 제시하다
라파로페는 현재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들이 꿈꾸는 미래는 화장품을 넘어 ‘통합 헬스케어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는 피부를 단순한 미용의 영역이 아닌, 인체 면역의 외부 신호로 보는 황 대표의 철학에서 비롯된다. 현재 개발 중인 혁신적인 파이프라인은 그 비전의 청사진을 명확히 보여준다.
대표적으로 면역 활성화 성분을 피부에 발라 국소 적용으로 전신 효과까지 유도하는 ‘바르는 면역 크림’은 ‘바르는 백신’이라는 콘셉트로 개발 중이며, 스킨케어의 개념을 치료의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다. 또한 AI가 사용자의 피부 상태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최적의 맞춤형 제품을 제안하고 추천하는 ‘디지털 진단 연동 플랫폼’도 개발 중이다. 여기에 경추 및 상체 스트레칭을 돕는 장비와 림프 순환 보조 크림을 결합한 ‘행어 테라피 연동 제품’은 라파로페가 추구하는 ‘기능성 제품+도구+디지털’의 통합 치료 콘셉트를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다.
글로벌 시장을 향한 발걸음도 이미 구체적인 성과를 내며 속도를 높이고 있다. 현재 일본과 미국, 베트남 등의 현지 유통사와 샘플 수출 및 피드백 회수를 활발히 진행 중이며, 특히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천연 기능성 제품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라파로페의 글로벌 전략은 투 트랙으로 진행된다. 아마존, 쿠팡 등 국내외 주요 이커머스 채널과 자사몰을 통해 글로벌 소비자와 직접 만나는 B2C 채널을 확대하는 한편, 병원, 피부과, 물리치료 클리닉 등 전문가들의 신뢰가 중요한 프리미엄 B2B 채널 공급을 확대하며 브랜드의 전문성과 신뢰도를 동시에 쌓아가는 전략이다. 향후에는 글로벌 라이브 커머스 등을 통해 더욱 역동적으로 해외 고객과 소통할 계획이다.
이러한 자신감의 배경에는 원료 수급부터 완제품 생산까지 직접 관리하는 ‘원스톱 시스템’과 독보적인 기술력이 있다. 황 대표는 “향후 5년 내 매출 5,000억 원을 달성하고, K-바이오를 대표하는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목표”라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는 단순한 희망이 아닌, ‘사람을 이롭게 한다’는 확고한 철학과 그것을 구현하는 기술력, 그리고 시장을 꿰뚫는 전략이 어우러진 구체적인 로드맵이다. 라파로페의 도전은 대한민국 오송을 넘어, 전 세계인의 건강한 삶에 기여하는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이윤보다 사명, ‘오직 하나님께 영광을’
인터뷰 내내 황 대표가 가장 힘주어 말한 것은 ‘사명’과 ‘나눔’의 가치였다. 라파로페의 사내 문화는 그의 경영 철학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매일 아침, 임직원들은 예배를 드리며 하루를 시작한다. 이는 단순한 종교 행사를 넘어 ‘정직, 책임, 실천’이라는 핵심 가치를 공유하고 공동체 의식을 다지는 시간이다. 사명인 “Soli Deo Gloria(오직 하나님께 영광)”는 회사의 모든 활동에 깊이 스며 있다.
“우리는 돈을 쫓기 위해 사업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익의 일부는 교회 설립, 아동 의료비 지원, 지역사회 공헌에 반드시 쓰여야 합니다.” 이 말에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넘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자 하는 그의 진심이 묻어났다. 그는 “기술의 공공성을 강조하며, 우리가 개발한 기술이 더 많은 사람의 고통을 덜어주는 데 쓰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 길, ‘피부와 사람은 회복되어야 한다’는 그의 말이 귓가에 오래도록 맴돌았다. 땀이 송글송글 맺힌 이마를 닦으며 되새긴 그 한마디는, 단순한 마케팅 문구가 아니라 그의 지난 시간과 철학이 응축된 말이었다.
라파로페는 단순한 화장품 회사가 아니다. 그것은 한 연구자가 피부의 상처 앞에서 느꼈던 무력감, 가족의 면역 저하를 지켜보며 결심한 ‘진짜 도움’에 대한 고민에서 비롯되었다. 그 시작은 작았지만, 황기철 대표는 기술과 신앙, 그리고 나눔의 철학을 바탕으로 기업을 경영하며 새로운 길을 만들어왔다. 그의 제품에는 과학이 있고, 그 안에는 철학이 있으며, 철학을 움직이는 힘은 사람을 향한 진심이었다.
‘바르는 백신’, ‘스킨매니지먼트를 연계한 뷰티디바이스 전용 화장품’, ‘아로마테라피’처럼 전례 없는 솔루션들이 그의 언어로 쏟아져 나올 때, 그것은 단지 기술이 아니라 새로운 치유방식을 제안하는 일종의 선언처럼 느껴졌다. 그는 몸과 마음의 회복, 공동체와 환경의 조화를 하나의 시스템 안에 넣고자 하는 ‘미래형 기업가’였다. 그의 여정은 이윤 창출을 넘어선 기업의 존재 이유를 우리에게 묻고 있었다.
황 대표의 굳건한 신념 위에서, 라파로페가 그려나갈 K-바이오의 새로운 미래가 더욱 기대된다. 자연과 인간을 위한 그의 진심이 담긴 메시지에, 오송의 뜨거운 여름 바람이 잔잔히 울려 퍼지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