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존재감 없는 4류 쇼” 일침
풍자 애니메이션 사우스 파크(South Park)가 시즌 27 첫 방송부터 트럼프 대통령을 노골적으로 희화화하며 논란을 일으켰다. 이에 대해 백악관 측은 “존재감 없는 프로그램의 관심 끌기 쇼”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지난 23일 파라마운트+에서 공개된 새 시즌 첫 회는 트럼프 대통령과 관련된 민사소송, CBS 심야 토크쇼 폐지, 제프리 엡스타인 연루설 등을 소재로 한 풍자적 장면들로 가득 찼다. 특히 예수 캐릭터가 공립 초등학교에 등장해 “트럼프가 날 보냈다. 파라마운트와의 소송 합의 때문”이라고 말하며 교육 현장을 정치적 희화의 장으로 전락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스 파크의 에피소드 속에서 지옥의 침대에 누워 사탄과 대화를 나누는가 하면, 자신을 비난하는 방송국과 시민들을 상대로 50억 달러의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위협하는 등 극단적으로 묘사됐다.
그러나 이 장면들에 대해 백악관은 즉각 반발했다. 테일러 로저스 백악관 대변인은 “20년 넘게 존재감이 없던 사우스 파크가 억지 관심을 끌기 위해 상스러운 아이디어로 연명하고 있다”며 “이런 4류 쇼 하나로는 트럼프 대통령의 국민적 지지를 흔들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번 방송은 최근 파라마운트가 사우스 파크 제작진과 15억 달러(약 2조 원) 규모의 콘텐츠 계약을 체결한 직후 나온 것이다. 계약 내용에는 향후 5년간 총 50편의 에피소드를 제작해 파라마운트 산하 채널과 스트리밍 플랫폼에 독점 제공하는 조건이 포함돼 있다.
이번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파라마운트 산하 CBS를 상대로 제기한 명예훼손 민사소송과도 맞물려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CBS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을 지속적으로 조롱해 온 좌파 성향의 심야 토크쇼 ‘스티븐 콜베어의 레이트 쇼’를 폐지한 바 있다. 해당 폐지는 언론계의 ‘자기검열’ 논란까지 불러일으켰다.
또한 방송에서는 CBS의 간판 탐사 보도 프로그램 ‘60분’ 소속 기자 캐릭터들이 트럼프 대통령 이름만 들어도 공포에 떠는 장면이 연출돼, 언론 자유를 가장한 반(反)보수 선동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방송 말미에는 사우스 파크 주민들이 트럼프 대통령과 3,500만 달러에 소송을 합의하는 조건으로 친(親)트럼프 공익광고를 제작해야 한다는 설정까지 등장해 조롱의 수위를 한층 끌어올렸다. 해당 장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을 외설적으로 비하하는 NSFW(직장에서 보기 부적절한) 광고가 삽입돼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논란을 불렀다.
사우스 파크는 1997년 첫 방송 이후 종교, 정치, 성(性) 등의 민감한 이슈를 거리낌 없이 다뤄 왔으나, 최근 들어 좌파 정치 편향과 선정성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작진은 “이 계약은 단순한 계약을 넘어 팬들과의 약속”이라며 제작 강행 의지를 밝혔다.
<윤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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