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거주한 한인 영주권자, 공항 억류 10일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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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미 이민당국에 구금된 김태흥 씨(맨 오른쪽)가 동생의 결혼식에 참석해 찍은 사진. 사진제공=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협의회

가족·변호사 접촉도 차단

35년 이상 미국에 거주해 온 한인 영주권자가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 입국 도중 억류돼 10일째 구금 상태에 놓였다. 미 당국은 구체적인 사유를 밝히지 않고 있으며, 가족과 변호인의 접근도 막고 있다.

억류된 이는 텍사스에 거주하는 김태흥 씨(40)로, 현재 텍사스 A&M대학교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과학자다. 김 씨는 라임병 백신 개발 연구에 참여해 왔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김 씨는 지난 21일 한국에서의 2주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던 길에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 연방세관국경보호국(CBP)에 의해 붙잡혔다고 전해졌다. 그는 동생의 결혼식 참석을 위해 한국을 방문했으며, 가족과 함께 출국했다가 혼자 입국하던 중이었다.

CBP는 김 씨를 ‘2차 심사’ 명목으로 별도 공간에 이송한 후 별다른 설명 없이 억류했다. 이후 김 씨는 ICE(이민세관단속국) 산하의 텍사스 남부 구금시설로 이송됐다.

김 씨가 구금된 배경으로는 2011년 있었던 마리화나 소지 혐의가 거론된다. 해당 사건은 사회봉사 명령 이행으로 마무리됐으며, 김 씨는 이민법상 면제 대상 자격 요건도 충족한다고 변호인은 밝혔다.

그러나 미 당국은 여전히 명확한 설명 없이 구금을 이어가고 있다. 김 씨는 지난 25일 어머니와의 짧은 전화 통화 외에는 가족이나 변호사와 접촉하지 못하고 있다.

김 씨의 법률 대리인 에릭 리 변호사는 “CBP 측이 변호사 접견을 거부하며, ‘이민자에겐 헌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말을 했다”고 비판했다.

김 씨는 현재 햇볕이 들지 않는 밀폐된 공간에 수용돼 있으며, 음식은 물과 공항 간식이 전부인 것으로 알려졌다. 천식을 앓고 있는 김 씨의 건강 상태도 우려를 낳고 있다.

CBP는 워싱턴포스트와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국 주요 언론에 보낸 성명에서 “영주권자가 마약 관련 유죄 판결을 받은 경우 추방재판 출두 통지가 발급되며, 구금이 가능하다”고 밝혔지만, 김 씨 사례에 대한 구체적인 정당성은 언급하지 않았다.

김 씨의 어머니는 “남편과 저는 모두가 공정하게 대우받는 자유와 평등의 나라라고 믿고 이민을

왔다“며 “제 아이들은 사실상 미국이 고향인데 단지 과거에 실수를 했거나 시민권자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갇히고 부당한 대우를 받아서는 안 된다“고 토로했다.

<윤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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