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6년 작 ‘베키오 술타노’, 10월 경매서 최대 4만 달러 예상가
영국의 한 야드 세일에서 단돈 150파운드(약 190달러)에 판매된 그림 한 점이 세계적인 초현실주의 작가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í)의 진품으로 확인됐다. 해당 작품은 오는 10월 23일, 영국 케임브리지에서 열리는 셰핀스(Cheffins) 미술 경매에 출품될 예정이다. 현재 경매가는 2만~3만 파운드(미화 약 2만6,700~4만 달러)로 책정돼, 당시 구매가의 200배를 웃돌 전망이다.
이번에 진품으로 인증된 작품은 1966년에 그려진 ‘베키오 술타노(Vecchio Sultano)’라는 제목의 수채화다. 크기는 약 11 x 15인치이며, 화려한 보석이 박힌 터번을 쓴 술탄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달리가 중동 설화인 ‘천일야화’에 영감을 받아 제작한 일러스트 시리즈 중 한 점이다.
이 시리즈는 1963년 달리가 이탈리아 부호인 주세페와 마라 알바레토 부부의 의뢰를 받아 시작한 프로젝트였다. 원래는 성경 삽화가 목적이었으나, 달리는 자신이 무어(Moor)계 혈통이라 믿을 정도로 중동 문화에 매료돼 ‘천일야화’를 선택한 것으로 전해진다. 전체 500점을 계획했지만 실제로 완성된 것은 약 100점에 불과했다.
이번 작품은 2023년, 영국 케임브리지에서 한 무명 골동품상이 가정집 차고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그림은 차고에 쌓여 있던 상자 속에서 나왔고, 작품 하단에는 살바도르 달리의 서명이 선명히 남아 있었다. 또 과거 소더비 경매에 출품됐던 사실을 암시하는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실제로 이 작품은 1995년 런던 소더비 경매에 출품됐지만 낙찰에는 실패했다. 당시 예상가는 8천~1만2천 파운드(약 1만2,600~1만9천 달러)였던 것으로 아트넷(Artnet) 경매 기록에서 확인됐다.
작품을 구입한 골동품상은 이후 eBay를 통해 당시의 소더비 경매 카탈로그를 구입해 확인 작업을 이어갔다. 그리고 달리 연구가인 니콜라 데샤른(Nicolas Descharnes)에게 정식 감정을 의뢰했고, 진품으로 인증됐다.
해당 시리즈 중 절반은 알바레토 부부가 보관하다 달리의 대녀인 크리스티아나에게 상속됐으며, 나머지 절반은 출판사 리촐리(Rizzoli)가 보관하던 중 분실되거나 훼손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시리즈의 절반은 2014년 영국의 포리오 소사이어티(Folio Society)를 통해 출간되며 예술계의 재조명을 받기도 했다.
<윤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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