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영향에 4개월 만에 최대폭 상승
소비·소득 모두 반등… 관세 인상 여파 물가에 본격 반영 시작
미국의 6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2.6% 상승하면서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가 본격적으로 물가에 반영되기 시작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고조되는 분위기다.
31일 미 상무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6월 PCE 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0.3%, 전년 동월 대비 2.6% 상승했다. 이는 지난 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며, 시장 전망치였던 2.5%를 상회했다. 물가 상승은 4월 2.2%까지 내려갔다가 5월(2.4%)부터 다시 반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PCE 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0.3% 오르며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월간 상승률을 기록했고, 연간 기준으로는 2.8%를 유지했다. 근원지수 역시 시장 예상치(2.7%)를 웃돌았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트럼프 행정부의 대규모 관세 정책을 지목하고 있다. 수입업체들이 부담한 고율의 관세가 가격 인상 형태로 소비자에게 전가되면서, 내구재와 생필품을 중심으로 상품 가격이 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PNC파이낸셜 수석 이코노미스트 거스 포처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관세로 인해 상품 가격 상승이 본격화되고 있으며, 앞으로 몇 달간 이 같은 흐름이 더 뚜렷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소비자들이 이전보다 지갑을 여는 데 더 신중해지고 있다”며 물가와 불확실성의 이중 부담을 지적했다.
자동차, 냉장고 등과 같은 장기 사용 제품(내구재)의 가격은 0.5% 상승했고, 식료품 등 소모성 제품(비내구재)도 0.4% 올랐다. 이는 지난 1월 이후 가장 높은 월간 상승률이다. 에너지 가격은 전달 대비 0.9% 오르며 전월(-1.0%)의 하락세를 반전시켰다.
소비와 소득도 회복세를 보였다. 명목 기준 개인소비지출은 전월 대비 0.3% 증가했고, 물가를 감안한 실질 소비지출도 0.1% 늘며 5월의 감소(-0.2%)에서 플러스로 돌아섰다. 개인소득도 6월에는 0.3% 증가했으며, 저축률은 4.5% 수준을 유지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서비스 부문은 가격 상승세가 다소 둔화되고 있지만, 관세로 인해 일부 상품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며 “전체적인 인플레이션 흐름은 여전히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연준은 통화정책의 물가 목표치로 소비자물가지수(CPI)보다 PCE 가격지수를 더 중시한다. 이번 수치가 당분간 금리 인하보다는 기준금리 유지 또는 인상 가능성에 무게를 실을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윤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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