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비 0달러, 경제 안정이 먼저”
SNS·AI로 대체되는 Z세대 연애
“도대체 연애는 언제 하느냐”는 부모의 질문에 “지금은 여유가 없다”는 자녀들의 대답이 돌아오는 요즘, Z세대(1990년대 후반~2010년대 초반 출생자) 사이에서 연애를 미루거나 기피하는 분위기가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미국 내 한인 사회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자녀가 결혼은 물론, 연애조차 관심 없어 보인다며 걱정하는 부모들의 하소연이 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단순한 세대 차이가 아니라, 경제적 압박과 사회 구조 변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가 발표한 ‘더 나은 금융 습관(Better Money Habits)’ 보고서에 따르면, 18세에서 28세 사이의 미국 Z세대 절반 이상이 한 달 동안 데이트 비용으로 단 한 푼도 쓰지 않는다고 답했다.
조사에 참여한 남성의 53%, 여성의 54%가 “데이트에 전혀 돈을 쓰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그나마 지출이 있는 경우에도 남성의 25%, 여성의 30%가 “월 100달러 이하”라고 밝혔다.
응답자의 42%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으면 친구나 연인과의 만남을 거절하는 것이 더 편하다”고 답해, 연애나 사교보다 경제 안정을 우선시하는 태도가 두드러졌다.
Z세대가 데이트 비용을 줄이거나 연애를 포기하는 가장 큰 이유는 생활비와 주거비 등 고정 지출의 부담이다.
BoA 금융센터의 윌 스메이다 책임자는 “Z세대는 식료품 가격, 임대료, 외식비 등 일상적인 지출을 가장 큰 고민으로 꼽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2025년 7월 기준 근원 소비자물가지수는 전월보다 0.3% 상승해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월간 상승률을 기록했다. 생활비뿐만 아니라 주거비와 보육료, 교육비 등도 결혼과 출산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미국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젊은 세대는 자녀 계획보다 경제적 안정과 자기 생활 유지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전국 주택 가격 지수는 최근 10년 사이 거의 두 배 가까이 올랐으며, 2022년 기준 보육료는 연간 1만5,600달러에 달했다. 4년제 공립대학 등록금도 2010년 이후 36.7% 상승했다.
경제적 이유와 함께 Z세대의 연애 방식 자체도 이전 세대와는 달라지고 있다.
데이트 앱 오케이큐피드의 마케팅 책임자 미셸 카예는 “Z세대는 돈을 많이 쓰는 데이트보다, 가치관과 성향이 맞는 상대를 선호한다”며 “저임금과 부채 등 경제적 제약으로 인해 연애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또한 팬데믹 이후 비대면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대면 연애보다는 SNS나 온라인 앱을 통한 소통이 더 익숙한 방식이 됐다.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30세 미만의 성인 중 상당수는 소셜미디어가 친구나 가족과의 관계 유지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는 오프라인 중심의 인간관계를 중시하던 이전 세대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와 함께 인공지능(AI) 기술의 확산도 Z세대의 연애 방식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오케이큐피드 등 데이팅 앱 기업들의 조사 결과, Z세대 싱글의 약 3분의 1은 실제 사람 대신 AI와 감정적 교류를 해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링크드인 공동 창업자인 리드 호프만은 이에 대해 “일부 젊은 세대들은 무료로 감정 교류가 가능한 AI 캐릭터가 있는데, 굳이 돈과 감정 소모를 감수하면서 사람을 만나야 할 이유가 없다고 느끼는 것”이라며 이 같은 현상을 설명했다.
<윤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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