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I ‘대학 안 나와도 요원 채용’… 훈련도 단축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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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자료사진

‘엘리트 수사기관’ 명성 흔들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대학 학위 없이도 요원 채용을 가능하게 하고, 신입 훈련 기간도 절반 이하로 단축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전·현직 요원들은 “엘리트 수사기관의 정체성이 흔들릴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캐시 파텔 국장과 댄 본기노 부국장이 주도하는 이번 계획은 트럼프 행정부의 예산 감축 기조와 맞물려 있다. FBI는 다음 달까지 약 5천 명의 요원과 분석가 등을 조기 퇴직 또는 정리해고 방식으로 감축할 예정이다. 현재 약 1만3천 명인 특수 요원 수는 약 1만1천 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새 정책은 대학 학위가 없는 연방 수사관들, 즉 ‘1811’ 범죄 수사관 자격을 가진 인력들로 FBI 요원을 채우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다. 이는 마약단속국(DEA), 이민세관단속국(ICE), 연방총기단속국(ATF) 등 다양한 연방 기관에 소속된 수사관들을 대상으로 한다.

신규 채용 요원들의 경우, 기존에는 버지니아주 콴티코에 있는 아카데미에서 약 18주간 훈련을 받아야 했지만, 앞으로는 이 훈련이 8주로 단축될 예정이다. 더불어 오랜 기간 유지해 온 ‘4년제 대학 학위’ 요건도 폐지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기준 완화가 단순한 인력 충원이 아니라, FBI의 핵심 역할인 국가 안보·금융 사기·방첩 수사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최근 요원 일부는 워싱턴 D.C. 거리 순찰과 이민 단속 지원에 투입되고 있다.

전직 고위 대테러 수사 책임자이자 FBI 출신인 크리스 오리어리는 “기준을 낮추면 임무 수행 능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이것은 단순한 행정 개혁이 아니라 조직의 세대적 파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경험 없는 지도부가 위에 앉아 조직을 흔드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FBI 요원협회는 “파텔 국장이 상원 인준 당시 약속했던 요원 해고 전 적법 절차 보장을 지키지 않았다”며 공식 반발했다. 현재 많은 요원들이 기존 수사 업무에서 배제된 채, 이민 단속이나 성범죄 재조사, 일반 순찰 등 우선순위가 불분명한 업무로 차출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FBI의 이번 결정은 미국 내 전반적인 경찰 인력난 속에서 나온 것이다. 최근 이민세관단속국(ICE)도 연령 제한과 스페인어 교육 요건을 폐지했고, 일부 경찰서는 문신이나 마리화나 흡연 이력 제한을 완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흐름이 전체 법 집행기관의 전문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윤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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