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트럼프 대통령 첫 한미정상회담
트럼프, 회담 전 “한국 정치, 숙청 같아”… 긴장 속 회담 돌입
트럼프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의 첫 한미정상회담이 25일 오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렸다. 이번 정상회담은 양국 간 무역, 방위비, 북 문제 등 다양한 현안을 놓고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3시간 전,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한국 내 정치상황을 “숙청 또는 혁명처럼 보인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이어 “그런 나라와 비즈니스를 할 수 없다”고 발언해 외교적 긴장감이 조성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정부가 최근 일부 보수 성향 교회와 미군기지에 대해 실시한 압수수색과 관련해 “들어서는 안 될 이야기들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에 대해 “전임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 이후 벌어진 사태를 수사 중이며, 관련 조사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공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제 분야에서는 한미 양국이 지난 7월 타결한 무역 협정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해당 협정은 한국산 자동차와 농산물에 대해 15%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언급했던 25%보다는 낮은 수치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미국 반도체, 배터리, 조선 산업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며 “대한민국은 무역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동반자”라고 강조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은 세계적으로 뛰어난 조선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앞으로 미국에서 한국 기업들과 함께 선박을 건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국 기업들이 미국 내 조선소 설립을 검토 중이고, 조만간 방치됐던 조선소들이 다시 활기를 띠게 될 것”이라며 “미국 인력을 활용해 공동 건조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군사 장비 분야에서도 협력 의지를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세계 최고의 군사 장비를 생산하고 있으며, 한국은 그런 장비의 주요 구매국”이라며 “오늘도 군사 장비와 관련한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란 핵시설을 공격했던 B-2 스텔스 폭격기를 언급하며, 미국의 군사력과 방위산업 우위를 강조했다.
방위비 분담과 주한미군 관련 논의에서는 “우리는 기지를 임대해 사용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그 부지의 소유권을 미국이 보유하는 방향으로 요청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주한미군 감축 여부에 대해서는 “지금 말하지 않겠다. 우리는 친구”라고 즉답을 피했다.
이날 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미대화 재개를 강하게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 평화를 만들어가는 피스메이커”라며 “김정은 위원장을 다시 만나주시고, 북한에 ‘트럼프월드’를 지어 저도 골프를 칠 수 있게 해달라”고 했다. 이어 “한반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은 트럼프 대통령”이라며 자신은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는 상호 존중하는 사이”라고 밝히며, “초기에는 ‘로켓맨’이라고 부르며 갈등도 있었지만, 결국은 좋은 관계를 맺게 됐다”고 회상했다. 그는 “힐러리 클린턴이 대통령이었으면 그런 관계는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김 위원장과의 재회 가능성에 대해 “적절한 시기에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전날 미국 도착 직후 한인 동포 200여 명과 만찬을 함께하며 동포사회와의 연대를 다졌고, 방미 일정 전 도쿄를 방문해 일본 기시다 정부와의 양자 회담도 진행했다.
한편, 정상회담을 마친 뒤 이 대통령은 워싱턴DC를 떠나기 위해 백악관을 나섰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별도의 배웅 없이 회담장을 먼저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27일까지 미국 일정을 소화한 뒤 귀국할 예정이다.
<윤연주 기자>
[시카고 한인사회 선도언론 시카고 한국일보]
1038 S Milwaukee Ave Wheeling, IL 60090
제보:224.283.8200